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협' 정치, 새로운 '정쟁(정책경쟁)'으로 가는 길

[the300][대한민국4.0, 일하는 국회]

이원광 기자, 강주헌 기자 l 2020.06.20 05:30

편집자주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의 복원'이 절실하다. 정치·경제적 산적한 과제, 계층·계급·진영간 갈등 해소, 사회적 대타협 등 모두가 중요한 문제라고 동의하면서도 눈앞의 이해관계 때문에 놓치는 이슈다. 코로나19(COVID19)로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으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고민해야 하는 지금,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대한민국4.0‘을 이끌어야 할 21대 국회에 ’일하는 국회‘를 제언한다.


①'21대 국회' 시동…'한달 전' 약속 지킨다
-여야의 약속...이번엔 '꼭'

21대 국회가 임기 개시 약 3주만에 기재개를 켠다. 여야가 긴장감을 높일수록 ‘일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 명령이 무겁게 다가온다. 한달 전 여야 의원들 80여명이 공감한 ‘대한민국 국회의원 헌장’을 돌아볼 때다.

머니투데이는 지난달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4.0 포럼’(새로운 국회를 위하여)을 열고 ‘대한민국 국회의원 헌장’을 공식 발표했다. 헌장의 5가지 키워드는 △일하는 국회 △민생 △소신 △소통 △존중 등이다.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나온 국민들의 요구와 ‘대한민국 4.0을 열자’ 기획을 통해 받아 본 오피니언 리더 및 독자 반응 등이 총 망라된 결과물이다. 20대 국회의원, 학계, 평론가 등 전문가 30여명의 목소리도 반영됐다. 대한민국 정치가 갈등과 분열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보수와 진보, 중도 등 진영의 건강한 의식 회복을 위한 제언이다.

‘일하는 국회’는 여야가 공감하는 핵심 키워드다. ‘일하는 국회법’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후보 시절 내걸은 ‘간판 공약’으로, 그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 일하는국회추진단(한정애 단장)을 꾸리고 ‘당론 1호’ 법안 입법에 속도를 낸다.

미래통합당도 ‘함께 일하는 국회법’을 내놨다. 허은아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여야 모두 상임위 개회 날짜를 특정하는 등 국회가 목표와 성과 없이 싸우는 국회가 아닌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정신을 법안에 담았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 의원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어떠한 경우에도 국회를 정상 운영하라는 국민 명령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핵심은 ‘상임위 중심주의’다. 분야별 입법 의제를 다루는 한편,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 사회 갈등을 완화하는 17개 상임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외)에서 구슬땀을 흘린다는 의미다.

하지만 원 구성 협상을 두고 갈등하는 여야를 보며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은 물론, 압도적 의석수 차에도 반대로 일관하는 야당 모두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

‘민생’을 위해선 ‘일하는 총량’ 뿐 아니라 ‘질’도 중요하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21대 국회 임기 시작 후 465개 법안이 쏟아졌다. 그러나 ‘총량’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일을 하고도 ‘민생’을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쪼개기 법안, 단순용어 바꾸기, 중복 법안 등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 의사진행 발언을 위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정재흥 국회 사무총장 비서실장은 “일부 의원은 충실하게 연구, 검토하고 공청회나 토론회를 거쳐서 완성도 높은 법안 구상을 한 다음 법제실에 요청하나 충실한 준비 과정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압도적 법안 실적의 결과는 압도적 부실”이라고 꼬집었다.

여야 ‘존중’과 ‘소통’은 필수적이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선입견을 가지고 대화에 나서는 것은 ‘타락한 진영 의식’ 그 자체다. 존중과 소통의 시험대였던 원 구성 협상에서 여야가 평행선을 달린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민주당에 흐르는 강경 기류나 통합당의 ‘보이콧’ 시도는 상대를 폄훼하고 소통하지 못했던 ‘20대 국회’ 데자뷰다.

‘소신’은 21대 국회의 숙제다. 176석(탈당·제명 제외)의 ‘슈퍼 여당’으로 거듭난 민주당 뿐 아니라 장기간 국회를 양분해온 통합당 역시 극복해야할 대상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당론’에 짓눌리는 당내 분위기는 다원적, 다층적 현안을 국회가 소화해내는 데 걸림돌이 된다. 최근 불거진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징계 건이나 장제원 통합당 의원의 ‘실리론’이 강경론에 묻힌 점은 아쉬운 지점이다.


