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내돈" 착오송금 구제법, 이번에는 국회 문턱 넘을까

[the300]

박종진 기자 l 2020.06.12 06:03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지난해 10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한국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한 국점감사에서 업무현황보고를 하고 있다. 2019.10.14/뉴스1


실수로 잘못 입금한 돈을 보다 손쉽게 돌려받는 방안이 제21대 국회에서 재추진된다.

제20대 국회 막판 법안 처리에서는 우선 순위에 밀렸지만 새 국회에서는 처리 가능성이 높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간편송금 등 비대면 거래에서 '착오 송금'이 발생했을 때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중간에서 이를 해결토록 하는 게 골자다.

주요 내용은 △예금보험공사의 업무범위에 착오송금 피해 구제업무를 추가 △착오송금구제계정을 신설 △착오송금 관련 부당이득반환채권 매입과 회수 등에 소요되는 부대비용에 재원 근거 마련 △자금이체 금융회사, 중앙행정관청,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착오송금 수취인의 반환불가사유, 인적사항 등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함 등이다.



예보가 대신 물어주는 법…"국가가 왜 나서나" 지적에 표류


소위 '착오송금 구제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제20대 국회에서 민병두 당시 정무위원장이 2018년 12월 대표 발의했었다.

현재는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하거나 보내야 할 돈보다 더 많은 액수를 입금했을 때 받은 사람(수취인)이 돌려주면 문제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소송을 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수취인이 연락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

개정안은 예보가 착오 송금을 한 사람한테 대신 돈을 돌려주고 나중에 수취인한테 소송 등으로 받아내는 방식이다.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는 금융거래 환경에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거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금융위원회와 예보 등 금융당국도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20대 국회 당시 개정안은 2019년 10월24일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논의를 거쳤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어 11월 법안심사 소위에서는 '빅데이터 3법'으로 불리던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들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결국 올해 제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임기만료 폐기되고 말았다.

제21대 국회에서는 처리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당시 야당의 김종석 간사 등은 금융거래에서 개인의 책임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거나 재정이 투입돼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제20대 국회서 "80%만 준다, 재정 투입 없도록 한다" 당국 설명에도 처리 무산


그러나 금융당국 등은 정부 출연 근거를 삭제하고 예보도 비용을 추가 부담하지 않는 선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혀 야당의 우려를 반영했다.

돈을 잘못 보낸 사람한테 예보가 80%만 먼저 주고 나머지 20%는 소송비용 등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라도 재정이 들어가는 부분은 없도록 하겠다고 지난해 10월 법안심사소위에서 밝혔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당시 법안심사소위에서 "예보가 비용을 추가로 부담을 하면서까지 하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도 재정이 투입되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예보에 따르면 통상 연간 12만건 정도 착오송금이 발생하는데 이중 절반인 6만건은 자발적으로 반환이 되고 나머지 6만건이 문제가 된다. 금액으로는 약 350억원이다. 소급해서 1년은 동시에 보호하게 되면 시행 첫해 재원은 약 700억원으로 예보는 추산했다. 



제21대 국회서 "예보가 해결은 하되, 돈은 나중에 준다" 재원 문제도 없애 '통과 가능성'↑



제21대 국회에서 양경숙 의원의 개정안은 한발 더 나아갔다. 제20대 국회에서 야당의 지적을 반영해 예보가 먼저 돈을 주는 방식이 아닌 나중에 받아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매입은 하되 돈은 '후지급'한다. 소급해서 1년을 동시에 보호하는 부칙도 넣지 않았다. 

법안에는 구체적으로 담지 않았지만 예보와 사전에 교감해 '확실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착오송금을 한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예보가 중간에서 돈을 받은 사람의 연락처를 알아내서 연락해주니 보다 쉽게 돈을 찾을 수 있다. 통상 공공기관이 연락해서 안내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돈을 돌려주기 때문이다. 간혹 주지 않고 버티는 사람이 있더라도 예보가 소송을 해준다. 

이 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초기 재원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졌다. 물론 공공기관인 예보가 해당 업무를 맡는 것 자체가 '비용'이라고 볼 수는 있다. 예보는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서 상당수 직원들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국민들이 비대면 금융거래를 이용하는 금융환경을 고려하면 공공기관이 이 정도 '서비스'는 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최대 걸림돌이던 재원 문제도 없앴다. 제21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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