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이 왜이러지"…'부동산 블루'가 민주당 덮쳤다

[the300]

권혜민 기자, 문지예 인턴기자 l 2020.08.08 06:10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08.07. bluesoda@newsis.com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인 1%포인트 안으로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4·15 총선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통합당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분위기 반전은 "야당이 잘해서" 보다는 "여당이 못해서" 나온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76석 슈퍼여당의 독주'에 대한 우려, 부동산 시장 혼란과 잇따른 광역자치단체장의 성추행 의혹 등 악재가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민주당↓ 통합당↑…정당 지지율 뚜렷한 변화


리얼미터 8월 1주차(3~5일)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자료=리얼미터


지난 6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발표한 8월 1주차(3~5일)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5.6%, 통합당은 34.8%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와 비교해 2.7%포인트 내렸고, 통합당은 3.1%포인트 올랐다. 통합당 지지율은 올해 2월 창당 이후 최고치다. 두 당의 지지율 격차는 불과 0.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오차범위 내 격차로, 역시 통합당 창당 이후 가장 적은 차이다.

지난 7일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내놓은 8월 첫째주(4~6일)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선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대비 1%포인트 하락한 37%로 집계됐다. 5월 넷째주(47%)와 비교해 약 두달 만에 10%포인트 떨어졌다. 통합당 지지율은 25%로 총선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전주대비 5%포인트 뛰어올랐다. 통합당 지지율 상승폭은 충청권, 영남권, 보수층, 40대 이상에서 상대적으로 컸다.

리얼미터 조사는 전국 18세 이상 성인 3만3057명에게 전화를 시도해 응답한 최종 15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2.5%포인트다. 한국갤럽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신뢰수준은 95%였고, 응답률은 12%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블루'…3040·서울이 등 돌렸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주택공급 대책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이외에도 주택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강남 대치동 소재 은마 아파트 등에 대한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시유지 및 국·공유지 개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사진은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2020.07.16. amin2@newsis.com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을 두고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집값 폭등에 대한 책임론과 부동산대책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임대차 3법'을 두고 벌어진 '전세소멸' 논란, 8·4 주택공급 대책 이후 불거진 '님비 논란' 등이 불을 지폈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이 아니다"(윤준병 민주당 의원)와 같은 발언은 큰 반발을 샀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부동산대책 타깃이 된 서울 지역의 통합당 지지율은 37.1%로 민주당(34.9%)을 앞질렀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30대(45.7%→35.6%), 40대(49.5%→43.3%) 지지율도 전주대비 각각 10.1%포인트, 6.2%포인트 빠졌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부동산 블루(우울증)' 현상이 낳은 결과"라며 "임대차 3법, 부동산 3법 관련해 여러가지 잡음이 많았고,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했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슈퍼여당의 '독주' 과했나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2020.08.04. photothink@newsis.com


7월 임시국회에서 보여준 거대여당의 '입법 독주' 논란도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압도적인 의석 수를 기반으로 주요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부동산 3법', '공수처 3법', '임대차 3법' 등 쟁점 법안들이 모두 통합당의 협조 없이 강행 처리됐다. 민주당 내에서도 '다수결의 폭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는 야당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환경"이라며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약자의 편을 드는 성향이 있는데, 민주당이 '강자 중의 강자'라는 식으로 행동하고 있어 지지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도 "국회를 통법부처럼 운영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지지세력 이탈이 생겼다"며 "여당의 독주와 막말, 행정수도 이전 밀어붙이기 등에 대한 반발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잇따른 성추행 의혹…여성 지지층도 잃었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0.07.13. photo@newsis.com


30·40대와 함께 기존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여성 지지율이 떨어진 점도 뼈아프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에서 여성의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3.4%포인트 떨어진 36.2%였다. 통합당 지지율은 33.1%로 지난주보다 5.2%포인트 올랐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이에 대한 민주당의 대처가 여성 지지층 일부가 등을 돌린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피해 호소인' 용어, 2차 가해 논란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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