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軍·청와대핫라인도 차단..180도 바뀐 김여정

[the300]런치리포트(종합)

권다희 기자, 김성휘 기자, 김평화 기자 l 2020.06.10 04:23
[서울=뉴시스] = 북한 노동신문이 농근맹원들과 농업근로자들의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등을 규탄하는 항의군중집회가 지난 8일 열렸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노동신문에 '동족대결에 환장이 된 인간쓰레기들을 이 땅에서 영영 쓸어버리자'는 제목으로 게재된 관련 기사.(사진=노동신문 캡쳐)2020.06.09. photo@newsis.com

북한이 9일부터 남측과의 모든 직통 연락채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뒤 곧바로 이를 시행했다. 정부는 "남북간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임으로 남북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유지했다. 북측이 예고한대로 추가행동에 나설 지 여부가 주목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12시 북측과 통화 연결을 시도하였으나, 북측은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낮 12시는 북한이 모든 직통연락선을 끊겠다고 밝힌 시점이다. 북측은 앞서 이날 오전 9시 정기적으로 이뤄지던 개성 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통화·군통신선 교신에 모두 불응했다. 

북측이 매일 9시, 오후 4시 이뤄지는 군통신선 정례 교신에 응하지 않은 건 이 채널이 2018년 복구된 뒤 2년만에 처음이다. 북측은 양측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핫라인) 교신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북한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2020년 6월 9일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하여 유지하여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 통신연락선, 북남 통신시험연락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 폐기하게 된다"고 밝힌 뒤 곧바로 이를 이행한 것이다.

이날 북한 매체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전날 진행된 대남사업 부서들의 사업총화 회의에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며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하고 우선 먼저 북남 사이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 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라고 전했다.

북한의 연락채널 폐쇄는 2018년 1월2일 후 2년5개월만이다. 북한이 2016년 2월 개성공단 중단에 반발해 연락을 끊은 뒤 약 2년간 직통채널이 막혀 있었다가 2018년 1월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고, 이를 계기로 2018년 1월 2일 연락채널이 복구됐었던 것이 이날 다시 닫힌 것이다. 북측은 연락채널 중단을 전통문 등으로 남측 당국에 별도로 통지하지 않고 북한 매체로만 발표했다고 한다.
[평양=AP/뉴시스]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강력히 반발하며 "남측이 이를 방치하면 남북 군사합의 파기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호찌민의 묘소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2020.06.04.

정부는 이날 북한의 조치와 관련, 남북합의가 유지돼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간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임으로 남북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며 "정부는 남북 합의를 준수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청와대는 통일부 발표가 정부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통일부는 북한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5일 발표)에 대해서도 지난 7일 "정부의 기본입장은 판문점 선언을 비롯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준수하고 이행해 나간다는 것"이란 원칙적 입장을 내놨다.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대남비난 담화를 내놓은 직후 브리핑을 열어 전단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즉각적 대응을 한 것과 다르게 원칙적이고 간략한 입장을 이번에도 내놓은 것이다.

북한이 이날 통신 중단을 '첫단계'로 언급, 추가 행동을 시사한만큼 다음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조치가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격폐하고 불필요한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단계의 행동"이라며 추가 조치를 시사했다.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 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단 완전철거,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북측이 가장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연락차단에서 시작해 가장 파장이 클 수 있는 군사합의 파기까지 진행하며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켜 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소띤 메신저 김여정, 왜 대남 적대정책 선봉 됐나


이번에도 김여정이다. 하지만 다른 김여정이다. 

북한이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삐라) 활동을 빌미로 9일 남북간 직통 통신연락선을 끊는 행동에 나섰다. '삐라 국면'에 방아쇠를 당긴게 김여정 노동당 제1 부부장이다. 

그는 지난 4일 대북전단을 강력비난하는 노동신문 담화를 본인 명의로 냈다. 북한 매체는 그가 대남정책을 총괄한다고 공식화했다. 백두혈통이라는 공고한 '위상'을 바탕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행위까지 분담하는 '역할'에 나선 것이다. 

대남 비난의 선봉으로 '변신'한 것도 눈에 띈다. 2018년 남북 화해무드 때 오빠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사이 가교로 뛰었던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이후 남북 교착상태 중에도 김여정의 존재감은 상승세다. 지난해 10월 백마를 탄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 등반 수행은 극적인 장면이다. 올들어서도 김 위원장 밀착수행은 여전한 가운데, 단순한 수행자를 넘어 최고지도부의 일원에 이름을 올렸다.

