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0일중 150일만 열린 국회 본회의 "수천개 민생법안 폐기"

[the300][대한민국4.0, '대변혁'으로 가자][3회]‘한국정치4.0’- 20대 국회 상임위를 고발합니다

정진우 기자, 유효송 기자, 김예나 인턴기자 l 2020.05.09 07:00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 국민들은 코로나19(COVID19)로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생존을 걱정한다. 더 이상 예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 정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다가오는 미지의 세계를 준비해야한다.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한다. 머니투데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대한민국4.0, 대변혁으로 가자고 제언한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지난해 6월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2019.6.28/뉴스1




걸핏하면 파행되는 국회 ‘상임위’, 역대 최악 국회 만들었다



“의원들이 얼마나 일을 안하고 국회를 엉망으로 만들었으면 임기를 곧 마치는 국회의장이 직접 법안을 발의했겠어요. 여야가 싸우더라도 상임위원회는 항상 열려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일하는 국회가 됩니다.”(국회 고위관계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3월4일 법안을 발의했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 필요한 ‘국회혁신 패키지’ 법안이다. 상시 국회 운영과 상임위원회 상설 소위원회 설치 의무화 등이 골자다. 의장직을 끝으로 30년 정치 인생을 마감하는 문 의장은 “이번 법안에 마지막 소망을 담았다”고 했다. 걸핏하면 파행되는 상임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는 거다.

문 의장이 낸 법안의 배경을 설명하던 국회 고위관계자는 “국회의 꽃인 상임위를 제대로 운영하자는 게 법안 취지”라며 “상임위를 무시한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국회 상임위는 행정부 각 부처 소관에 따른 업무를 하는 곳이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주요 정책과 법안이 상임위에서 만들어진다. 국회법 제36조(상임위원회의 직무)를 보면 ‘상임위원회는 그 소관에 속하는 의안과 청원 등의 심사, 그밖에 법률에서 정하는 직무를 행한다’고 나온다. 상임위는 국회의원 직무의 시작과 끝이다. 상임위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의원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상임위가 뭐길래…

국회엔 현재 17개 상임위(예산결산위원회 등 특별상임위 제외, 표 참조)가 있다. 300명의 국회의원은 이들 상임위에 배정돼 활동한다. 상임위의 핵심 업무는 법안 심사다. 법안은 정책의 뼈대다. 상임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엉터리 정책이 만들어지거나 국민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 제때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의원 10명 이상이 서명한 발의 법안이나 정부가 직접 발의한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 배정된다. 상임위 논의를 거친 법안은 원안대로 가결되거나 수정안(대안)으로 가결된다. 가결된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로 이관되고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로 넘어간다.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의 시작점이 상임위인 셈이다.

예산안 심사도 각 상임위의 주요 역할이다. 정부가 낸 예산안을 각 상임위가 예비심사를 한다. 상임위에서 가결되면 예결위 종합심사를 받는다. 이후 본회의에 넘겨져 표결에 부쳐진다. 한해 나라 살림이 각 상임위에 달렸다.

국회가 국정 전반을 조사하는 국정감사 역시 상임위가 해야할 일이다. 헌법이 국회에 행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보장하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올바르게 썼는지 정책을 제대로 집행했는지 따지는 게 국정감사다.

상임위는 각종 청문회도 연다. 대표적인 게 인사청문회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인사청문회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진행하지만,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장관이나 기관장은 각 상임위에서 진행한다.


◇낙제점 받은 20대 국회 상임위

20대 국회 상임위는 ‘개점휴업’이란 비판을 받는다. 앞서 열거한 해야할 일을 제대로 안해서다. 무엇보다 법안 처리를 소홀히 했다. 2016년 6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발의된 법안은 2만4073건에 달한다. 처리된 법안은 8819건으로 36%에 불과했다. 17대(58%), 18대(55%), 19대(45%) 등과 비교하면 성적 부진이 더 눈에 띈다.

상임위가 제때 열리지 못한 탓이 크다. 지난 4년간 국회 보이콧만 20여차례가 있었다. 여야 합의는 최근 1년간 7번 파기됐다. 19대 국회에선 183일 동안 총 836시간 본회의를 열었지만 20대 국회(1460일)는 150일, 506시간에 불과했다. 여야 모두 민생을 위한 법안 처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특히 전대미문의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에도 정쟁만 일삼은 채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포함한 정책 지원엔 손을 놨다. 국회가 공회전하면서 상임위가 열리지 않다보니 국민의 삶을 위한 정책은 멀어진다. 의원들의 상임위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예산안 심사를 비롯해 각종 감사 및 청문회 등도 ‘졸속’이란 비판을 받는다.

