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유감' 금태섭 "정당이 검찰과 비슷…이게 과연 정상인가"

[the300]

이지윤 기자 l 2020.06.02 19:39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2.18/사진=뉴스1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법 표결에 기권했다는 이유로 당으로부터 경고 징계를 받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정당이 검찰과 비슷한 일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우리 정치는 정말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2006년 검사 시절 한겨레 신문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검찰개혁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검찰총장 경고를 받은 일이 있다"며 일화를 소개한 뒤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지만 두 가지를 지적하겠다. 우선 첫째는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패스트트랙을 통해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안 사례를 들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사상 초유 '위성정당 출현'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당론에 따르지 않은 사람은 징계를 하면서 민주공화국에서 권력기관보다 훨씬 중요한 선거제를 망가뜨린 일에 대해선 사과조차 없다"며 "정치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당론에 따른 것이라도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선거법 투표 당시 이런 결과를 예견한 몇몇 의원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의사표현을 했다"며 "선거법 개정도 좋은 의도를 가지고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공수처는 반드시 성공한다고 무슨 근거로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일갈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아울러 금 전 의원은 "둘째로는 좀 더 근본적으로 정치인이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라며 "시민의 대표로서 정치인은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시대에나 논란이 되는 문제가 생긴다. 정치인은 그에 대해 고민해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욕도 먹고 지지를 억기도 한다.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런 과정을 통해 가치관과 기준을 정립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의견에 대해서 설령 그것이 잘못된 것일지라도 정치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징계와 같은) 법적인 책임을 들이대면 그런 공론 형성의 과정이 사라진다. 그 폐해는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비판했다.

금 전 의원은 "공수처를 둘러싼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도 (비판이나 이견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며 자신이 공수처 설립법을 논의하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위원으로 배정된 이후 곧바로 배제된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나는 이때 어떤 경위로 이런 번복이 이루어졌는지 전혀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공수처 문제에 제대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토론이 없는 결론에 무조건 따를 수는 없다. 그건 내가 배운 모든 것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남·북·서부지검, 의정부·인천·수원·춘천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19.10.7/사진=뉴스1


금 전 의원은 "아침에 우연히 젊은 정치인의 인터뷰 기사 제목을 봤다. '금태섭, 박용진처럼 소신 있는 초선이 되겠다'였다"며 "소신 있는 정치인이 되려면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되는 이슈에 대해서 용기 있게 자기 생각을 밝히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수만통의 문자폭탄을 받기도 하고 한밤중에 욕설 전화를 받기도 한다. 그걸 감수하는 것이 소신"이라며 "조국 사태와 윤미향 사태 등에 대해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고 국회의원은 국민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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