②대한민국 국회, '三협' 정치로 '20대 데자뷔' 깨어나라
-협치·협상·협력의 상생정치

‘21대 국회’가 초반부터 ‘삐걱거린다’. 지난 8일로 예정됐던 원 구성 시한을 이번에도 지키지 못했다. 15일 일부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완료했으나 국회 앞날은 ‘시계제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시작된 지 오래나 한국 국회는 제자리걸음이다.

‘협치’를 위한 여야 인식 차에 기인한다. 여당은 ‘속도와 성과’에, 야당은 ‘절차와 과정’에 방점을 찍는다. 여당은 달려나가고, 야당은 멈춰세운다. ‘20대 국회’ 데자뷰다.



與 "조금이라도 빨리" VS 野 "충분한 대화와 숙의"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개최된 ‘대한민국 4.0 포럼’(머니투데이 주최, 국회 후원)에서 ‘20대 국회’가 국민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데 공감했다. 협치와 상생은 실종되고, 목표와 성과 없이 싸우는 국회에 그쳤다는 뼈 아픈 반성이다.

그러나 대안에 대한 여야 시각 차는 사뭇 달랐다. 김 원내대표는 “일하지 않는 국회가 계속된다면 더 이상 국민들에게 국민 존재 이유를 인정받을 수 없다”며 “국회가 국민 고통을 조금이라도 빨리 덜어 드린다는 심정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난극복과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개척할 선도형 국회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절차와 과정이 무시되고 정치 공방과 남 탓으로 얼룩졌다고 봤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여대야소 상황에서 상호존중 하에 충분한 대화와 숙의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4년 뒤 또다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 드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당은 눈 앞의 국난 극복은 물론, 새 시대를 위한 비전과 추진력으로 분명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다. 야당은 비판적 목소리로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한편 이들의 잔치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양 당의 자세는 2년 뒤 대통령 선거와 무관치 않다.



'협상'의 기본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박병석 국회의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9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국회상임위원회 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상정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 때 여야 모두 ‘협상’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176석(선거 후 탈당·제명 등 제외)의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점은 국민의 선택으로 존중돼야 한다. 각종 의혹과 해석에 힘쓸 때가 아니다. 선거 후 양당 지지도 격차가 2배 이상 유지되는 이유도 주목해야 한다.

자신의 것 이상을 요구한다면 견제가 아닌 ‘발목 잡기’로 이해될 여지가 높다. 야당이 국회를 멈춰 세우면서 여당과 같은 수준의 권한을 요구한다면, 소수 정당의 목소리 역시 귀 기울일 자신감도 함께 갖춰야 한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의석 수를 앞세워 ‘밀어붙이기’ 식 의사결정으로 일관하면 책임은 오롯이 여당 몫이다. 대체로 뚜렷한 정책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이같은 의사결정 방식은 이 기간을 견뎌내지 못하게 한다.

정책 성과가 낙제점을 받으면 비판 여론은 ‘쓰나미’(지진에 의한 해일)가 돼서 돌아온다. 여당의 태도와 자세를 재차 거론하며 일찌감치 정책 자체를 실패로 규정하는 목소리도 새어나온다. 참여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문재인 정부 초기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반면교사다.



"2년 뒤 대통령 선거도 중요하지만…"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6학년 대상 4차 등교개학날인 8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여야가 공동체 이익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선 안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2차 유행 우려가 높아진다. 생활 방역과 경제 활력이 ‘트레이드 오프’ 상황에 놓인 점은 국민 불안을 키운다.

생활 방역 수위를 높이면 경제에 타격을 주는 상황에서 방역 수위를 높이기만 할 수도 없는 현실에 직면한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변화와 혁신의 시대에 진입한 지 오래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된 지 수 년이 흘렀으나 국회는 뚜렷한 아젠다 없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았다. 어느 때보다 창의적이고 치밀한 대안이 필요한 시기다.