국민들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려면 상임위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의원들을 심판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전국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일하는 국회 만들기)를 보면 ‘상임위 등 각종 회의 불출석 의원 징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한 응답율이 31.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쪽지예산 근절로 예산심의 투명성 강화(15.8%) △상시국회 운영 및 상설소위 설치 의무화(11.6%) 등이 뒤를 이었다.

국회법은 90일의 정기국회 외에 짝수달 30일씩 임시국회를 열도록 했다. 홀수달에도 재적의원4분의1 이상 요구가 있으면 국회를 열수 있다. 여야 의원들이 언제든 상임위를 열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선 여야 모두 막말과 궤변 등으로 정쟁에 휩싸여 상임위가 파행될때가 많았다. 정기국회를 제외하고 국회가 열리는 달에 회의 한번 소집하지 않은 상임위가 대다수다. 법안심사를 비롯해 의원들의 주요 업무는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20대 국회에서 여야 모두 서로의 진영 논리에 매몰돼 정쟁을 일삼으면서, 국민의 삶을 위한 정책과 법안을 만드는데 소홀했다”며 “21대 국회가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문희상 국회의장 비서실 의뢰로 4월 23~24일 양일간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응답률 11.3%다.
'막말'과 '파행'이 지배한 국회 상임위, 민생법안 외면했다




막말이 지배한 국회 상임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주연은 정책이다. 상임위는 국회에 쏟아진 수만건의 법안을 1차적으로 재단하고 심사·의결하는 권한을 가진다. 상임위가 365일 톱니바퀴처럼 촘촘히 움직여야 비로소 국회가 돌아간다. 하지만 주연인 정책을 가리는 ‘신 스틸러’ 의원들이 도사린다. ‘막일’ 대신 ‘막말’을, ‘협치’보다 ‘정쟁’을 일삼는다.

◇정책 대신 막말 오간 국회

20대 국회는 정책이라는 무기 대신 막말이 오가는 전쟁터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한쪽에서 막말을 하면 상대 당은 윤리위원회 제소로 맞받아 쳤다.

2018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470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심사하는 자리였다. 여야는 사업비 운영과 관련 질의 시간 조절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이 법이냐”고 반문하자 장제원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네가 뭔데”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조 의원이 “몇 년 생이냐”고 응수하며 공방이 이어졌다.

2019년 국회는 막말이 지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승희 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건망증’과 ‘치매 초기 증상’이라며 원색적 막말을 쏟아냈다. 여당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며 파행을 빚었다.

여상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감에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관련 수사를 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항의하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을 향해 “웃기고 앉았네, X신 같은 게”라고 중얼거렸다. 여 위원장은 이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소수의 목소리는 묵살되기 일쑤였다. 이른바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철희 민주당 의원 등 반대 목소리가 묻혔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다수 의원들이 찬성한다는 이유로 해당 법을 강행 처리를 시도했고, 이 의원이 반발하자 여 위원장의 고성이 울려펴졌다.
'막말'과 '파행'이 지배한 국회 상임위, 민생법안 외면했다


◇보이콧에는 보이콧으로…파행만 반복한 국회

지난해 1월, 여야가 나란히 보이콧을 주고받으며 20대 국회의 흑역사를 썼다. 한국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조건으로 신재민·김태우 청문회, 손혜원 의원 국정조사 등을 민주당에 요구했다. 민주당은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이후 문 대통령이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임명하자 한국당은 조 위원이 과거 문 대통령의 선거 캠프 특보로 임명된 이력을 짚으며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삼았다. 한국당은 모든 의사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릴레이 단식에 나서면서 투쟁을 이어갔다.

2018년 2월엔 당시 김성태 운영위원장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관련 긴급 현안질의를 위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파행을 빚었다. 회의 시작 10분 만에 회의를 기습 정회하고 이후에도 임 실장이 출석하지 않자 다시 정회 했다. 여야는 신경전을 계속 벌였고, 운영위는 결국 산회했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임위 등 회의 참석의 의무는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며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보이콧 한다. 회기 결정에 우리는 응하지 않겠다’ 해도 정쟁의 수단으로 용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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