통일부가 해마다 발간하는 '북한 주요인물정보'에도 그의 경력은 △지난해 3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지난 4월 당 정치국 후보위원 재진입 등이 추가됐다. 

김여정은 이처럼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대남 정책 총괄자로 비난 담화를 냈다. 북한으로선 절묘한 카드다. 우선 김여정의 활동은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김여정의 대남 비난에 그만큼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 담긴 셈이다. 

반면 '파국'까지는 이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줄타기이기도 하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적어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과 인간적 교감, 신뢰, 스킨십을 가져온 걸로 안팎에 선전해왔다. 이제와서 김 위원장이 직접 한국 정부나 문 대통령을 비난할 경우 남북관계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악화 국면에 드는 신호가 된다.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평양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8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6.08. photo@newsis.com


두 남매의 역할분담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북한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했는데 조선중앙통신은 자립경제 등 인민생활 개선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대남메시지는 다루지 않았다. 자신은 경제 등 북한 내부 결속 메시지, 김여정은 대남 메시지로 분리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편 김여정의 등장은 우리측에 일종의 '충격'을 주는 효과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2018~2019년 대남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2018년 특사 자격으로 서울에 왔을 때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과 따로 식사를 할 정도로 스킨십을 가졌다. 

그런 김 부부장이 돌연 대남 공격수로 나서 거칠게 문 대통령을 비난하고있다. 게다가 9일 북한은 청와대와 직통연락선 즉 핫라인도 끊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참전'을 끌어내 대남 메시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北 5.24·개성공단 중단 때도 연락 끊었다…단절→복원 전례보니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9일부터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군 통신선, 판문점, 청와대 직통전화 등 모든 남북간 직통 연락채널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남북간 단절이 다시 시작됐다.

북측은 이날 북한매체를 통해 이날 낮 12시부터 모든 남북간 직통연락채널을 끊겠다고 밝힌 뒤 이날 오전 연락사무소와 군통신선, 국제상선공통망(핫라인) 교신에 일제히 불응했다.

이번 직통전화 채널 폐쇄는 지난 2018년 1월2일 연락채널이 복원된 뒤 약 2년5개월만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남북관계가 악화하던 시점에 통신을 중단했다가 이후 이를 재개하곤 했다.

북한은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대한 반발로 지난 2016년 2월12일부터 군통신선·판문점 연락통로를 닫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의향을 밝힐 때까지 약 2년, 23개월간 불통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 신년사 발표 다음날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 고위급회담 개최와 함께 연락채널 복원을 제의하면서다.

그보다 앞서 2013년엔 3월 8일 부터 6월 6일까지 3개월간 연락이 중단됐다. 북측은 박근혜 정부 초기인 이 무렵,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 및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이유로 '판문점 연락통로 폐쇄 및 남북직통전화 즉시 단절'을 발표했다.
[연평도=뉴시스]최진석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창린도 방어부대서 해안포 사격을 지시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가운데 27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개머리해안 포문이 닫혀 있다. 2019.11.27. myjs@newsis.com


다시 이어진 건 북측이 먼저 남북 당국 접촉을 재개하면서다. 북측이 판문점 연락통로 재개를 통보하며 채널이 다시 살아났다.

2010년엔 정부의 5.24 조치를 이유로 북측이 또다시 연락 창구를 닫았다. 이틀 뒤인 5월26일 중앙위 명의 전통문을 보내 판문점 연락대표사업 완전중지, 통신연계단절을 통보했다. 7개월 후인 2011년 1월11일 북측이 먼저 남북당국회담을 제의하며 채널이 복원됐다.

2008년 11월엔 북측이 남측의 유엔총회 북 인권결의안 공동제안을 이유로 직통전화 단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2009년 8월 김대중 대통령 북측 조문단이 서울을 방문하고, 같은 달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을 계기로 북측이 남북연락채널 정상화 전통문을 보냈고, 채널이 다시 복구됐다.

1980년대 이전에도 두차례 연락중단 시기가 있었다. 1980년 9월 북측이 일방적으로 남북총리회담 실무접촉 중단을 선언한 뒤 1984년 9월까지 4년간의 단절이 이어졌다. 북측 수재물자 지원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이 1984년 9월 18일 열리며 연락이 재개됐다.

1976년 8월에는 '판문점 도끼사건'으로 북측이 일방적으로 직통전화를 중단했다가, 3년 5개월 뒤인 1980년 2월 남북총리회담을 위한 제1차 실무대표 접촉으로 전화선이 다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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