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분만에 배수로 나와 74분 강 건넜다…'헤엄 월북' 재구성

[the300]軍 18일 새벽 김씨 월북 경로 등 발표

권다희 기자 l 2020.07.31 16:39



3년 전 탈북했다 다시 월북한 김모씨(25세)가 북한으로 향하던 날인 18일 행적이 군의 조사결과로 확인됐다. 김씨는 인천 강화도 월미곳의 한 배수로를 통과한 뒤 한강을 건너 북한 땅에 닿았다. 택시를 내려 북한 지역에 닿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0분이다. 



택시 내려 10여분간 배수로 지나 74분간 도강



31일 합동참모본부는 김씨의 이른바 ‘헤엄 월북’ 과정을 발표했다. 군경이 폐쇄회로(CC)TV와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장면들을 종합한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김씨는 월북 전날인 17일 오후 6시25분께부터 7시40분까지 교동도와 강화도 해안도로를 다녀갔다. 교동 검문소 기록과 이 지역 방범 CCTV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사전에 지형을 정찰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월북 당일인 18일 오전 2시 18분, 김씨는 월미곳 인근 정자 ‘연미정’ 인근에서 택시를 내렸다. 오전 2시 23분께까지 연미정으로 올라갔고, 2시34분경 연미정 인근 배수로로 이동했다. 모두 인근 CCTV로 확인된 장면이다.

김씨가 한강에 입수한 건 배수로로 이동한 지 약 12분 후인 오전 2시46분으로 추정된다. 이후 조류를 이용해 북한 지역으로 헤엄쳐 가 오전 4시께까지 북한 개성시 개풍군 탄포 지역에 닿았다. 군의 근거리 및 중거리 감시 카메라가 강을 건너는 김씨의 모습을 다섯 차례 포착해 확인한 결과다. 

열상감시장비(TOD)는 김씨가 4시쯤 북한 지역에 도착한 모습과 북한 땅에 닿은 지 40여분 후쯤 이 지역을 걸어가는 모습 등 북한 땅의 김씨 모습도 두 차례 잡았다.

(강화=뉴스1) 이동해 기자 = 군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월북한 탈북민으로 추정되는 김모(24) 씨가 강화도 일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강화도 북쪽 지역 일대에 있는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탈북민 김모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 2020.7.27/뉴스1




배수로, 그냥 지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


 
CCTV와 감시장비 분석 결과 김씨가 강으로 가기 위해 배수로를 통과하는데 걸린 시간은 많게 잡아도 12분이다. 배수로 내부에 장애물이 있었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어렵지 않게 빠져 나갈 수 있었던 걸로 보인다. 

세로 1.84m, 가로 1.76m, 길이 5.5m 규모의 이 배수로는 입구에 특별한 장치가 없다. 배수로에서 강으로 나가는 쪽에는 수직으로 된 굵은 철근 4개·가는 철근 약 10개, 윤형(바퀴모양) 철조망들이 있지만 모두 낡았다. 가장 오른쪽의 철근과 배수로 벽은 약 40cm 벌어져 있다. 일반적인 체구의 사람은 빠져 나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이후 감시장비에 부분적으로 찍힌 장면을 종합하면, 김씨가 헤엄쳐 간 거리는 총 2~3km 정도로 추정된다. 강을 건널 때의 조류 속도는 2~3노트(시속 3.7~5.6km)로 파악됐다. 구명조끼 등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최종적인 복장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 

(강화=뉴스1) 이성철 기자 =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씨(24)가 강화도 접경 지역을 통과했을 당시 포착된 영상을 군 당국이 분석중인 가운데 28일 김씨의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 앞 초소가 인적 없이 조용하다. 해병2사단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초소는 야간에 경계근무를 서고 오후2시까지는 비어 있다. 전방에는 (왼쪽)북한과 김포가 동시에 보인다. 2020.7.28/뉴스1





軍, 왜 못봤나 



17일에서 18일로 넘어가던 밤은 달빛이 거의 없어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려웠어도 감시장비 운용에는 제한이 없는 날씨였다고 한다. 김씨가 택시에서 내릴 때 하차 지점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있던 민통선 소초 근무자가 택시 불빛도 봤다. 그러나 동네 주민일 것이라 생각하고 특별히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합참 관계자는 "그 시간대에 민통선 가까운 곳에 움직이는 택시가 왔다면 적극적으로 현장조치를 먼저 했어야 했다"며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배수로가 관리 안 된 점 역시 경계가 뚫린 주 원인이다. 함참 측은 배수로를 가장 최근 보수한 시점에 대해 "확인을 못했다"고 했다. 또 하루 두 차례 배수로 내부를 순찰하는 게 지침이지만 이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합참 관계자는 "담당 소초장은 위에 철책이 있고 밑이 배수로인데 배수로에 고정 장애물이 있다고 생각하고 순찰을 철책 위주로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수로를 일제히 점검해 관리 체계를 확인하고, 배수로에 들어가는 쪽에도 경계 보강물을 설치해 근원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이후 김씨가 강을 건너는 과정이 근거리·중거리 감시 카메라에 5번 잡히긴 했지만 부유물 등과 섞여 식별이 힘들었다. 또 합참 측은 감시장비와 관련, "강 건너에서부터 (북의) 침투 위주로 본다"며 ""북쪽에서 오는 움직임은 추적관리가 된다"고 했다. 즉, 북→남 방향의 움직임 위주로 살펴, 월북은 파악 못했지만 북에서 남으로 오는 건 놓칠 가능성이 적다는 설명이다. 

공교롭게 조사과정에서 이 기간 TOD 영상이 소실된 것도 확인됐다. 단 합참은 "저장 용량 문제로 23일 이전 TOD 영상이 모두 삭제됐다"며 "다만 조사 결과 고의 삭제 가능성은 없는 걸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강화 인근 지역의 범위 대비 담당하는 병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지역을 담당하는 해병 2사단은 약 1만명의 병력이 김포반도, 강화도 일대 등 약 250여 km의 해안선을 책임 져야 한다. 합참 측은 인력 부족 지적에 "사람이 운용하는 경계병과 감시장비를 부대 특성에 따라 최적화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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