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충청·호남·영남·제주' 유일 與 여성의원, 양향자의 정치

[the300][300인터뷰]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지윤 기자, 권제인 인턴기자 l 2020.06.20 06:30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양향자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국회의원 163명 중에서 여성은 20명, 이마저도 19명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편중됐다. 최고위원과 전국여성위원장을 거쳐 광주 서구을에서 당선에 성공한 양향자 의원이 호남을 포함해 강원·충청·영남·제주 등 비수도권 지역을 대표할 유일한 여성 의원인 셈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지난 9일 국회에서 만난 양 의원은 "지방으로 갈수록 여성 정치인이 살아남기 힘든 정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당선 이후에도 개인적 행복감은 단 하나도 없다.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어깨가 무거울 뿐이다. 다만 국회를 내 집 삼아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 7호'로 영입된 양향자 삼성전자 상무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입당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2016.1.12/사진=뉴스1



#원외에서 결국 원내로…'낙선의 교과서'


'민주당 유일 비수도권 여성 의원'이라는 수식어 이외에 양 의원은 '낙선의 교과서'라고도 불린다. 그는 2016년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의 영입으로 입당한 이후 20대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하지만 곧바로 최고위원에 도전, 유은혜 의원을 꺾는 이변을 만들었다. 그는 21대 총선에선 75.83%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에 성공했다.

양 의원은 원외 인사로 활동했던 지난 4년을 떠올리며 "최고위원으로 2년 동안 국회에 출입했지만 마땅한 사무실이 없어 카페를 전전했다. 의원에겐 혹시라도 부담이 될까봐 말을 못했다. 회의가 끝나면 어디론가 떠나가야 하는 떠돌이 같은 느낌이 들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모든 걸 혼자 해왔기에 이젠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고 웃어보였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양향자 여성 최고위원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2016.8.27/사진=뉴스1



#'쓰임' 고민하는 정치인…최고위원 출마는?


양 의원은 거침이 없다. 도전할 땐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만 본다. 삼성전자 첫 고졸 출신 임원 등 수많은 경력이 이를 말해준다.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 부의장 탄생으로 여성 의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지금, 양 의원에게 오는 8월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쓰임'을 말했다.

그는 "제가 4년 전 최고위원에 도전한 이유는 '정권교체'라는 목표 아래 호남 출신으로서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그때는 호남이 가장 어려웠다. 그렇기에 과감하게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확답을 하기 어렵다"며 "경제인 출신 여성으로서 내 쓰임이 당에 계신 그 어떤 분보다 확실하다고 생각이 들면 담대하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5일 오후 광주 서구 금호동 양향자 캠프에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서구을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보이자 지지자들 앞에서 웃으며 당선소감을 말하고 있다.2020.4.15/사진=뉴스1



#경력단절 해법은 '돌봄육아'


유리천장을 깬 인물이라 평가받지만 홀로 나아가지 않는다. 수많은 여성의 삶을 함께 고민하며 해법 찾기에 나선다. 양 의원은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국가적 돌봄육아시스템 확대 구축'을 제안했다. 국가가 '육아전문가', '교육전문가' 등의 자격증을 만들고, 이같은 자격을 획득한 노인 세대와 돌봄이 필요한 가정을 일대일로 매칭해 관리하자는 구상이다.

양 의원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일을 병행하는 것은 '이중고'가 아닌 '이십중고'"라며 "저는 다행히 시댁에서 아이를 봐주셨기에 기업에서 30년 동안 일했지만 저같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 국가가 육아를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양 의원은 "사회에서 결혼할 여건부터 만들어줘야 한다"며 청년·신혼주택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김평화 기자



#21대 국회 최우선 과제, '일하는 국회'


양 의원은 '개헌'을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의 변곡점이 될 21대 국회는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의 정치구조부터 타파해야 한다는 것. 양 의원은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는 위기는 기존과 완전히 다르다"며 "개헌을 포함해 대한민국의 총체적 설계를 다시 디자인한다는 마음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비롯해 양 의원은 '일하는 국회'로의 전환을 21대 국회의 과제로 꼽았다. 20대 국회는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로 '동물국회', 역대 최악의 법안처리율로 '식물국회' 오명을 얻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이므로 이에 부응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경제국회·민생국회·미래국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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