'또 다시 비대위' 보수참패, 그 이후…4년전 새누리당의 교훈

[the300][300소정이]

강주헌 기자 l 2020.04.22 05:50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103석(지역구 85석·미래한국당 19석)이라는 역사적인 참패를 당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

통합당의 모습은 4년전 새누리당과 닮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단 무기력증에 빠졌는데 이를 하나로 묶을 강력한 리더십은 없다. 새누리당은 2016년 4·13 총선에서 122석에 그치며 1당을 내줬다. 

이번 패인으로 여러가지가 거론된다. 공천 과정에서 터져 나온 내부갈등, 통제되지 않는 막말 논란은 위기관리에 한계를 보여줬다. 

'탄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을 못했고 인재수혈에 실패했고 리더십을 세우지 못했다. 4년전 과반수를 넘어 180석도 노린 여당 새누리당이 진 이유는 계파 간 공천 갈등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준 것이 꼽힌다.

4년 전처럼 회복에 지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통합당은 전날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연이어 열었지만 지도부 공백 사태를 수습할 방법을 결정하지 못했다. 통합당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황교안 전 대표가 사퇴한 지 5일 만인 이날에서야 첫 의원총회를 열었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대표권한대행, 김재원 정책위의장, 이주영 국회부의장, 김무성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7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출석해 있다.




새누리당, 계파갈등에 망하고 다시 계파갈등


당시 새누리당도 총선 패배를 수습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혼란을 거듭했다. 6월 2일 '김희옥 혁신비대위'가 출범하기까지 50여일이 걸렸다. 계파갈등에 선거를 망쳤지만 이후 당권을 누가 쥐느냐로 다시 주도권 다툼을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이후 열린 5월 초 당선인 총회에서 정진석 의원을 원내대표로 뽑았다. 선출된 원내대표가 와해된 지도부를 대체하는 비대위원장을 맡을지, 아예 외부에서 초계파형 인물을 데려와 수습을 맡길지 갑론을박을 펼쳤다. 

이후 정진석 원내대표에 의해 같은달 15일 총선 참패 수습을 위한 혁신위원장에 '비박계' 김용태 의원이 선임됐다가 친박계의 강한 반발로 상임전국위 추인이 무산되며 17일 사퇴했다. 다음달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의 '관리형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고 두달 뒤 열린 8·9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당대표가 당선됐다.

이번 4·15 총선 패배 직후 통합당에서는 친박·비박 계파 간 당권 경쟁으로 당이 사분오열돼가던 때보다 계파 갈등이 두드러지지 않다. 계파 갈등이 사라진 게 아니라 계파를 구분짓기 어려울 만큼 유력 인사들이 낙선하는 등 궤멸적인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비대위 전환 여부', 초유의 전수조사로 결정


통합당은 이르면 22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이행 여부를 결정한다. 당내 의견이 모아지지 않자 이례적으로 '전수조사'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조기 전당대회와 비대위 중 어떤 선택을 할지 관건이다. 비대위로 간다고 해도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원하는 '전권 비대위'와 전당대회까지 당을 수습하는 '관리형 비대위' 중 선택해야 한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21일 "당의 진로와 관련된 전수조사는 당소속 20대 국회의원 및 21대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오늘(21일) 21시까지 실시한다"며 "결과는 내일(22일) 오전 10시 열릴 최고위회의 이후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김종인 비대위' 수용 여부가 관건이었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열린 최고위에서는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는데 다수 의견이 모였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의총 직후 기자들에게 "당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모든 의원들, 새 당선자들까지 해서 전체 의견을 최대한 취합해서 그 의견에 따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위기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아보려는 중진들의 속내가 제각각이어서 수습 과정에서 당권투쟁이 불거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목소리를 내는 의원 중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3선 이상 중진들은 모두 원내대표 등 당권 후보들이다.

지난 4·13 총선 당시 새누리당 참패 원인을 담은 '총선 백서'가 17일 공개됐다. 새누리당이 공개한 20대 총선 '국민백서'에서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독단, '봉숭아학당'이라 불리는 집단지도체제 등이 주요 패인으로 꼽혔다. 2016.7.17/뉴스1



4·15 총선 백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까


총선의 역사적 참패 원인과 책임, 재발방지 등 제대로 규명이 이번엔 제대로 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대 총선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계파 간 당권 다툼이 지속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도 반성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20대 총선에서 패배한 새누리당은 2달여 뒤인 7월 17일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을 분석한 백서를 공개했다. 이 총선 백서에서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것은 계파 갈등, 불통, 오만 등 때문이었다고 서술됐다. 

그러나 계파 갈등이 극대화돼 나타난 상대 계파를 향한 막말, 진박 마케팅, 청와대의 공천 조종 의혹 등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다루지 않았다. 이에 비박계는 '맹탕 백서'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은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죄다 뒤집어 씌워서 '친박 패권주의'를 구성했던 사람들의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겠다"고 밝혔다. 정병국 의원은 아예 자신이 당대표로 선출되면 총선 백서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선거 패배로 리더십이 붕괴돼서 리더십을 빌려오는 행태를 반복했다. 철저히 원인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봉합한 채 다시 선거를 치러왔다"며 "당권을 누가 차지하느냐보다도 다시 국민들께 신뢰를 받을 수 있느냐가 먼저다. 오로지 당 재건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