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전환 인사 안했던 文대통령…노영민 사의 수용할까?

[the300]

정진우 기자 l 2020.08.07 15:29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강기정 정무수석을 비롯한 비서실 수석 전원과 함께 사의룔 표명했다. 사진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윤종인 신임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는 모습. 2020.08.07. dahora83@newsis.com



지난달 중순 청와대 안팎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급을 포함한 비서진 교체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가장 큰 이유는 최근 급속한 민심 이반 추세다. '인사'라는 메시지로 강력한 수습 의지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다주택자 비서관 2명만 바꿨을 뿐 수석급 인사는 없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유임될 것이란 게 중론이었다. 이런 이유로 7일 노 실장을 비롯해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등의 사의표명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많다.

최근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서울 아파트값 제어와 부동산정책에 대한 여론 관리를 효과적으로 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여당이 4·15 총선에 압승했으나 그 후 원구성 협상 등에서 긍정적인 면모를 보이지 못한 걸로 평가한다. 복수의 여론조사상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하락세고 부정평가는 뚜렷이 늘었다. 여당 지지율도 떨어졌다. 이에 이들 수석급 고위 인사들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노영민 실장은 다음달이면 임기 20개월에 접어든다. 장기 근무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임기 20개월에 자리에서 물러났었다. 대통령비서실장직은 고도의 체력을 요구하는 자리이기에 적절한 시기에 교체하는 게 일반적이다. 새로운 비서실장이 오면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20개월을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

김조원 수석은 지난해 7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후임으로 민정수석을 맡았다. 1년여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다주택자인 김 수석은 최근 부동산 처분 과정에서 시세보다 비싸게 매물을 내놔 구설에 올랐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업무적으로도 민감한 이슈들이 많다. 검찰과 사법개혁 업무에 민정라인 역량을 보다 더 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강기정 수석은 지난해 1월 임명됐다. 20대국회 기간 청와대와 국회 사이 가교로 동분서주했다. 이제 21대 국회라는 '새 판'이 짜였다. 정무라인의 변화도 꾀할 이유가 된다. 정무라인에는 여당과 청와대 사이 간극을 줄이는 역할부터 야당과 소통하는 역할까지 주어진다.

이밖에 윤도한, 김외숙, 김거성 수석도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함께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들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노영민 실장이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이들의 사의를 받아들이면 4년차에 접어든 문 대통령의 인사 방식에 변화가 있다고 평가할 여지도 생긴다. 문 대통령은 3년차까지는 참모 인사나 개각을 국면전환용 카드로 쓰지 않았다.

특정인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처럼 보이는 인사도 선호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당장 교체하지는 않는 걸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추가로 나올 부동산 공급대책 등 정책의 효과, 여론 추이에 따라 내각을 포함한 인적 변화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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