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내년 4월 보선, 대권 앞두고 '고차방정식' 불가피

[the300]

강주헌 기자, 이해진 기자 l 2020.07.12 16:53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으로 내년 4월 예정된 보궐 선거의 판이 커진다. '성추행 논란'으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퇴한 데 이어 서울시장 자리도 공석이 되면서 대한민국 제1, 제2의 도시의 지자체장 선거를 동시에 치르면서다.

2022년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지는 보궐 선거는 인구가 밀집된 서울(수도권)과 PK(부산·울산·경북)의 민심의 향배를 가르는 '대선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민선 7기 박 시장의 임기는 오는 2022년 6월30일까지다. 보궐선거에서 선출되는 새로운 시장은 남은 1년의 임기를 맡게 된다. 보궐 선거일은 내년 4월7일이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서울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0.7.12/뉴스1




'대선 전초전'에 총력전…여야 후보 벌써부터 하마평 솔솔


여야 모두 내년 보궐선거를 대선의 전초전 성격으로 보고 판단하고 있다. 오 전 시장 사퇴 당시 내년 보궐선거에 후보를 아예 내지 않아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있지만 서울시장 선거가 추가로 '빅매치'가 되면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가 됐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성추행 혐의로 오 전 시장이 사퇴한 상황에서 박 시장도 비슷한 이유로 공석이 된 점이 부담이다. 

통합당 또한 내년 보궐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 세미나에서 "어제(9일) 갑작스러운 사태(박 시장 사망)가 나서 말하지만 우리가 내년 4월이면 큰 선거를 두세 군데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대선에 버금가는 선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로 2018년 서울시장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과 우상호 의원이 꼽힌다. 박 장관과 우 의원 모두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내 무게감이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같은 이유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도 유력 후보군 중 하나다. 2018년 지방선거 때부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돼왔다. 전국대학생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이자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인영 의원도 하마평에서 빠지지 않는다.

통합당에서는 20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21대 국회 입성엔 실패한 낙선자 그룹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통합당 약세지역인 서울 도봉을에서 강북갑에서 각각 재선의원을 지낸 김선동 통합당 사무총장, 정양석 총선백서제작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하마평에 오른다. 서울 양천을에서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한 경험이 있는 나경원 전 의원, 보수진영 내 개혁성향으로 평가받는 김세연 전 의원, 8년만에 복귀한 4선의 권영세(서울 용산) 의원도 자천타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재선 시장을 지냈지만 무상급식 논란으로 사퇴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했으나 낙선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재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대선 1년 전부터 선거레이스가 본격화되기 때문에 대선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 보궐선거 출마 여부를 결정할 변수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마선언하고 있다, 같은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마를 이틀 앞둔 김부겸 전 의원이 광주시의회를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오른쪽 사진= 광주시의회제공) 2020.07.07. photo@newsis.com



판 커진 보궐선거…당심 향배 가를까


내년 보궐선거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은 민주당 대표를 뽑는 8·29 전당대회에도 당심(黨心)의 방향을 정할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 경선에는 이낙연·김부겸 후보가 출사표를 냈다.

대권 유력 주자인 이 후보는 2022년 대선에 출마하려면 민주당의 '대선 출마 1년 전 당직 사퇴' 규정에 따라 당 대표가 될 경우 7개월 뒤인 내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총력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본인의 대권 도전을 위해 한달 앞두고 지도부 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김 후보는 당대표 당선 시 대선 경쟁에 나서지 않겠다며 이 후보와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9일 출마선언문에서 "내년 4월 보궐선거의 승패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의 갈림길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이 중요한 선거를 코앞에 둔 3월에 당 대표가 사퇴하면, 선거 준비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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