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소정이]'윤석열의 10%'가 던지는 메시지

[the300][300소정이: 소소한 정치 이야기]

서진욱 기자 l 2020.07.03 06:25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강민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은 3위다. 윤 총장은 여러 차례 "정치에 관심 없다"고 밝히고 조사 명단 제외를 요청했다. 그런데도 그의 지지자는 늘고 있다.

'윤석열의 10%'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 중인 윤 총장이 현 정권에 맞서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보수성향 응답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분석이 있다. 

야권에선 정부·여당(당정)에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한 것이란 주장을 내놨다. 한 여당 의원은 윤 총장이 정치적 입지 확장을 위해 추 장관에 맞서는 것일 수 있다고 짐작했다. 여야 정치인들의 해석은 자기 세력에 유리한 '아전인수격' 주장에 가깝다.

정치권은 '비정치인' 윤 총장의 부상에 담긴 메시지를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여야 모두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10%'에 가려진 다른 사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종합적인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

추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연일 윤 총장을 질타하고 있다. 해임 주장마저 나온다. 3차 추경 명목으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윤 총장에 대한 성토장에 가까웠다. 

민주당 의원들이 윤 총장을 지적하는 질문을 하면, 추 장관이 강도 높은 비판을 담아 답변하는 식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윤석열 함구령'이 무색한 장면이었다.

추 장관과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윤 총장에 대한 질타를 쏟아내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도 존재한다. 이번 조사에서 이런 여론의 단편이 드러났다. 민주당 스스로 윤 총장에 대한 질타에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초청해 열린 한반도 평화포럼 긴급간담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권주자 1위 이낙연 의원의 지지도가 2개월 전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점도 놓쳐선 안 된다. 지난 4월 총선 승리를 정점으로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 범진보·여권 대권주자 지지도 모두 하락세에 있다. 민주당은 이런 국면에서 나타난 '윤석열의 10%' 의미를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 깜짝 이벤트로 치부해선 안 된다.

미래통합당에선 "정권에 부정적인 여론이 드러났다", "잠재적 야권 대권주자에 대한 지지로 보인다" 등 긍정적인 해석이 나온다. 이 역시 안일한 사고다. 오히려 윤 총장의 부상을 두렵게 받아들여야 한다. 통합당이 아닌 윤 총장에게 야당 역할을 기대하는 여론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통합당 소속인 황교안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모두 4%대 지지도를 기록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간신히 5%를 넘었다. 사실상 보수 후보들의 존재감은 무의미하다고 봐야 한다.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은 현 정권의 검찰총장보다도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일각에선 언젠간 윤 총장이 통합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듯하다. 실현 가능성도 낮지만, 이뤄진다 해도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이낙연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혔던 황교안 전 대표와 동행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나. 헛된 기대는 빨리 버려야 한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4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입장을 발표 후 상황실을 나서고 있다. 이날 황 대표는 '총선 결과 책임, 모든 당직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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