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 당긴 추미애, '법사위 전쟁' 이제 시작

[the300]

박종진 기자, 서진욱 기자 l 2020.07.28 06:09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아들 병역 관련 자료제출과 관련한 의사진행 발언을 경청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2020.7.27/뉴스1


제21대 국회 원구성 논란의 정점에 있던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시작부터 화약고가 됐다.

최장 지각 개원이라는 오명의 원인을 제공했던 법사위는 27일 여야가 모여 간신히 첫 회의를 열었지만 순식간에 격전장으로 변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방아쇠를 당긴 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한마디 "소설 쓰시네"였다.

야당 의원이 법무부 차관에게 질의하고 있는데 툭 튀어나온 장관의 비아냥은 단번에 상임위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추미애, 아들 문제 거론하자 "소설 쓰시네"→곧바로 아수라장…주요 현안은 논의도 못해



추 장관은 아들 의혹이 제기되자 발끈했다.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이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서울동부지검 간 지 3개월이 안 돼 차관 발령이 난 것 같다. (추 장관) 아들 수사 건이랑 관련된 게 아니냐"고 질의하자 추 장관이 "소설을 쓰시네"라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을 수사해왔다. 고 차관이 부임한 지 3개월 만에 차관으로 영전하면서 현재까지 동부지검장 자리는 비어있다.

윤 의원은 "지검장도 없는데 수사할 수 있겠냐"며 "수사가 안 된다고 봐서 의원이 물어보는데 장관이 그 자리에 앉아서 소설쓰고 있네? 국회의원이 소설가냐"라고 분개했다.

추 장관은 "질문도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고 맞받았고 법사위 회의장은 여야 간 고성으로 가득 찼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2020.7.27/뉴스1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정회를 반복해도 소용없었다. 검경수사권 조정, 검찰 개혁 같은 당면 과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추 장관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모욕특권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달라"며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고 야당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추 장관은 아들에 대한 수사가 왜 진척이 없는지 자신도 모른다며 "억울하다"고 밝혔다. "성실히 복무한 아이가 엄마가 국무위원이 됐다는 이유로 만신창이가 돼도 되는지 아들에게 미안하다"고도 말했다.



격분한 통합당, 장제원 "추미매 국회만 오면 막장 된다…인격의 문제 아니냐"



김도읍 법사위 통합당 간사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와서 한 행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태"라고 말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결코 자신은 어떠한 비판도 받지 않겠다는 교만과 오만의 결정체이고 본인이 지존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며 "국회에 침을 뱉고 국민을 모욕한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추 장관이 국회만 오면 막장이 된다"며 "본회의장에서 '그래서 어쩌란 겁니까' '시비 걸지 마시라'고 하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정당 대표가 연설할 때 비웃었다.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얘기할 때는 뻔뻔스럽게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문건을 보란 듯 읽다가 사진(기자)에 찍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격의 문제가 있는 거 아니겠느냐"며 "이쯤 되면 추 장관의 인성을 거론할 판"이라고 밝혔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법무장관이 무법장관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가운데)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7.27/뉴스1




법사위 충돌은 이제 시작일뿐…"이러려고 법사위원장 가져갔나" vs "대단히 유감"



'법사위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법사위는 제21대 국회 시작부터 최전선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거대여당의 압도적 힘으로 국회 관례를 뒤엎고 법사위를 차지했다. 모든 법안의 길목인 법사위를 빼앗긴 통합당은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전부 포기하며 저항했다.

결국 제21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한지 48일만에야 개원식을 여는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법안처리라는 기능적 역할에서는 물론 '추미애-윤석열'의 대립구도 속에서 충돌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여권의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통합당으로서는 법사위가 대여투쟁의 핵심 통로다.

격돌이 이어질수록 상임위원장 자리를 잃은 통합당의 허탈감은 커진다. 장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토록 국회가 모독받고 국민이 모욕당하고 있는데 추 장관에게 질타를 해야 법사위원장의 자격이 있는 게 아니냐"며 "피감기관장에게 질질 끌려다니고 막말에 한마디도 못하려고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갔느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를 진행한 윤 위원장은 "여러 위원들의 발언 내용과 장관 입장을 들은 국민들께서 잘잘못을 판단하리라 생각한다"며 여야가 한자리에 모여 출범한 자리에서 현안질의를 마무리 못한 것에는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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