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윤석열' 최재형, 대선후보 급부상하나

[the300]

박가영 기자 l 2020.08.01 13:09
재형 감사원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재형 감사원장을 둘러싼 정치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여권이 최 원장에게 공세를 퍼부으면서다. 여기에 청와대와 최 원장의 인사갈등도 불거졌다.

이를 두고 최 원장이 '제2의 윤석열'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에 대해 여권이 총공세를 펼치는 것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상황과 유사해서다. 최 원장 취임 당시 여권의 평가가 칭찬 일색이었다는 점도 윤 총장과 비슷하다. 최 원장이 소신을 굽히지 않고 여권에 맞서자, 보수진영에서는 차기 대선 주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월성1호기 감사 발표 미뤄지자 논란 가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감사는 지난해 10월 시작됐으나, 법정기한(지난 2월)을 넘겼음에도 아직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4월 세 차례에 걸쳐 감사위원회를 열고 감사보고서 의결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보류됐다. 최 원장은 그 직후 휴가를 사용했고, 돌아온 뒤 담당 부서 국장을 교체하고 재조사를 지시했다

이를 두고 '감사원장이 탈원전 정책을 펴는 정부의 눈치를 보는 직원들에게 엄중히 경고했다' '감사원장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이 부당했다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무리한 조사를 종용한다' 등의 갖가지 분석이 나왔다.

최 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추가적인 조사 없이 최종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무처에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 외압에 의해 또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감사결과의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감사원장 '때리기' 나선 與, 왜?


여권에서는 최 원장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가 부당했다는 결론으로 감사 방향을 잡아놓고 몰아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계속 커져갔다. 그러던 중 감사원이 조만간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저평가됐다는 결론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여권은 본격적으로 감사원장 '흔들기'에 나섰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대정부질문에서 최 원장이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냐"는 말을 하며 그의 중립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 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 경제성 평가 감사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맹공을 펼쳤다.

최 원장은 대통령 지지율을 언급한 것에 대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정부 방침을 정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월성 1호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고 해서 반론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백 전 장관은 (월성1호기 폐쇄는) 대통령 대선 공약에 포함돼 국민의 합의가 도출됐다.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았다고 했다"며 "저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1% 정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국민 대다수라고 할 수 있느냐고 한 게 관련 내용의 전부다. 대통령 득표율을 들어 국정과제의 정당성을 폄훼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발언의 진위를 추궁하는 것은 물론 최 원장을 향해 "팔짱을 끼고 답변하는 거냐" "대통령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불편하고 맞지 않으면 사퇴하고 정치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 원장의 친인척이 각각 원자력연구소와 탈원전에 비판적인 언론사 논설주간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이같은 여당의 십자포화에도 최 원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법사위 회의를 마쳤다.

최 원장은 청와대와도 넉 달째 공석인 감사위원 인선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최 원장은 감사위원 자리에 판사 출신 인사를 추천했으나, 청와대 인사 검증 단계에서 탈락했다. 청와대는 감사위원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적임자로 보고 제청을 요청했으나, 최 원장은 '친정부 인사'라며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형, 3년 전만해도 '미담 제조기'로 여권이 극찬


2018년 1월2일 감사원장 임명장 수여 후 문재인 대통령과 최 원장이 환담장으로 향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최 원장에 대한 여권의 태도는 불과 3년 전과 180도 달라졌다. 2017년 감사원장 인사청문회 당시 최 원장은 여권의 공격 대상이 아닌 '미담'의 대상이었다.

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시절 다리를 쓰지 못하는 동료를 2년간 업어서 출·퇴근시킨 일화로 유명하다. 또 자녀들과 함께 13개 구호단체에 4000여만원을 기부하는 등 법원 내 봉사활동에도 열정을 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는 후배법관과 직원들에게 유연함과 친화력을 발휘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엄격한 '외유내강의 리더십' 소유자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일화를 바탕으로 여당 의원들은 최 원장의 인사청문회 전후 "미담 제조기"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수호할 적임자" 등의 칭찬을 쏟아냈다.

청와대 측도 최 원장을 감사원장으로 지명하면서 "1986년 판사 임용 후 30여년간 다양한 영역에서 법관으로서의 소신에 따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 온 법조인"이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봉사활동을 실천해 법원 내 봉사 관련 미담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소개했다.


소신·원칙 지키는 최재형…보수 대선 주자 후보로 주목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서 최 원장은 차기 대선의 보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권의 흔들기에도 꼿꼿하게 소신 행보를 보인 최 원장을 대선 주자로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미래통합당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일단 통합당은 최 원장 '감싸기'에 나섰다. 최 원장이 정권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자 여권이 순식간에 태도를 바꿔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이어 '감사원장 찍어내기'에 돌입했다고 규정했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양 감사원장을 집중공격하고 있다"며 "자신들 구미에 안 맞는다고 국가 최고 감사기구 수장을 핍박하고 공격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히 수사하라'며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금 모습을 함께 떠올린다"고 꼬집었다.

윤희석 통합당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윤 총장처럼 최 원장도 청와대와 민주당의 최상급 탄사 속에 임명됐다. 그런데 그런 감사원장이 뭘 어쨌다고 갑자기 이러는가"라며 "검찰총장에 감사원장까지 잘 하고 있는 사람들만 골라 공격하고 물러나라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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