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왜 벌써 뒤집혀" 술렁인 여의도…표정관리 나선 경기도

[the300]

이해진 기자 l 2020.08.14 14:08


술렁인 여의도, 표정관리 들어간 경기도 


(수원=뉴스1) 조태형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오른쪽)가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7.30/뉴스1


"이낙연 어떡하냐, 왜 벌써 뒤집혔어"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처음으로 제치고 대권 선호도 1위를 기록한 1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회의가 끝난 뒤 지도부급 의원들이 국회 본청 복도를 지나며 이날 대권주자 지지율을 입에 올리며 한 말이다. 의원들은 "이낙연 어떡하냐, 왜 벌써 뒤집혔어"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 의원들 조차 이 지사의 1위는 생각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같은 시각. 경기도는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에 지지율 관련 "이 지사가 지지율 관련해서는 함구하겠단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지사께서 '코로나19(COVID-19) 확진자의 대폭증가와 수해로 도민들의 상심이 큰 상황에서 도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 외에 어떤 것도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잇따른 지지율 상승을 바라보는 이 지사 측은 두 개의 표정이 공존한다. 연이은 지지율 상승으로 이재명표 정책과 정치에 힘이 붙는 것에 반가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아닌 때에 1위에 오르는 등 너무 빠르게 붙는 속도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여의도 박스권에 갇힌 '어대낙'?


(금산=뉴스1) 김기태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3일 오전 수해 피해를 입은 충남 금산 제원면 대산리 인삼밭을 찾아 피해 농민을 위로하고 있다. 2020.8.13/뉴스1

'어대낙'. '어차피 당 대표는 이낙연'이란 대세론은 여의도를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달 이재명 지사의 '사법 족쇄'가 풀린 한 달 만에, 이낙연 당 대표 후보는 대권주자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이 지사는 지난달 16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으면서 단숨에 대권 선호도 조사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2019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리얼미터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이낙연 후보는 29.4%에서 소폭 반등과 하락을 반복하며 25.6%로 20%대를 유지했다. 반면 이 지사는 2019년 12월 불과 8.8%, 2020년 1월 5.6%에서 지난달 19.6%로 2배 넘게 지지율이 상승하며 2위로 뛰어올랐다.

상승세를 탄 이 지사는 결국 1위를 차지했다. 14일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렵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을 대상으로 진행한 8월 둘째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발표한 결과, 이 지사가 19%로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이는 7월 둘째주 조사보다 6%p 오른 수치다.



반면 이 의원은 이 지사보다 2%p 뒤진 17%를 기록, 2위로 내려앉았다. 7개월 연속 20%대 중반을 지키며 선두를 지켰던 이 의원이 처음으로 이 지사에게 1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표본을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3%,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재명 탄산력 vs 이낙연 엄중력
(수원=뉴스1) 조태형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오른쪽)가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간담회를 갖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7.30/뉴스1


두 사람은 스타일이 '다르다'. 이 지사는 '이낙연 총리는 엘리트, 나는 흙수저'라고도 했지만 이낙연 후보도 가난한 7남매 장남의 스토리는 차고 넘친다. 두 사람이 다른 건 '사고'와 '접근법'이다. 이 후보는 정제된 언어와 신중함이 무기다. 총리시절 보여준 안정감과 위기 극복 능력을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수해 현장 방문을 이어간 것도 이 후보 특유의 '포용적 리더십'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동시에 '답답하다'다 거나 '속마음까지 헤아리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기자들의 질문에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답해 '엄중 낙연'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반면 이재명은 과감하다. 이 지사를 연일 국회로 불러들여 토론회에 초천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하나같이 이 지사의 과감한, 행동력, 순발력, 혁신성을 높이 산다. 김부겸 당 대표 후보는 지난 13일 열린 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경기도정을 통해서 문제를 하나하나 고쳐가는 덕분에 요새 너무 뜨더라"며 "선거를 하다 보니까 '왜 당신은 이재명처럼 하지 못하느냐'고 하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되나. 답답하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탄산력에 더 끌린 '남성, 30·40대'



이날 발표된 갤럽조사를 뜯어보면 30·40대 남성이 '지지율 역전'을 이끌어냈다.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의 결과만 놓고 보면 이낙연 의원(37%)이 이재명 지사(28%)를 앞섰다. 진보층에서는 두 사람에 대한 선호도가 30% 안팎으로 비슷했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선호도는 여성(13%)보다 남성(25%)이 높았다. 남녀 선호도가 16%·18%로 유사한 이 의원과 대조를 보였다. 이 밖에 이 지사는 30·40대(30% 내외), 인천·경기(27%)에서, 이 의원은 광주·전라(45%), 대통령 긍정평가자(35%)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번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사이다' 이재명의 탄산력이 이재명의 '엄중력'을 앞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격 대선 정국이 아닌 만큼 두 사람에 대한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이 지사는 대권 보다는 우선 도정에 집중하며 중심을 잡는 모습을, 이낙연 후보는 오르내리는 1·2위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대인배 모습을 비추려는 모습이다. "지지율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이라는 이 자사와, "민심은 늘 움직이는 것"이라는 이 후보의 '워딩'이 같게 나오는 다른 속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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