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꼰대·비호감', 통합당 불쌍해…하지만 자신감 가지자" 왜?

[the300]

김상준 기자 l 2020.06.04 10:08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미래통합당 정책위 주최로 열린 제1차 '사이다'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꼰대 정당', '비호감 정당', '불쌍한 보수'. 더불어민주당에서 한 말이 아니다. 미래통합당 정책세미나 현장에서 나온 말이다.

통합당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통합당 사이다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를 포함한 의원 60여명이 참석했다. '사이다'는 '사회 문제와 이슈를 다 함께 해결'의 줄임말이다.

통합당 최다선(5선)인 정진석 의원은 이날 '슬기로운 바른 의원생활, 제21대 국회 활동 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정 의원은 '꼰대'라는 말을 아느냐고 의원들에게 물으며 강연을 시작했다. 정 의원은 "통합당을 꼰대, 비호감으로 보는 여론이 70%가 넘는다"고 했다. 정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통합당 의원들이 막말을 일삼고, 토론 없이 언성만 높였던 행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보수가 지적을 아주 많이 받는다. 이제는 보수가 불쌍하다"며 "보수 정치가 실패한 것이지 보수의 가치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꼰대 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는 품격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꼰대'를 벗어나기 위해선 리더십의 모습이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과정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소환됐다.

정 의원은 "김 위원장이 얼마 전 협력해달라고 하면서 시비걸지 말라고 했다"며 "김 위원장이 '나를 따르라' 리더십을 보일까봐 걱정들 하시는 것 아니냐. 김 위원장도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그게 잘 통하지 않을 것을 잘 아실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1명이 당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의원 전체가 함께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레츠고(같이 가자) 리더십', '올코트 프레싱(전방위적 압박수비)', '103인의 집단지성'을 강조했다.

정 의원은 "숫자가 적으니 하나된 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103명이 집단지성으로 (당을) 끌고 가야 한다"고 했다. "집단지성은 국민, 유권자와 공감에 기반한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 개개인에게 '역량 발휘'를 주문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야당 의원실은 밤 늦게까지 일해야 한다. 야전 벙커처럼 운영하셔야 한다"며 "'지도부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한가한 형편이 못 되니 개개인이 최전선의 전사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대여투쟁하고 비판하고 문제제기 하고 아이디어를 내면서 최전선의 벙커 역할을 해야 한다"며 "특히 (피감기관에게) 자료요구를 많이 하셔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는 국민들이 위임한 권한이라며 피감기관의 정책활동에 문제가 없는지 24시간 감시해야 한다"며 "앞으로 장외투쟁도 쉽게 못한다"고 했다.

자신감을 가지라는 당부도 했다. 정 의원은 "험악한 선거에서 살아남은 초선 의원분들은 대단하신 분들"이라며 "통합당은 42% 지지를 받은 정당이다. 패배의식에 사로잡힐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50% 지지를 받은 정당(더불어민주당)이 100% 지지를 받은 정당처럼 (상임위원회를) 다 먹겠다고 하는데 오래 못 간다"며 "스스로 민주화 세력이라고 하지 않았나. 민주화 세력을 참칭(분수에 맞지 않는 호칭을 스스로 부름)한 세력들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 페이스(흐름)대로 가면 된다. 절대로 기죽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민주당 말고 국민을 두려워하자고 했다. 정 의원은 "국회의원 되면 무서울 게 없다. 딱 하나, 우리 국민만 무서워 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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