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거부하던 '인건비 선지급' 수용…방위비 협상 영향은

[the300]

권다희 기자, 김평화 기자 l 2020.06.04 05:55


미국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을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타결 전 선지급하는 하자는 한국 측 제안을 수용했다. 인건비 선지급이 불가하다는 기존 미국 측 입장을 바꾼 것으로, 교착상태가 길어지고 있는 SMA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美, 한국의 인건비 선지급 제안 수용


미국 국방부는 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2020년 말까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전원의 인건비를 부담하겠다는 한국 제안을 수용했다"며 "오늘 결정으로 한국이 주한미군 내 전체 한국인 근로자에 2020년 말까지 2억 달러 이상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또 "모든 한국인 근로자들이 6월 중순까지는 일터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약 8500명 중 4000명은 한미 당국의 SMA 타결 불발로 4월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SMA는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얼마를 부담하느냐를 정하는 협정인데, 지난 10차 협정의 효력이 지난해 12월로 끝난 뒤 11차 SMA가 타결되지 못해 급여 지급의 근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협정공백 속에 주한미군은 4월부터 한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했다. 무급휴직이 실제로 일어난 건 SMA 체결이 시작된 1991년 후 처음이다. 무급휴직 현실화 후에도 SMA 타결이 가시화하지 않자 한국 측은 지난 4월 무급휴직 중인 근로자들에게 생계지원금을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의 이번 발표가 앞서 한국의 인건비 선지급 제안을 거부한 데서 선회한 것이란 점도 주목된다.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지난 2월 28일 SMA 타결 전이라도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를 우선 지원하고, SMA 최종 합의 시 이를 포함하는 내용의 교환각서 체결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은 이 제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미국의 입장 선회엔 주한미군 측이 부대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급휴직  장기화가 방위태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미국 내에서 꾸준히 제기돼 오기도 했다. 동맹국에 과도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도 상당하다. 

(평택=뉴스1) 조태형 기자 = 1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정문 앞에서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회원들이 강제 무급휴직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협정 체결 지연으로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 4천여 명은 이날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2020.4.1/뉴스1




협상에 긍정적 신호 vs 교착 장기화 구실



다만 인건비 선지급이 한미 SMA 협상에 궁극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전반적으로는 미국이 한국의 제안을 수용한 만큼 협상 과정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의 제안을 미국이 거부했다 입장을 바꿔 호응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급한 불’을 끈만큼 협상을 장기화할 구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한미간 SMA 협상은 3월말 잠정안 협의 후 교착상태다. 한미는 마지막 대면협의였던 지난 3월 17~19일 7차 회의 후 유선협의를 이어가다 지난 3월말 10차 합의 분담금(1조389억원) 대비 13%를 인상하고 다년 협정을 체결하는 안을 장관급선에서까지 잠정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더 큰 폭의 증액을 요구해 최종합의가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양측의 대면 협상도 당분간은 물리적으로 어렵다.  

한편 주한미군한국인 노동조합은 이날 미 국방부 발표 후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 양국의 인건비 선지원 합의를 환영한다”며 “우리 정부가 지속 제안했던 인건비 선 해결을 미 정부가 받아들이며 극적인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정말 중요한 건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향후 타결 협상 시 이런 상황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명확한 내용이 협상 본문 또는 이행약정서에 명문화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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