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표 '기본소득'…'참여소득'의 모든 것

[the300][300티타임]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포스트코로나본부장

이원광 기자 l 2020.05.27 07:04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10년만이다. 다시 국민의 부름을 받았다. 여권을 대표하는 초중량급 정치인이나 ‘초선’의 마음으로 임한다고 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를 반드시 잡는다는 절실함에서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386세대’는 허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0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경력이나 ‘킹 메이커’, ‘노무현의 오른팔’ 등 화려한 수식어는 과거다.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 비전에 구슬땀을 흘리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포스트코로나본부장)을 만나봤다.

이광재 당선인은 이달 25일 국회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넘기는 것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사회 안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생명과학 뉴딜’, ‘스마트도시 뉴딜’, ‘케이-허브’(K-Hub)를 제안한다. 디지털, 환경, 생명과학, 도시, 외교 분야에 걸친 ‘정책 패키지’다. 글로벌 시장을 압도할 한국 경제와 미래 세대를 위한 청사진이다.

‘이광재표 기본소득’으로 불리는 ‘참여 소득’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빅데이터 시대, 자신의 데이터를 기본소득 형태로 전환하는 과감한 정책 제안이다.

이 당선인은 “‘120세 인간’이 나온다. 세금이 계속 걷힐 것이라 생각하는데 냉정하게 봐야 한다”며 “김 전 대통령이 얘기했던 ‘생산적 복지’를 진화시켜서 ‘참여소득’을 만들어야 한다. 참여해야 소득이 생기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참여 소득’은 대도시 중심의 고비용 사회에 대한 해법과 함께 미래 세대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봤다. 이 당선인은 “소득만 이야기할 게 아니고 저비용사회로 어떻게 진입할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며 “고비용 사회, 이런 삶의 방식을 그대로 놔두고 몇십만원씩 주면 무엇하나”라고 밝혔다.

‘진보의 대전환’도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성장과 가치를 함께 지향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 혁신 경제를 만드는 게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인류 에너지를 전면에 드러내고 ‘386세대’가 허리가 돼야 한다”며 “‘디지털 테스트베드’ 경제로 빨리 넘어가야하는데 그 세대들이 역사의 주인공이 되도록 우리가 노력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이하는 인터뷰 전문.

-약 10년만에 국회로 돌아왔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생각 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너무 어려우니까, 저 혼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압감이 들었다.

-선거 기간 동안 만난 유권자 중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신다면.
▶아침 인사할 때 울컥했던 적이 몇 번 있다. 놀랐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팬들이 많더라.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얘기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포스트코로나본부장을 맡았다. 
▶포스트코로나본부는 미래지향적인 이슈를 다룬다. 지금은 재난 기본소득을 통해 일반의 어려운 분들에게 돈이 갔다면, 이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기업 지원이 큰 문제로 떠오른다. 

과감한 지원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대출원금 및 이자 상환 등을) 작년 연말 기준 금융 상태를 봐서 자동 연장해주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고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연장해주고 주택담보대출도 장기로 전환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새겨들을 만 하다.

두 번째로는 추경을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에 들어가는 부분은 추경을 하고 한꺼번에 많이 뒀다가 시의 적절하게 쓰는 방식도 필요하다. 여야가 합의하면 쓰고, 합의하면 쓰는 것이다. 때에 맞춰 빠르게 집행할 수 있다.

금융 문제 관련해서 ‘변양호 론스타 사건’, 한진해운 사태에서 교훈을 가져야 한다. 책임지지 않은 공무원이 나온다. 면책특권을 주는 것을 법적으로 해줘야 한다. 

장관이 연석회의에서 결정하는 등 방식이 필요하다. 한진해운 사태는 서로 책임을 안 지려다가 결국은 국가가 쌓아놓은 걸 잃어버린 것이다. 즉시 결정할 수 있는 책임형 리더십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위기감이 높아진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전자 ‘IT(정보통신) 버블(거품)’이 생길 정도로 해서 코스닥을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코스피 지수가) 700에서 시작해서 2000에서 끝났다. 

시장이 작동되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위기를 탈출하려면 미래 산업에 맞춰서 ‘버블’이 일어날 정도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코스닥 이후 출구가 없다. 많은 기업이 M&A(인수·합병)를 통해 탈출구가 생기고 재투자가 일어나야 한다. CVC(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을 보완하든, 밴처전문 투자은행을 만들거나 세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이다.

