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심장 '국회 228호', 민주당 파란색 습격 사건

[the300]

박종진 기자, 김상준 기자 l 2020.06.01 16:45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6.01. photocdj@newsis.com


웬 파란색인가. 주말 사이 임기가 시작된 제21대 국회의 첫 출근일인 1일 미래통합당이 회의실로 쓰고 있는 국회 본청 228호에 걸린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변화 그 이상의 변화'

정당이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을 넣는 백드롭(배경 현수막)에서 앞에 변화는 '파란색' 뒤에 변화는 '분홍색'으로 적었다. 파란색은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 분홍색은 통합당의 상징색이다.

요컨대 통합당은 향후 민주당을 뛰어넘는 변화를 보여주겠다고 강조한 셈이다.



김선동 사무총장의 첫 백드롭 세팅…민주당은 '일하는 국회'



'김종인 비대위'가 본격 출범한 첫날이라 백드롭 문구도 고심 끝에 결정했다. 김선동 신임 사무총장이 실무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 만들어냈다.

직전 통합당의 백드롭은 '국민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였다. 총선 참패에 담긴 민심을 헤아리겠다는 각오였다. 비상대책위원회가 닻을 올린 만큼 강력한 변화를 예고하며 보다 도전적으로 백드롭을 새로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는 '일하는 국회 코로나·경제위기 극복'이 백드롭으로 걸렸다. 제21대 국회에 1호 법안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내세운 민주당은 177석의 의석수를 앞세워 강하게 통합당을 압박하고 있다.

'코로나'는 분홍색이다.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강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코로나'라는 단어를 현수막 등에 쓸 때는 통합당의 상징색인 분홍색을 써왔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6.1/뉴스1




보수 심장 '228호'서 터져나온 변화 선언



제21대 국회가 사실상 활동을 개시한 첫날 통합당은 '파란색의 변화'보다 더한 변화를 선언했다. 사상과 이념을 떠나 필요하다면 어떤 정책도 내세울 수 있다는 얘기다. 보수 안방에서 '보수'를 초월하겠다는 의지가 나온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첫 회의를 이끈 국회 본청 228호는 상징성이 크다.

228호는 우리나라 주류를 차지하며 정계를 이끌어온 거대 보수정당의 심장부다. 민주자유당 시절부터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까지 당 대표실(회의실 등)로 사용됐다.

2017년 초 탄핵정국에서 228호의 주인은 새로 창당한 바른정당으로 잠시 바뀌기도 했다. 이후 228호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탄생하는 등 정치 지형이 급변하면서 불과 1년 만에 자유한국당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당시 한국당은 228호를 되찾기 위해 협상 대상자였던 민주평화당에게 224~227호 등 4개 방을 내주기도 했다. 

2018년 4월 한국당은 228호에서 다시 회의를 열 수 있었다. 당시 백드롭 문구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는 강렬한 표현 탓에 관심을 끌었다. 

2020년 6월 제21대 국회가 시작하면서 228호의 새 주인은 김종인 위원장이 됐다. 앞으로 김 위원장이 주재하는 회의는 대부분 여기서 열린다.

이날 첫 회의에서부터 강력한 변화를 촉구하는 비대위원들의 발언이 쏟아졌다. '약자와 동행' '익숙한 과거와 단절' '젊고 패기 있는 정당으로 변신' 등이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0.6.1/뉴스1




김종인 "정강·정책 개편부터"…'보수'는 없다



김 위원장 역시 비대위원장을 수락하면서 '깜짝 놀랄 변화'를 예고해왔다. 내부 반발을 예상하며 "사회주의자라고 비판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달라진 시대에 맞춰 완전히 새롭게 가야 대선에서 승리를 노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통합당 비대위는 정강·정책 개편 위원회를 구성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들에게 "(정강·정책 개편을) 가장 조속하게 시행하자"고 주문했다.

당의 근본 체질, 혈액형부터 바꾸겠다는 뜻이다. 단순히 좌클릭은 아니다. "진보나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고 중도라고도 하지 말라"는 게 김 위원장의 지시다.

백드롭 문구처럼 민주당을 압도하는 변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실용적 해법을 만드는 변화가 핵심이다. 보수의 심장이었던 228호에서 진영 논리를 뛰어넘는 변화가 나올지에 따라 2022년 대권의 향방도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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