정책 성과를 대선 승리로 잇겠다는 각오나 결코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모두 국익을 위한 ‘협력’보다 후순위에 지나지 않는다.



"협상과 협력의 자세…'협치' 작동한다"


여야가 협상과 공동 목표를 위해 협력한다는 자세를 갖췄을 때 ‘협치’는 작동한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면서 국민을 위해 구체적 성과를 내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는 정치다.

이 지점에서 여야 모두 ‘아군 대 적군’ 식의 타락한 진영 의식과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최악의 원내대표’, ‘협상은 없고 협박만 있었다’는 식의 원색적인 비난은 남 탓으로 일관하던 20대 국회로 회귀를 부추긴다. ‘상임위원장 직을 다 가져올 수 있다’, ‘언론이 도와달라’는 식의 선동적 발언 역시 협치의 장에선 자제돼야 한다.

여야 협치를 위한 공부모임이 잇달아 결성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초당적 연구모임인 ‘우후죽순’이 대표적이다. 지난 9일 열린 1차 정기토론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위한 입법 과제 해결 등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날 이광재 우후죽순 공동대표(민주당)는 최형두 공동대표(통합당)에 박수 갈채를 보냈고 최 대표도 밝은 얼굴로 “구체적인 공부를 여야가 같이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화답했다.


③'정쟁 OUT'…새로운 '정쟁(정책경쟁)'으로 승부하라
-국민의 명령 받든 21대 국회의 의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의사진행 발언 후 퇴장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민생 법안 통과'와 '정책 실현'. 

'3협(협치·협상·협력) 정신'이 전제된다면 국회가 만들어 낼 결과물이다. 정치가 내 삶을 바꾸고, 국민들의 피드백에 정치권이 반응하는 선순환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논의는 필수적이다. 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 관련 화두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이다. 특히 여러 섹터의 이해관계자를 대변하는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치열한 토론이 최적의 정책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



'정책 실종' 국회였는데…대선 주자 '너도 나도' 한마디


20대 국회가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에 몰두한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은 데 이어 21대 총선 또한 '정책경쟁'이 실종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 '블랙홀' 앞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내지 못했고 유권자들도 건강이 위협받는 현실에서 관심을 두지 못했다.

또한 보수 진영의 통합 이슈, 공천 갈등, 막말 논란 등으로 목소리가 한데 뭉치지 않으면서 정권심판론도 작동하지 못했고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이에 대한 여당의 방어 등 정책 관련 이슈가 묻혔다.

21대 국회가 열린지 얼마 되지 않아 정치권에는 정책경쟁에 불이 붙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 화두를 던지면서 시작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취임 이후 기본소득 도입을 비롯해 고용보험 확대, 플랫폼노동자 처우 개선, 데이터청 설립, K-헬스케어, 리쇼어링 등 복지부터 4차 산업혁명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정책 구상을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전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낙연 민주당 의원,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 여야를 막론한 차기 대권 유력 주자들도 한마디씩 거드는 형국이다. 2년도 채 남지 않은 2022년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향후 대선 정국에서 나올 아젠다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치열한 토론은 21대 국회에서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이 이달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21대 국회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에 대한 논쟁이 치열해지면서 보수·진보 각 진영이 지지층을 의식한 외연확장 등을 위해 경쟁을 벌이지만 실제 법안이 제출돼 세부적 내용을 조율하는 곳은 국회다.

그러나 당장 국회는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부터 갈등이 증폭되면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빠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확보하며 원구성을 강행하자 제1야당 미래통합당이 등원을 포기해버리는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이슈의 소용돌이'에만 빠지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고 실제 논의가 법안 통과로 이어질 방법론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가 마비된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상임위에서 토론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입법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우선순위를 정책에 두고 제 역할을 해낼 때 정책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책경쟁은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총선 이후 대선 플랜과 맞물려 정책 이슈가 득표전략 중 하나로만 쓰여서는 안된다"며 "21대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의 재정건전성은 물론 정책의 범위와 효과 등 '디테일'을 정하는 건 국회의 몫이다. 임 교수는 "예를 들어 기본소득은 차기 대선의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을텐데 증세를 안하고 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어떤 복지를 할 것인지 등을 놓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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