중소기업 하시는 분들은 ‘제 값 안 주고 사간다’고 말한다. 미국 기업은 기술을 탈취하면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는다. 차라리 제 값 주는 게 낫다. 벤처기업 하시는 분들은 인력 유출 당하고 소송 몇 년 하다가 그 사이에 회사가 망한다고 한다. 빨리빨리 결정해줘야 한다. 그래야 M&A를 활발하게 할 수 있다. 그런 제도가 무엇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기업이 부동산 관련 갖고 있는 돈이 2100조원이다. (국부펀드인) KIC(한국투자공사)와 국민연금을 포괄해 700조원이 있다. 

돈이 안 굴러다니면 썩는다. 투자로 돌릴 방법 찾아야 한다. 일부 대기업에선 우리나라에 기술이 없다고 하는데 이스라엘의 요즈마펀드 회장에 따르면 한국이 창의성 제일 높다고 한다. 

예로 든 게 ‘김기사’(차량용 내비게이션)다. 이게 600억원에 M&A 됐는데 거의 같은 게 이스라엘에서 조 단위로 거래됐다. 

페이스북 전에 싸이월드도 한국이 제일 먼저 시작했다. 페이 시스템도 우리가 먼저 시작했다. 아이디어는 우리가 먼저인데 ‘글로벌’ 하게 안 간다. 이런 것을 종합해보면 한국이 기술 없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우리가 ‘시드머니’(신생 기업 및 사업을 위한 초기 투자금)가 굉장히 약하다는 것이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생명과학 뉴딜’, ‘스마트도시 뉴딜’, ‘케이-허브’(K-Hub)를 제안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넘기는 것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사회 안전망이다. 

두 가지 길을 같이 한다. 지금 어렵다고 투자를 안 할 수 없으니까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후버댐을 만들었다. 당시 최고 기술이 모여 후버댐을 만들었고 그 일대 사막지대에 사람이 살게 됐다. 라스베이거스가 그렇게 탄생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전자정부를 추진했고 4조원 정도가 들어갔다. SI(시스템 통합) 기업들이 뜨거워졌다. 그게 결국 IT 버블 형태로 일어났지만 코스닥으로 일어섰다. 미래 투자 쪽은 디지털 뉴딜이 틀림없다. 김 전 대통령이 IT 테스트베드 전략이었다면, 이번에는 디지털 테스트베드 전략으로 가야한다.

두 번째로 그린 뉴딜이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 명확하다. 미세먼지 등도 결국 에너지 문제다. 세 번째, 만약 코로나 백신 개발하면 전 세계 1위 부자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 60년간 의과대학에 ‘1등’을 보냈다. 이때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 분야에서 성과가 나오면 세계적으로 뻗어갈 가능성이 있다. 요즘 주식시장에 이같은 양상이 그대로 나타난다. 네 번째가 도시 문제다. ‘언택트’(비대면) 하면서 지하철이 꽉 찬다면, 될 것이 없다. 결국 새로운 도시가 올 것이다. 중소형, 마을 중심의 새로운 도시가 온다.

그 다음은 ‘케이-허브’다. 봉준호 감독, 방탄소년단(BTS)가 나왔다. ‘K-방역’도 나왔고 한국 프로야구도 주목받는다. 전세계적인 위기에서 한국이 제일 빨리 탈출할 수 있다. ‘드라이브 스루’는 다른 나라는 생각도 못했는데 우리는 했다. 새로운 영역의 외교 역량이 나올 것이다. 미·중 갈등이 심해지는데 그 많은 아시아 본부들이 한국으로 올 수 있는 결정적 계기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회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본격화됐다.

▶디지털 시대에 진입하면 일자리에 영향을 주고 1인 기업이 늘어나면서 불안전성이 높아진다. 또 ‘120세 인간’이 나온다. 1901년 기대수명 38세, 1970년대는 62세, 2018년 82세, 이제 120세가 되면은 뭐 먹고 살 것인가. 세금이 계속 걷힐 것이라 생각하는데 냉정하게 봐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들이 쓰는 의료보험료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게 돼있다.

이것을 보면 김 전 대통령이 얘기했던 ‘생산적 복지’를 진화시켜서 ‘참여소득’을 만들어야 한다. 참여해야 소득이 생기는 방식이다. 정말 어려운 분들이 돈 받는 것과 구분해야 한다.

