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그적뭉그적'…미래한국당, 황교안 '재기'위해 통합 꺼리나

[the300]

김민우 기자 l 2020.05.25 05:49
미래한국당이 오는 29일 미래통합당과 합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통합 의지는 강해보이지 않는다. 당 내부에서 이런저런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매번 통합 의지를 밝힐 때마다 '전제'가 붙는다. 

의심이 안 갈 수 없다. 미래한국당 지도부의 거취, 욕심 등은 표면적 이유다. 일각에선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를 염두에 둔다. 황 전 대표의 정계 복귀와 미래한국당 역할을 묶는 창의적 해석이다. 



"통합해라" 압박에 한국당 지도부 '백기투항'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후 회의 결과, '최고위원회의서 29일까지 합당을 결의'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0.05.22. kmx1105@newsis.com


미래한국당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달 29일까지 합당할 것을 결의하고 △26일 전당대회를 취소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미래한국당 지도부는 당초 통합당과 29일 합당에 부정적이었다. 

김기선 미래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1일 통합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9월 전까지 합당이 어렵다" "이번 총선은 미래한국당이 잘해서 (비례정당 중 가장 많은 의석인) 19석을 얻은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전당대회도 이달말 종료되는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자리였다. 

미래한국당 지도부가 '조속한 통합'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미래통합당은 당선인 워크숍을 통해 조속한 통합을 촉구했다. 이에 미래한국당 당선인 전원도 성명서를 내고 이달 29일까지 합당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미래한국당 사무처 당직자들 역시 합당이 이뤄지지 않을 시 당무를 거부하겠다고 미래한국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미래한국당 지도부가 29일 합당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이같은 내외부의 압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선언' 해놓고…여전히 '뭉그적' 왜?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비공개로 열린 미래한국당 당대표-당선인 합당 관련 대화에 정운천 최고위원, 염동열 사무총장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2020.05.22. kmx1105@newsis.com


그러나 미래한국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조기합당'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 미래한국당 초선 당선인은 "무조건적으로 합당할 경우 (미래한국당) 초선 당선인들이 상임위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선인은 "언제든 통합당과 합당할 수 있지만 한번 합당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전체적으로 상황을 세밀히 검토할 필요성은 있다는 목소리도 당 내부에 존재한다 "고 밝혔다. 

원 대표도 26일 전당대회를 취소하고 오는 29일까지 통합당과 합당하겠다고 하면서도 "현역 의원 및 당선인 합동 연석회의를 개최해 총의를 모아 결의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미래한국당, 황교안 재기 위한 '플랫폼'(?)'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선거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04.16. photo@newsis.com


일각에서는 미래한국당 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당선인이 통합당과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가 황 전 대표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1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황 전 대표가 향후 정치권에 복귀하려할 때 미래한국당이 '플랫폼'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래한국당은 21대 총선과정에서 황 전 대표가 사실상 창당을 주도한 당이다. 미래한국당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기위해 통합당에서 당적을 옮긴 의원들 대부분이 '친황계'(친황교안계)로 분류된다. 

황 전 대표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과정에서도 상당부분 개입했다. 황교안 전 대표가 영입한 인재들을 공천하지 않은 이른바 '한선교의 난'을 사흘만에 제압하고 공천을 모두 원점으로 돌렸다. 

당 대표를 측근인 원유철 의원으로 교체하고 상당부분 자신이 추천한 인재들에게 비례순번을 부여했다. 황 전 대표가 사퇴하지 않았다면 미래한국당 당선인 상당수가 '친황계'로 분류됐을 것이다.  

황 전 대표가 종로를 거점으로 다시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황 전 대표는 총선패배 후 자신의 원래 자택인 강남으로 돌아가지 않고 종로지역에 이사할 집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에 장학재단을 설립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통합당 중진의원은 "황 전 대표가 비공식적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하는 모양새"라며 "미래한국당이 독자적 정당으로 남아있을 경우 황 전 대표의 재기의 발판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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