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이해찬에 "4년전 내 자리"…웃음 속 칼날도

[the300]

박종진 기자, 김상준 기자 l 2020.06.03 12:04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회동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0.6.3/뉴스1


"4년 전에는 내가 여기 앉아 있었는데"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한마디에 폭소가 터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다.

오랜 인연을 이어온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가 거대 양당의 대표로 다시 만났다.

시종 웃음이 감 돈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제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는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사태에) 방역체제는 성공을 했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경제 사회(문제)를 동시에 취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국회가 정상적으로 잘 작동을 해야 빨리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일 중요한 게 개원 문제"라며 "이 대표께서 7선의 가장 관록이 많으신 분이니까 과거의 경험을 보셔서 빨리 정상적인 개원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해주시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하여튼 빨리 원이 구성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원 운영은 종전과는 달리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종전 관행을 따라 의석 수대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하고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를 야당에 줘서 견제 기능을 살려달라는 얘기다. 그렇게 된다면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반면 이 대표는 추경 처리 협조를 요청하면서 원 구성 문제에서는 '5일 개원'이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경제문제가 예상한 것보다 상당히 어려운 것 같다"며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추가경정예산) 처리에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다행스러운 건 외환위기 때는 금리가 높아서 국가부채가 발생하면 이자 부담이 컸는데 요즘은 금리가 많이 내려가 그때만큼 부담이 크지는 않다"며 "빨리 심의를 해서 빨리 통과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개원 문제에는 "(국회법에) 6월5일로 돼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은 지켜가면서 또 협의할 것은 협의하고 이렇게 해나가면 제가 보기에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 협상과 별개로 5일 개원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는 등 제21대 국회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은 국회의 행정부 견제라는 삼권분립 원칙을 살릴 수 있도록 이전처럼 원 구성 협상이 일괄 타결돼야 개원할 수 있다고 맞선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갖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2020.6.3/뉴스1


한편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30년 이상 정치 인생이 엇갈려왔다.

두 사람은 민주화 이후 첫 총선인 1988년 13대 총선에서 맞붙었다. 이 대표가 평화민주당, 김 위원장이 민주정의당 후보로 나서 서울 관악을 선거에서 대결을 펼쳤다.

현역의원이었던 김 위원장은 정치신인인 이 대표에게 4%포인트 표차로 패했다.

2016년에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영입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4년 전에는 내가 여기 앉아 있었는데"라는 발언은 이때를 말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 "당내 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며 이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해 세종에서 당선됐고 선거가 끝난 뒤 복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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