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초선의원의 세계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대한민국4.0’을 열 21대 국회를 기대하며

정진우 기자 l 2020.06.01 05:15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에서 당선된 한 초선 의원은 최근 한달여 열심히 경제 공부를 했다. 각종 세미나를 찾아다녔고, 경제 전문가들을 만나 현안을 분석했다. 20대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당내 경제 공부 모임에도 참석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했다. 이 의원은 모임에 참석한 재선 이상의 다선 선배 의원들에게 “자료가 너무 오래된 것 같다”며 “국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을 위해 더욱 전문적인 경제 공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또 다른 초선 의원은 5월초부터 당내 코로나19(COVID19) 태스크포스(TF)팀 정책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선인 신분이었지만, 국가적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정책을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 비공개 회의땐 당 대표에게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특정 법안을 언급하며 “이 법을 왜 통과 시켰는지 궁금하다”며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이 법이 시행되면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여야 초선의원들이 총선이 끝난 후 지난 한달 반동안 의정활동 준비를 위해 열정을 쏟아냈다.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관심 이슈를 공부하는 의원들도 있었고, 지역구 현안을 파악해 법안 발의를 준비한 의원들도 많았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초선의원은 모두 151명. 전체 국회의원 300명의 절반을 넘는다. 초선의원들은 4년 임기가 시작된 지난 5월30일, 너나할 것 없이 “오직 국민만 바라보면서 소신을 지키며, 국민의 더 나은 삻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등의 다짐과 설렘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새로운 얼굴이 반 이상 바뀐 21대 국회는 과거와 전혀 다른 '새로운 국회'가 돼야한다는 게 국민적 열망이다. 하지만, 전직 국회의원들과 국회에서 10년 이상 오래 활동한 보좌진들은 “지금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초선의원들도 변할 것”이라고 말한다.

초심을 지키기 힘든 대한민국 정치 환경 탓이다. 초선의원의 꿈은 재선이다. 공천을 받아야 재선을 할 수 있다. 당 대표 등 지도부 눈밖에 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부할 시간은 줄고, 당내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일에 신경을 쓴다. 또 소신보다 당론에 따라 거수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 초심은 어느 순간 사라진다. 그럭저럭 4년을 보내면서, 재선만 준비한다.

20대 국회는 물론 19대, 18대... 역대 국회에서 늘 그랬다. 많은 초선의원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국회에 입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신뢰를 잃은 기성 정치인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자신이 왜 정치를 하는지도 까맣게 잊는다. 초선의원들이 늘 경계하고 조심해야한다.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지 성찰하며 끊임없이 자문해야한다.

국민들은 코로나19(COVID19)로 전대미문의 위기앞에 놓인 대한민국을 구해달라며 ‘코로나 위기 극복 전사’로 이들 초선의원을 선택했다. 또 진영에 갇히지 않는 새로운 대한민국, ‘대한민국4.0’ 시대를 열라고 초선의원들에게 명령했다. 의원들은 곧 국회 본회의장에서 다음과 같은 ‘선서’를 통해 국민에게 응답할 예정이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의원이 됐을 때 하는 이 선서는 국민과의 약속이자 맹세다. 초선의원들이 4년간 이것만 지켜도 대한민국은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국가이익’ 앞에선 여야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을 지켜줄 법안이 최우선시 되고, 여야가 진영 갈등에 빠져 다투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초선의원들의 4년에 대한민국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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