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쓰던 방, 누가 차지했을까?

[the300]

이지윤 기자 l 2020.05.23 05:23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이사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의원회관 의원실은 20대 국회 개원일 하루 전날인 29일까지 이사를 마쳐야 한다. 2016.5.26/사진=뉴스1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 의원회관 '이사철'이 시작됐다. 의원회관 방 배정까지 완료한 더불어민주당에선 낙선한 의원실이 방을 뺀 자리에 당선인의 짐이 들어가고 있다.


#"가슴 뻥 뚫리는 경치"…'로열층' 당첨된 중진들


의원회관 6~8층은 이른바 '로열층'이다. 국회 본청 앞 잔디광장이 내려다보이거나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데다, 9~10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늘 의원들의 신청이 몰린다.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5선·서울 종로)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공실'이었던 746호를 배정 받았다. 746호는 최경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쓰던 방으로 엘리베이터와 가깝고 '잔디광장뷰'를 가졌다.

불출마하거나 낙선한 통합당 중진 의원이 쓰던 방으로 자리를 옮긴 이들도 많다. 이인영(4선·서울 구로갑) 전 원내대표는 440호에서 801호로 이사했다. 801호는 정병국 통합당 의원이 사용하던 방이다.

안규백(4선·서울 동대문갑) 의원은 428호에서 염동열 통합당 의원실이었던 807호로 자리를 옮겼다. 강원도지사를 지낸 이광재(3선·강원 원주갑) 당선인도 안상수 통합당 의원이 썼던 643호에 배정됐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유가족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층 현관 지붕에 올라가 과거사법 제정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0.5.5/사진=뉴스1



#'문재인방·노무현방' 기운 받는 의원 누구?


거물급 정치인이 쓰던 의원실은 층수와 관계 없이 인기가 좋다.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국회에서 쓴 325호는 권칠승(재선·경기 화성병) 의원이 사용한다. 325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인 5월 23일을 뒤집은 숫자다.

노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638호는 조오섭(초선·광주 북구갑) 민주당 당선인에게 배정됐다. 김승희 통합당 의원이 낙선하며 빈 자리가 된 638호는 민주당 내부 경쟁 끝에 조 당선인이 차지한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쓰던 718호는 서영교(3선·서울 중랑갑) 의원에게 돌아갔다. 718호는 정 총리가 6선 의원에 국회의장을 거쳐 국무총리에 지명되면서 '명당'으로 떠올랐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454호는 조정식 의원이 물려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화상회의로 진행된 세계보건기구(WHO)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 초청 연설을 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WHA 초청 연설을 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청와대 제공) 2020.5.18/사진=뉴스1



#상징성 큰 615호, 'DJ3남' 김홍걸에게 배정


615호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초선·비례대표) 당선인에게 배정됐다. 615호는 지난 2000년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이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으로 성사된 6·15 남북공동선언을 상징한다.

615호는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박지원 민생당 의원이 12년 동안 쓰던 방이다. 박 의원이 낙선하면서 많은 당선인이 희망했으나 민주당 지도부가 김 당선인을 615호에 우선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518호는 호남 지역 민주당 당선인이 다수 눈독을 들였지만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계속 사용한다.

10일 오전 전남 목포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일원에서 열린 제1회 김대중 마라톤대회에서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2017.12.10./사진=뉴시스



#의원회관 '꼭대기층' 누가 쓸까?…초선 다수


의원회관 꼭대기층인 10층은 호불호가 뚜렷한 층수다. '펜트하우스'라고 불릴 정도로 전망이 좋지만 오가는 인적이 적을 뿐만 아니라 이동이 다소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에 10층엔 '고요함'을 선호하는 중진 의원이나 선수에 밀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방 배정을 받게 된 초선 의원이 주로 자리한다.

이해찬 대표의 1001호는 유기홍(3선·서울 관악갑) 의원에게 배정됐다. 이외에 21대 국회에서 처음 의정활동을 시작하는 오영환·전용기·장경태·장철민·김남국 당선인도 10층에 둥지를 튼다.

19대 국회 임기가 1주일여 남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복도가 4·13 총선 낙선·낙천 의원 사무실의 이사준비로 쓰레기와 이삿짐들이 쌓여 있다 있다. 2016.05.2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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