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이 비판하자 '3번' 말 끊은 김종인…어디서?

[the300]

김상준 기자 l 2020.06.04 12:02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예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불평등에 주목을 하셔서 앞으로 우리 사회가 조금 더..."(심상정 정의당 대표)
"여당 편만 들지말고 야당하고 협력해서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도록 해줘야지"(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번 말을 끊었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하던 말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이 심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다.

김 위원장은 4일 오전 국회에서 심 대표를 예방하고 대화를 나눴다.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심 대표는 김 위원장을 향해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중책을 맡으셨다. 그래도 축하드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고생길이 훤한 사람한테 축하할 게 무엇이 있느냐. 이번 선거 결과가 예상대로 안 돼서 상당히 섭섭하시겠다"고 위로했다.

심 대표는 "감사하다"고 짧게 답한 후 김 위원장이 이날 공식화한 '기본소득 필요성'에 대해 "(정의당은) 대환영이다"고 했다.

심 대표는 '김종인 체제' 이전 통합당을 비판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정책 경쟁'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그럴 수밖에 없다"며 화답했다.

심 대표는 "그동안 통합당의 레퍼토리는 2가지였다. 하나는 북한탓, 하나는 대통령 탓"이라며 "그래서 정책이 끼어들 틈이 없었는데 위원장이 오셔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 실용을 추구한다고 하니 드디어 정책 경쟁이 가능한 국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정상적인 나라라면 정치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방법밖에 없다"며 "좌우, 진보·보수 논쟁 자체가 국민 생활과 관계 없다고 본다. 실질적인 정책 경쟁을 통해 국민 생활에 기여해야 한다"고 답했다.

심 대표는 김 위원장이 전날(3일) 밝힌 '실질적·물질적 자유'에도 기대를 표했다. 심 대표는 "자유와 평등은 동반자다. 자유 없이 평등 없고 평등 없이 자유 없다"며 "아마 통합당에서 민생에 한발 다가서면 국민 삶이 열 뼘은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일침'은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나왔다. 심 대표는 "꼭 말씀드려야 하는 한 가지가 있다"며 입을 뗐다.

심 대표는 "(어제) 형식적 자유를 비판하셨는데 그동안 통합당은 의미없이 형식적 자유만 주장한 것 아닌가 한다"며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의 '탐욕의 자유', '무한축적의 자유'를 옹호해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삼성의 탈법적 자유는 적극적으로 지지했지만 삼성 노동자들의 노조할 자유는 반대했고, 부동산 부자들의 무한축적 자유는 적극 지지했지만 서민들의 주거 안정 자유는 외면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부동산 갖고 돈을 벌려는 자유는 과거 민정당 시절 내가 적극적으로 제제한 사람 중 하나다"며 "삼성 같은 데가 오늘날 곤욕을 겪는 것은 과거에 지나칠 정도로 시대감각에 역행해서 마치 노조 없는 회사가 능사인 것처럼 하다가 오늘날 스스로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호응했다.

심 대표의 비판이 계속되는 듯 하자 김 위원장은 말을 끊기 시작했다.

심 대표가 "불평등에 주목을 하셔서 앞으로 우리 사회가 조금 더..."라고 하자 "보니까 심 대표가 여당 편만 들지 말고 야당과 협력해서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했다. 장내에는 잠시 웃음이 번졌다.

심 대표가 "통합당이 불평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시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열심히 경쟁하는..."이라며 하던 말을 이어가자 김 위원장은 또 말을 끊고 "정당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평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심 대표가 "김 위원장의 구상이 잘 구체화됐으면 좋겠고 청년..."이라며 청년 관련 이슈를 이야기하려고 할 때 말을 끊었다. 김 위원장은 "여당이 너무 거대여당이 돼서 오만에 빠져 모든 것이 뜻대로 된다고 생각하면 과거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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