지난해 미국 국회에서 로버트 의원과 페이팔 창업자가 논쟁이 붙었다. 지난해 다보스포럼(WEF·세계경제포럼) 주제가 ‘빅데이터는 누구 것인가’ 였다. 종합적으로 보면, 자신의 데이터가 이용되면 소득이 생기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의료정보 역시 그냥 뺏기는 게 아니고 활용되면 소득이 생기는 방식이다. 미래학자들에 따르면 집에서 대부분 60%의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집에서 일어나는 데이터를 주면 집이 공짜로 생긴다는 얘기를 한다. 데이터가 생산되는만큼 보상을 받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데이터 거래소’도 필요하다.

또 하나는 ‘품앗이 전략’이다. 지금 아이 하나 맡기면 180만원씩 준다. 엘리베이터 안내판에 붙이고 돌봐줄 분을 찾는다. 이것이 아니라 누가 몇 시부터 몇 시, 누구는 다른 시간 등으로 역량을 나누는 것이다. 돈으로 지불하지 않아도 나에게 서비스가 온다. ‘사회적 도토리’ 같은 것이다. 누구는 아이 봐주고, 누구는 영어를 가르쳐준다. 지불 비용을 줄이면서 돈이 생기는 것과 같은 효과다. 참여소득, 즉 기여한만큼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생활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신촌 가보면 월 100만원을 써도 대학생들이 못 산다. 중소도시는 싸다. 중소도시에 일자리, 교육, 의료가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는데 이제 디지털로 가능하다. 그래서 ‘스마트 도시’를 얘기한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 자기 집은 작다. 공용공간은 크다. 식당도 있다. 점심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식사하시고 오후 3시되면 아이들이 학교 다녀와서 간식도 먹는다. 큰 커뮤니티 센터도 있다. ‘디아밸 센터’라고 했다. 디지털 아날로그 밸런스 센터. 아이들이 거기 오면 영화도 보고 공부도 한다. 국제회의 시스템도 있다. 출퇴근도 안하니까 시간도 남는다.

소득만 이야기할 게 아니고 저비용사회로 어떻게 진입할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주거비, 교육비, 통신비, 교통비를 어떻게 줄일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120세까지 산다. 고비용 사회, 이런 삶의 방식을 그대로 놔두고 몇십만원씩 주면 무엇하나.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지난달 16일 당선이 확실시 되자 선거캠프에서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참여소득과 관련, 국회 역할은 무엇으로 보나.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헌혈도 착하다는 것에만 기대지 말고 헌혈자들에게 의료 보험 할 때 할인혜택도 주고 본인이 동의하면 의료 정보로 ‘페이백’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짜야 한다. 사회적으로 참여만큼 자꾸 대가를 받는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한 것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이 있어야 하고, 유지되고 거래되는 사회 시스템를 짜야한다. 사회안전망 중 기본소득을 세금으로 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취약한 논리 구조다. 세금 낼 사람은 줄고 세금 쓸 사람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새 시대, 새로운 진보. ‘진보의 대전환’에 대한 국민 관심도 높다.
▶가운데를 쥐는 것, 진보와 중도가 단단히 결합하는 것이라고 본다. 새로운 시장을 지향하는 것이다. 성장과 가치가 함께 진화하는 혁신 경제로 가는 길이다. 시장 실패가 드러났다. 그러나 시장을 버릴 수 없다. 성장과 가치를 함께 지향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 혁신 경제를 만드는 게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능력 있는 진보다.

인도에선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가슴이나 가난을 구제하는 것은 머리’라는 말이 있다. 정책과 방법이 옳아야 한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진보정책연구소를 만들고 중도를 잡아서 집권에 성공했다. 중도라는 것은 성장의 가치도 알고 복지의 가치도 아는 것이다.

그냥 성장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로서 성장하려면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는 ‘386세대’가 젊은 세대를 대대적으로 진작시키자고 한다. 신인류 에너지를 전면에 드러내고 386세대가 허리가 돼야 한다. 이들은 훨씬 독자화됐다. 디바이스를 주면 나 같은 사람은 사용설명서 보고도 땀을 뻘뻘 흘린다. 이들은 바로 작동한다. 또 국제화돼있다. ‘디지털 테스트베드’ 경제로 빨리 넘어가야하는데 그 세대들이 역사의 주인공이 되도록 우리가 노력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게 나쁜 일이 아니다. 자식이 잘 되는 일이다. 386세대가 두려움을 갖지 말고, 내 자식이 더 좋아진다고 생각해야 한다.(웃음)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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