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文대통령 광복절 연설에 반드시 들어가야할 메시지

[the300]"우리만 옳다는 생각버리고, 상대진영도 인정해야"

정진우 기자 l 2020.08.05 14:36

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여름휴가를 취소하기 직전인 지난 7월말.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문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어떤 책을 읽을지 취재했다. 보름 후 문 대통령이 연설할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사’ 메시지 등을 가늠해 볼 수 있어서다.

청와대 출신 등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광복절 한달 전쯤부터 연설문 작업이 진행되는데, 대통령이 계속 고치는 등 손을 본다. 대통령이 평소 생각을 메모한 내용을 넣기도하고, 휴가때 읽은 책에서 공감한 메시지를 담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가는 7월말 8월초엔 광복절 연설문 초안이 나온다”며 “휴가지에서 정리된 생각이 연설문에 담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은 다른 연설보다 광복절 경축사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우리 민족이 해방된 날, 국가 최대 경축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광복절에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연설을 한다. 또 향후 정국 구상 등을 밝히거나 국가 비전을 제시한다. 연설문 내용에 따라 지지율도 움직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세 번의 광복절 경축 연설을 했다. 2017년엔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고, 2018년엔 남북경제협력 시대를 논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슈가 있었던 2019년엔 극일의 메시지를 던졌다.

세 번의 경축사를 비교하며 읽다보니,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 3개월 후 맞이한 2017년 광복절에 “산업화와 민주화, 보수와 진보 등으로 나뉘지 말고 힘을 모으자”며 강조했던 ‘국민통합’의 메시지가 2018~2019년 연설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공교롭게 최근 1~2년 사이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진보와 보수를 중심으로 진영 간 대결이 심화돼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현상과 ‘우리편 아니면 모두 적’이란 인식이 팽배해졌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대표적이다. 국민들은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갈렸고, 그 후유증은 여전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가 스스로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진영논리에 빠진 세력들이 세 대결을 펼치며 자신들만 옳다고 서로 싸우는 탓이다. 여기에 편승한 국민들도 각자 입장에 따라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 가까이 얻어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거칠 게 없다. 오로지 지지층(문 대통령과 민주당)만 바라보고 간다는 지적이 많다. 협의의 정치는 사라지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다수결 정치만 남았다는 게 정치권 목소리다. 대안없이 “의회독재”만 외치는 야당은 처량하다. 지난 4일 끝난 7월 국회가 그랬다.

"야당과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민주당 의원들도 있지만, 가급적 입을 닫는다. 소신을 밝히거나 쓴소리를 하면 ‘극성 지지층’이 보내는 수천개의 문자 폭탄에 시달린다. 4선 중진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최근 민주당의 독주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친문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백기투항했다.

과거 민주당을 이끈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직접 통합을 역설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역간 통합’, 노 전 대통령은 ‘사회의 통합’을 바랐다. 하지만 민주당이 요즘 보여주는 모습은 분명 통합의 가치와 멀다. 야당을 비롯해 일각에선 이런 민주당을 비꼬며 국회를 입법부가 아닌 ‘통법부’라고 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원하는 일만 한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 등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번 광복절 연설때 통합의 가치를 얘기하면서 국민을 하나로 모아야한다. 75년전 국민 모두 하나가 돼 광복을 이룬것처럼 말이다. 문 대통령이 “나만 옳다는 위험한 생각을 버리고, 생각이 다른 상대와도 손을 잡고 함께 가자”는 메시지를 전하면, 지지층만 박수치진 않을 것이다. 대화와 협치를 버리고, 원칙없이 무조건 우리편만 챙기는 편가르기 사회에선 광복의 의미도 퇴색된다. 진정한 광복의 메시지는 국민통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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