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오명' 제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막차탄 법들

[the300]n번방 방지법·통신요금 신고제·과거사법 등 처리

박종진 기자 l 2020.05.20 16:57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8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5.20/뉴스1


제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고용보험 확대안, n번방 방지법, 과거사법 등 밀린 법안들을 처리했다. 

이중규제 논란이 일었던 민간 데이터센터 규제법과 체계상 문제가 지적된 예술인권리보장법, 서민금융 훼손 논란이 빚어진 신협의 업무구역 확대법 등은 보류돼 제20대 국회에서 통과가 좌절됐다.



90일 이하 단기 체류 외국인도 숙박신고해야



법사위는 20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단기체류 외국인 숙박신고제' 도입 법안(출입국관리법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외국인 숙박신고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대응 법안으로 외국인의 소재를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현행 출입국 제도에 따르면 91일 이상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체류지 입증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90일 이하 단기체류 외국인에게는 이런 의무가 없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감염병 위기경보, 테러경보 발령 등이 내려질 경우 단기체류 외국인도 숙박업자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제공해야 한다. 숙박업자는 외국인 정보를 법무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허위로 관련 내용을 제출하거나 제출하지 않은 외국인, 숙박업자 등에게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고용보험 예술인 확대는 6개월 앞당겨 시행, 교원노조법은 환노위안대로 의결



법사위는 문화예술인까지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대학교수 등의 노조설립에 근거가 되는 교원노조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교원노조의 설립 주체를 초·중·고교 교원에 한정한 교원노조법 2조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환노위에서 의결한 안대로 통과됐다. 기존 교원 범위에 대학교원을 추가해 교수노조 설립을 개별학교 단위에서 가능토록 한 게 골자다.

전국교수노조 등은 개정안이 해고 교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노조 간 교섭창구 단일화가 명시된 점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사립대학 등에서 어용노조가 탄생해 단체협상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맥락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여야 간사 협의를 거쳐 원안대로 의결하기로 했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시행시기를 1년 뒤에서 6개월 뒤로 수정해 의결했다. 특수고용직이 빠지고 예술인만 개정안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1년까지 준비기간이 필요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올해 1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5.20/뉴스1





네이커, 카카오에 음란물 삭제 의무 등 부과…통신요금은 '신고제'로



n번방 방지법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도 통과됐다. 정보통신사업자가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해 매년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 음란물을 삭제하고 접속을 차단하는 등 유통방지 조치 의무,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과 실효성 논란이 제기 돼왔다. 특히 텔레그램 등 해외 업체에 법 집행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점과 불법 음란물 적발 등을 명분으로 한 개인 사생활 감시 논란이 빚어졌다.

개정안에는 통신요금에 대한 이용약관을 현행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통신사업자가 통신요금을 인상할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개정안은 이를 '신고'하도록 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요금 인상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여러 사업자가 있고 자유 경쟁 체제로 가면 요금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역시 n번방 방지법인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아동 성착취물 처벌 조항에서 벌금형을 삭제하고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한편 영리목적이 아닌 성착취물의 제작·배포시에도 처벌하는 내용이다. 



공인인증서 시대 끝난다…민간 데이터센터 규제법은 '보류'



이날 민간 데이터센터 규제법(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은 격론 끝에 보류됐다. 2018년 말 대규모 통신망 마비 사태를 불렀던 서울 아현동 KT 통신구 화재 사고 대책으로 마련된 법안이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민간 데이터센터도 국가 재난관리 시설에 포함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중규제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상에서도 매년 정부에 데이터센터 운용보고서를 제출하기 때문이다. 민간 데이터센터를 국가가 나서 감독하는 나라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결국 해당 법안은 처리를 보류하고 제21대 국회가 열리는 대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또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를 없애는 전자서명법 개정안 등도 의결됐다. 21년간 이어져온 공인인증서 시대가 소비자 불편을 야기한다는 비판 속에 사라질 전망이다. 



과거사법도 20대 국회서 처리…예술인권리보장법, 신협법은 21대 국회로



논란 끝에 여야합의를 이룬 과거사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개정안은 2010년 활동이 끝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재가동해 형제복지원,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소년판 삼청교육대라 불린 경기도 선감학원 사건 등 마무리하지 못한 과거사를 다시 조사하는 내용이다. 

여야는 걸림돌이었던 배·보상이 언급된 제36조를 빼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4조6800억원으로 추산되는 재정 부담 때문이다. 

한편 예술인들의 피해구제를 위한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안은 보류됐다. 법체계와 자구 심사상 문제가 적지 않은데 제정법인만큼 신중해야한다는 일부 의원들의 지적이 받아들여졌다. 

현행 시·군·구 단위인 신협의 업무영역을 광역단위로 확대하는 신협법 개정안도 통과가 불발됐다. 다른 서민금융기관과 형평성 문제 등으로 서민금융시스템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 등이 나왔다. 

제20대 국회는 이날 연이어 본회의를 열어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 등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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