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수도이전?" 비꼬지만 속내 복잡한 통합당

[the300]

박종진 기자 l 2020.07.22 17:11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22일 세종시 국회 예정 부지에 공사에 사용됐던 자제가 쌓여있다. 이날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청와대·국회 등 세종시 이전 찬반을 조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전 찬성'은 53.9%, '이전 반대'는 34.3%, '잘 모름'은 11.8%로 조사됐다. 2020.7.22/뉴스1


여권발 '행정수도 이전' 카드에 미래통합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겉으로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며 강하게 비판하지만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피해갈 수 없는 이슈다. 야당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통합당은 내년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 등 이어지는 핵심 일정 속에서 주도적으로 수도 이전 아젠다를 꺼내는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 광화문 이전도 못하면서 무슨 수도이전?" 연일 맹공



22일 통합당은 전날 주호영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은 헌재에서 (2004년)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반대했던 기조를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의 광화문 이전 공약도 못 지켰으면서 웬 수도 이전이냐는 얘기다.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놓고도 갈팡질팡하던 정부와 여당이 느닷없이 수도이전 문제를 꺼내 '아니면 말고'식 여론몰이에 나섰다"며 "부동산 헛발질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더 이상 쏟아낼 정책이나 추진 역량이 부족하니 어떻게 해서든 혹세무민해 표를 얻어보겠다는 선동"이라고 일축했다.

개헌이 필요한 행정수도 이전을 무책임하게 던질 게 아니라 부동산 문제 해결에 집중하라는 게 기본 입장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내 일각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긍정적 반응도 나온다는 질문에 "그 사람들 개인적 이해관계에서 얘기하는 것"이라며 "당의 공식적 견해도 아닌데 자꾸 물어보느냐"고 선을 그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린 독립전쟁 10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에서 자료집을 보고 있다. 2020.7.22/뉴스1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강한 목소리 내야", 수도이전에 우호적 의견도 '상당'



그러나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날 통합당 초선 공부모임에 강사로 참석해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 있다"며 "(국회와 청와대 이전에) 서울시민이 다 반대할거라고 예측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 대선에 큰 이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5선 정진석 의원을 비롯해 충청권 의원들도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긍정적이다. 경북 구미의 김영식 의원도 당이 부정적 반응부터 내놓은 것에 아쉬움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초선모임에서 수도이전이 지방 살리기 해법인 것은 맞지만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느냐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개혁성향의 목소리를 내온 부산지역 3선 장제원 의원은 이날 "우리당이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론을 왜 반대로 일관하고 일축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민주당의 국면전환용이라는 이유로 일축하고 있다면 결국 손해보는 쪽은 우리"라고 말했다.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강한 목소리로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 여론이 우호적인 점도 고려 대상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21일 전국 만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와대·국회 세종시 이전에 찬성한다"는 답변은 53.9%(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로 나타났다.



민주당 주장과 별개 '종합적 지역균형발전' 방안 준비



통합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의 물타기로 수도이전이 거론되는 것에 단호히 대응하되 중장기적으로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전체 로드맵을 짜서 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단지 행정수도 이전 수준이 아니라 국가의 다른 기능 재배치를 포함한 종합적 청사진을 당 차원에서 검토한다.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의 프레임은 일축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다양한 방안을 준비 중"이라며 "필요한 시기에 국민에게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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