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상임위 다 주겠다"…통합당은 어떻게 단단해졌나

[the300][300소정이: 소소한 정치 이야기]

강주헌 기자 l 2020.06.24 06:01
21대 국회 원 구성을 두고 여야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가 칩거를 깨고 곧 국회로 복귀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자당 몫으로 표결을 강행, 선출하고 미래통합당도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보라"고 강수를 두면서 협상의 접점을 찾기 어려워진 상태다.

통합당이 배수진을 친 배경에는 약 180석 거대 의석을 가진 범여권에 4년 내내 끌려다닐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여당 역시 3차 추가경정예산안 등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까닭에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고려했다. 

(서울=뉴스1)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북 보은군 법주사에서 머물고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만났다. 주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국회의장 선출과 6개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뒤 여의도를 떠나 충청과 호남 등 전국 각지의 사찰을 돌며 칩거를 이어오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독실한 불교 신자(법명 자우·慈宇)로, 국회 불자 모임인 '정각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이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페이스북)2020.6.21/뉴스1




주호영 돌아와도…접점 찾지 못할 여야 협상


주호영 원내대표의 복귀는 오는 25일이 유력하다. 15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6명의 상임위원장에 대한 단독 선출 표결을 강행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 사의를 표명, 칩거에 들어간 지 약 1주일만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는 "주 원내대표는 이번주 목요일(25일) 다음 비대위에 맞춰 돌아올 것"이라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가 국회에 복귀하는대로 민주당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도 있지만 합의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통합당은 원 구성 협상의 '뇌관'인 법사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잠행을 이어가며 국회 밖에서 '18개 상임위원장 다 줘버린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 비대위원장 또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야 원 구성 협상과 관련, "협상은 더 이상할 게 없으니까 민주당이 다 가져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또 다시 표결을 강행할 경우 국회 운영에 부담이지만 법사위 등 이미 6개 상임위원회에서 자당 몫 위원장을 선출했기 때문에 다시 물리기도 어렵다. 민주당은 통합당과 물밑 접촉을 시도 하는 한편 협상 데드라인을 이날까지 정하고 더 이상 원 구성을 지체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까지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고 국회 정상화에 협조해 줄 것을 마지막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의사진행 발언 후 퇴장하고 있다. 2020.6.15/뉴스1




"4년 내내 끌려다니는 건 의미 없어"…통합당의 배수진


통합당은 상임위원장 몫을 다 내주더라도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21대 국회 초반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4년 내내 거대의석을 가진 민주당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야당의 절박함에서 나온 승부수로 보인다.

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21대 국회 4년 내내 야당이란 존재가 아예 없는 것처럼 저렇게 '무시 전략'으로 나온다면 우리가 더 이상 무엇을 할 수가 없다"며 "이번 원 구성 협상의 문제가 아니다. 21대 국회 4년의 문제다. 내내 끌려다닐 순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합의가 아닌 '강탈'의 형식이 돼야 한다. 우리가 상임위원장 몫을 다 내주더라도 우리는 절대 합의한 적이 없는 민주당이 빼앗아 간 결과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합의가 없는 국회'를 만든 것에 대한 모든 부작용에 대해 오롯이 책임을 지게 되는 결과"라고 말했다.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서 상임위원장 몫을 11대7로 나눈 '가합의'가 있었지만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거부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때 법사위를 내주는 대신 국토교통위, 예산결산위 등 알짜 상임위를 가져와야 한다는 실리론도 당내에서 나왔으나 결국 강공을 유지하는 것으로 공감대를 모았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원구성 협상을 위해 마련된 양당 회동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2020.6.11/뉴스1




민주당 '철벽'에 깜짝 놀라…단단해진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전국 각지의 사찰을 돌아다니며 약 1주일 간의 잠행으로 심기일전해 복귀한다. 칩거 전에 민주당과의 협상은 결론이 나지 않는 회동의 반복이었다. 법사위 문제에서 꿈쩍 않는 민주당을 상대로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통합당의 한 3선 의원은 "김태년 원내대표가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봤는데 이번에 너무 단순, 간결하게 정부여당의 입장을 대변했다.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며 "너무 완강하게 법사위를 자기들이 가져간다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가 협상력을 인정받아 원내대표가 된 사람인데 여당이 전혀 여지를 안주자 충격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을 상대로 별다른 방법이 없자 상임위원장 몫을 여야가 11대7로 나눠가지는 가합의안을 들고 당내 의견을 묻기도 했다. 그러나 잠행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히고 있다. 계속되는 협상결렬에서 유연함보다는 단단함으로 승부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배수진 전략을 지렛대 삼아 여권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통합당 관계자는 "통합당이 협상은 없다고 선언하고 대응을 안하자 민주당 쪽에서도 강행할 경우의 부담감 때문에 협상 촉구 목소리만 높일 뿐 더는 진행을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3차 추경 등 대통령도 강조한 현안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국회 파행 상황이 길어지면 집권여당의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며 "민주당이 지금보다는 전향된 태도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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