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장애' 있어도 총포 소지?…"정신질환 범위 부적정"

[the300]

김평화 기자 l 2020.06.02 14:00
망상장애 등 96개 정신질환 진료기록이 있는 사람도 총포를 소지·사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경찰청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2일 공개했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에 따르면 정신분열병 등 정신질환으로 총포의 안전한 사용을 확신할 수 없다고 전문의가 인정하는 사람은 총포 소지허가를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지방경찰청 등에서 신청인의 진료기록을 조회하는 정신질환의 범위가 적정한지 확인하기 위해 감사원은 경찰병원 등 5개 전문기관에 자문을 의뢰했다. 그 결과 161개 정신질환이 총포 등의 안전한 사용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위 질환으로 진료받은 기록이 있을 경우 전문의 진단서를 제출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공통된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지방경찰청 등은 161개 정신질환 중 65개 질환('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등)으로 진료받은 기록은 조회하고 있지만, 망상장애 등 96개 질환으로 진료받은 기록은 조회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96개 정신질환으로 진료받은 기록이 있는 신청인이 전문의의 진단을 받지 않은 채 기타용도 총포를 소지‧사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경찰청장에게 기타용도 총포 소지허가를 할 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진료기록 조회를 요청하는 정신질환의 범위를 전문기관의 의견 등을 참고해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운전면허 적성검사 연기제도가 부적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청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운전면허 정기・수시 적성검사제도를 운영중이다.

그런데 도로교통법령에는 연기 사유가 소멸된 경우 적성검사 연기자가 스스로 3개월 이내에 적성검사를 받도록 돼있을 뿐, 도로교통공단 등이 적성검사 연기자의 연기 사유 소멸(입국, 군 제대 등) 여부를 확인하는 사후 관리제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자가 연기 사유가 소멸됐는데도 장기간 적성검사를 받지 않고 운전을 계속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감사원은 해외 체류, 군 복무를 사유로 적성검사를 연기한 후 적성검사를 받지 않고 있는 6만1294명(해외 체류 6만754명, 군 복무 540명)을 대상으로 연기 사유가 소멸됐는지를 점검했다.

그 결과, 해외체류 사유 연기자 6만754명 중 3만571명(50.3%), 군 복무 사유 연기자 540명 중 232명(42.9%)이 연기 사유가 소멸된 날(입국일, 군 제대일 기준)로부터 3개월이 지나도록 적성검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경찰청장에게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연기하려는 자가 연기신청서를 제출할 때 미리 연기 사유 소멸예정일을 제출하도록 했다. 또 미리 제출한 예정일로부터 일정 기한 내에 적성검사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등 적성검사 연기자가 연기 사유가 없어졌는데도 장기간 적성검사를 받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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