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100일' 김태년… '속도감'이 던진 숙제 '방향성'

[the300]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취임 100일

김하늬 기자, 이원광 기자 l 2020.08.14 11:04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인터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취임 100일은 '돌직구 승부'로 요약된다. 176석(탈당·제명 제외)을 가진 ‘슈퍼 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 보여줬던 강한 추진력은 그의 ‘전매특허’다. 

다만 김 원내대표의 빠른 '속도감'은 주변 상황을 세심하게 보지 못하고 지나친다는 우려도 있다. 여당 중심의 국회 운영 '틀'을 만드는 것 까지는 과반 의석으로 가능하지만 그 내용까지 일방적이 된다면 국민마져 빠른 기차 밖 '흐릿한 배경'으로 지나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볼배합 '완급 조절'은 없다… 돌직구 승부수



김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일하는 국회'의 첫 번째 단추로 국회법 준수를 강조했다. 행동 원칙을 '국회법상 법정 시한'으로 못 박은 뒤 즉각 움직였다. 의장 선출, 원구성 완료 등을 거침없이 몰아쳤다. 결국 원구성 협상에서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책임있는 국회운영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하고 40일만에 법사위를 품었다.
국회 운영위원장에 선출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9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초청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포함해 20여 차례 주호영 원내대표와 만났고 결국 18개 상임위원회장을 모두 여당몫으로 안았다. 김 원내대표는 초지일관 '직구'로 승부했다. 그게 가능케 한 힘은 '원칙론'이다. 

명분은 '국민의 뜻이 반영된 의석수'에서 찾았다. 20대 국회 후반기는 법사위와 예결위가 모두 야당 몫이었지다. 여당과 야당 의석수가 10석 가량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21대 국회는 177석와 103석이라는 큰 차이를 준 '4.15 총선 민심'을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김 원내대표 스타일이 '탱크' 라면 함께 호흡을 맞춘 김영진 원내수석이 '스펀지'로 보완재 역할을 했다. 여야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 김 원내수석은 '저녁 소주 한잔' 만남, 막걸리 회동 등으로 유화적인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했다. 

원내대표가 확고한 원칙과 콘텐츠로 강공을 펼칠 때 원내수석은 당내 의견 수렴은 물론이고 여론조사 추이, 당 소속 의원들의 흐름, 통합당의 목소리와 전략 수정 추이 등을 발빠르게 찾아내 전달했는 평가다.



코로나19 극복 재정조기투입·행정수도 완성론 화두 … '우수한 정치력'


(음성=뉴스1) 박세연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충북 음성군 삼성면 호우피해지역을 방문해 수해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2020.8.11/뉴스1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을 위해 재정을 조기 투입한 것도 단연 성과로 꼽힌다. 35조1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가 대표적이다. 국회는 3일 밤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3차 추경을 통과시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 11일 발표한 ‘한국경제 보고서’(OECD Economic Review of Korea 2020)에 따르면 올해 한국 성장률은 –0.8%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미국 –7.3%, 독일 –6.6%, 일본 –6%는 물론 2위 국가인 터키와 4%포인트(p) 격차를 보이며 세계 주요국들을 압도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OECD가 올해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국가 역시 한국이 처음이다. 생활 방역과 경제 활력이 일종의 ‘트레이드오프’에 놓인 상황에서 두 분야 모두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트레이드오프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걸 희생해야한다는 걸 의미한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이전 완성'을 화두로 던지며 정국 이슈를 빨아들이는 정치적 감각을 보여줬다. 여당은 물론이고 야권의 찬성까지 모으며 의제 설정 능력을 보여줬다. 

김 원내대표는 "정치적 의사 판단과 결단은 적시에 해야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며 "정치는 원래 늘 판단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단 기준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부다. 실천이 과감할 뿐 정확한 판단을 위해 잠도 못자고 고민한다"며 "여론조사와 세부 데이터를 검토하면서도 현장에서 오는 감각을 늘 종합해서 본다"고 말했다. 



남겨진 정치 일정...김태년 리더십의 빛과 그림자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 후 이동하고 있다. 2020.06.12. bluesoda@newsis.com

이같은 추진력에 대한 상반된 평가도 존재한다. 사실상 국회 단독 운영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다. 분명한 성과는 김 원내대표는 물론 대선을 앞둔 민주당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반면 대선 때까지 의미있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중도 개혁 성향의 지지 기반까지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높다.

부동산 이슈가 대표적이다. 국민이 체감 가능한 성과를 내는 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는 우려에 참여정부 시절 ‘트라우마’가 뒤섞인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 하락과 부동산 이슈가 떠오를수록 현 집권 세력의 부정적 이미지가 강화되는 현실도 고민거리다.

결국 김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는 ‘책임정치’의 성패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7월 국회에서도 이른바 ‘임대차 3법’, ‘부동산 3법’ 등을 ‘부동산 패키지(일괄) 입법’을 신속 완료하면서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냈다.

3선 의원이 되는 동안 여야 협상의 최전선에 자주 불려나간 경험을 내세우며 원내대표가 됐다. 하지만 최근 국회의 다수결과 표결의 원칙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민주당을 '179석 거대여당의 오만과 독주' 프레임에 빠뜨렸다. 통합당엔 '약자와 피해자'의 명분을 안겨줬다. 

과거 김 원내대표가 여야간 가장 논쟁이 치열한 선거구 획정용 정치개혁특위 간사를 비롯해 정치쇄신특위간사, 교육문화특별위원회 간사를 도맡았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답이 나온다. 특히 그는 정부 예산을 심사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과 여당 간사 역할을 모두 해 본 유일한 의원이다. 거대 여당의 수장이 야당을 '어떻게' 인정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그 앞에 남겨진 260일동안 새로운 숙제로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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