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보장한 금태섭의 '기권'

[the300][300소정이: 소소한 정치 이야기]

서진욱 기자 l 2020.06.04 10:23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했다. 금 전 의원이 지난해 고위공직자수사처 법안 표결 때 '기권'한 데 따른 처벌이다. 당시 민주당은 '찬성'을 강제 당론으로 정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일부 당원들의 금 전 의원 제명 청원에 관련, '경고' 처분을 내렸다.

경고는 민주당의 징계 중 가장 가벼운 조치다. 이해찬 대표는 "말이 징계지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징계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강제 당론을 따르지 않은 의원에게 당이 공식적으로 '주홍글씨'를 새겼기 때문이다. 

강제 당론을 어기면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선례를 남겨, 소속 의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금 전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징계는 헌법과 배치되는 측면이 강하다. 헌법 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입법 및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면책 특권이다. 민주당에선 헌법에 규정된 면책 특권이 무시됐다. 헌법보다 당헌당규를 우선한다는 의미인지 민주당에 묻고 싶다.

금태섭 전 의원. /사진=뉴스1.


헌법 위배 소지는 당내에서도 제기됐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투표권 만큼은 스스로 양심에 따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며 국회법 114조의 2항과 헌법 46조의 2항을 언급했다. 

국회의원의 양심적인 직무 수행과 투표권 행사를 규정한 내용이다. 김 최고위원은 "헌법과 국회법 규정과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정당 민주주의 하에서 국회의원의 양심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대단히 중요한 헌법상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강제 당론을 도입한 건 2005년 열린우리당 시절이다. 당시 이라크 파병, 과거사 정리 등 법안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증폭되자, 의원총회 출석의원 4분의 3 이상이 동의한 강제 당론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의 강령·당헌·당규·윤리규범 어디에도 강제 당론을 규정한 내용은 없다. 당원 징계 사유에 ' 당의 강령이나 당론에 위반하는 경우'라고 명시한 게 전부다. 민주당은 2005년 열린우리당 시절 방침이 2020년 금 전 의원의 징계 사유가 된 근거부터 제시해야 한다.

이 대표는 "강제 당론을 안 지켰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 강제 당론 의미가 없지 않냐"며 징계 당위성을 주장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표 시절 "지금처럼 거수기 국회의원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던 그다. 그동안 이 대표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달라졌길래 거수기를 거부한 소속 의원을 징계한다는 걸까.

민주당의 당명에 포함된 더불어는 '포용'을, 민주는 '민주주의'를 뜻한다. 금 전 의원 징계는 포용과 민주주의와 한참 거리가 먼 행보다. 무엇을 위한 징계인지 민주당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한다. 소수 의견을 옥죄는 구태정치와 결별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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