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안희정 동정하는 정치권 '그들이 사는 세상'

[the300][300소정이: 소소한 정치 이야기]

이지윤 기자 l 2020.07.07 11:49
모친상으로 형집행정지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모친의 발인식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로 일하던 김지은씨에게 성폭행과 추행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2020.7.7/사진=뉴스1


성폭행 혐의 등으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광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안희정씨가 모친상을 당하자 정치권의 ‘위로’ 행렬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고,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은 직접 빈소를 찾았다.

모친상에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것은 한 때 대권에 도전할 만큼 여권 내 거물급 정치인이었던 안씨와의 개인적 인연 때문이다. 하지만 수감 중 모친상을 당한 안씨의 처지를 과도하게 동정하는 모습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병원(재선·서울 은평을) 민주당 의원은 6일 조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형님은 이제 묶인 몸이 됐는데 몇 년 만에 뵈니까 서로 가슴이 아프다”며 “저도 어머님을 어릴 적 보낸 기억이 있어 눈물도 나고 그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랜만에 (안씨를) 봤는데 살이 너무 빠졌다”고 말했다.

같은날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은 조문 이유에 대해 “(안씨가) 여러가지 어려운 사정인데 이런 일까지 당했으니 당연히 와야 한다”며 “서로 격려와 위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 내정자도 “우리 아버지도 제가 징역살이할 때 돌아가셨다.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젠더 폭력’ 근절을 내세워온 민주당이 안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선 안일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빈약한 성인지 감수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거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같은 행태가 피해자에게 ‘성폭력에도 지지 않는 정치권의 연대’로 비춰지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2차 가해 앞에 피해자는 여전히 일상에서의 힘겨움을 겪고 있다”며 “민주당 대표, 원내대표, 대통령이란 직책을 걸고 조화를 보낸 행동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판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내 여성 근로자 페미니스트 모임인 ‘국회페미’도 성명에서 “정부와 정당, 부처의 이름으로 조의를 표해선 안 된다”며 “안씨는 더 이상 충남도지사가 아니다. 정치권은 안씨가 휘두른 위력을 형성하는 데 결코 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형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일시적으로 석방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모친 장례식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을 맞이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