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소정이]No·Yes 없는 NY 이낙연

[the300][300소정이: 소소한 정치 이야기]

유효송 기자 l 2020.06.26 06:13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사진=뉴시스


"우리 앞에는 한 번도 건너본적 없는 위기의 강이 흐르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15 총선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전국을 돌며 반복했던 말이다. 이 의원을 따라 유세 현장을 다닌 현장 기자들이라면 20여분 정도의 연설 내용을 읊을 수 있다. 정제된, 순서에 맞는 연설을 서울·충청·강원 등 전국 각지에서 반복한다. 

준비되지 않은 말은 하지 않는다. 그는 '선'을 넘지 않고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의 반경 안에서만 행동한다. 안정감 있게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표 방식이다. 

지난 5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 합동 분향소에서의 일이 대표적 사례다.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당선인 신분으로 분향소를 찾은 이 의원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유가족에게 "현재 관련된 위치에 있지 않다"는 답을 했다.

기본소득, 윤미향 민주당 의원 관련 의혹 등에 대해서도 노·예스(NO·YES) 가 아닌 '지켜보고 있다' 정도의 입장만 내놓는다. 

 지난 24일 코로나 국난극복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하는 활동 보고회에서 그는 '오이론'을 펼치며 현안에 대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견에 "오이는 머리부터 먹으면 써서 못 먹지만, 꼬리부터 먹으면 상당한 정도까지 먹을 수 있다”며 “견해차가 별로 없고 대부분이 당위성을 인정할만한 것들부터 시작하면 문제 해결이 쉬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신중함은 방어이자 무기다. 중량급 정치인이지만 당대표나 원내대표처럼 당을 좌우할만한 권한이 그에게는 아직 없다. 

코로나와 북한, 안보 문제 등이 쏟아지는 지금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권한은 없지만 영향력은 남다른 이 의원의 한마디에 모든 이슈가 쏠리는 현상을 경계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전략적 모호함'이 반복되자 반낙(反 이낙연)과 반(半)낙이 모두 고개를 든다. 전당대회 시침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낙연 대세론'을 견제하는 주자들의 반(反) 이낙연 세력화의 조짐이 보였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견제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울러 어느 것도 확실히 선택하지 않는 반반의 모호함을 가진 이낙연에 대한 물음표도 떠올랐다. 코로나 국난극복위원회 주장 딱지를 뗀 24일 그를 위한 무대가 마련됐다. 

모든 언론사의 마이크가 이 의원의 당권 도전 공식화 여부에 쏠렸지만 그는 "추경(추가경정예산안) 통과 이후 거취를 밝히겠다"고 한 번 더 숨고르기를 택했다.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이 의원의 별칭이 'NY'인데 'NO'인지 'YES'인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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