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김무성 방을 '재선' 정운천이 차지한 사연

[the300][300소정이]소소한 정치 이야기

김민우 기자 l 2020.05.28 06:37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의 제21대 총선에서 낙선한 한 의원실 앞에 내놓은 짐들이 쌓여있다. 21대 국회는 오는 5월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2020.5.13/뉴스1


왜곡된 선거법 개정의 산물로 탄생한 비례위성정당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거대 양당은 비례의석에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꼼수' 위성정당을 창당했고 선거가 끝나자 없었던 일처럼 합당을 결의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게임 속에서 수혜를 받은건 미래한국당 당선인들이었다. 합당 전 의원회관 의원실을 배정받으면서 소위 '명당'을 차지하게됐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각 정당은 당선인들의 의원회관 의원실 배정작업을 마무리했다. 의원회관은 통상 국회 사무처가 정당별로 구역을 정해주면 각 당이 의원들과 협의해 배분한다.

이에 따라 국회 사무처는 더불어민주당에 177개, 미래통합당에 84개, 미래한국당에 19개, 정의당에 6개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에 각각 3개의 의원실을 배분했다.

사무처가 의원실을 할당해주면 각 정당은 통상 지역구 의원의 선수와 나이를 고려해 우선 배정한다. 선수가 같으면 나이가 많을수록 의원실 우선선택권을 부여한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배정을 마친 후 남은 자리를 비례순번에 따라 배정한다. 

그러나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아직 합당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의원실을 배정받았고 미래한국당은 이를 토대로 의원들에게 의원실을 배정했다.

과거 같았으면 비례대표 당선인들은 밖이 보이지 않는 통로쪽 의원실을 배정받았겠지만 미래한국당 당선인들은 대부분이 선호도가 높은 '명당'을 배정 받았다.

미래한국당 당선인 19명 중 14명이 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6~8층을 배정받았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당선인과 소아마비를 앓은 이종성 당선인은 엘리베이터와 인접한 601호와 707호에 각각 배정됐다.

그밖에 지성호(620호), 박대수(622호), 서정숙(708호), 조태용(709호), 신원식(745호), 한무경(822호), 윤창현(826호), 전주혜(827호), 윤주경(828호), 최승재(830호), 조명희(843호) 당선인들도 '로열층'에 자리를 잡았다.

특히 미래한국당 내 최다선인 '재선' 정운천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를 하면서 국회를 떠나게된 5선 김무성 의원이 사용하던 706호를 사용하게됐다.

미래한국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층인 허은아(327호), 정경희(335호), 이영(337호), 이용(338호), 조수진(339호) 당선인은 3층을 배정받았다.

3층은 저층인 탓에 창밖풍경이 그리 좋지는 않은 곳이다. 그러나 3층은 전직 대통령과 인연인이 많은 '길층'(吉層)으로 불린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328호)과 이명박 대통령(당시 312호)이 의원 시절 3층을 사용했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329호)와 무소속 이인제 의원(327호),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325호) 등 역대 대선 후보들도 3층을 사용했다.

이처럼 지역구 당선인들보다 비례대표 당선인들이 더 좋은 의원실을 배정받다보니 미래한국당과 합당을 앞두고 있는 미래통합당에서는 비례대표 당선인들의 의원실 배정을 다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통합당 지도부는 '화합'차원에서 의원실을 다시 배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어린 애들한테 조차도 사탕을 줬다가 뺏는 경우는 없지 않냐"며 "이미 배정된 의원실을 다시 배정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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