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월, 10월…'국군의날' 바꾸자, 벌써 4번째 왜?

[the300]

박종진 기자 l 2020.08.16 13:03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1일 국군의 날을 맞아 대구 공군기지(제11전투비행단)에서 지난해에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각군 의장대가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2019.10.1/뉴스1


10월1일이나 9월17일이냐. '국군의날'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는 현행 10일1일인 국군의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17일로 바꾸자고 주장한다.

지난 11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친일행위자의 유골이나 시신을 국립묘지에서 이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은 소위 '친일파 파묘법'으로 불리며 '백선엽 논란'을 재점화시키고 있다. 지난달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고 백선엽 장군은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켜낸 업적과 국군의 기틀을 닦는데 기여한 공로에도 불구하고 일제 때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이력 때문에 논란에 휩싸여왔다.

권 의원이 같은 날 국립묘지법과 함께 발의한 게 '국군의날 기념일 변경 촉구 결의안'이다. 국군의날은 광복군을 조직한 기념일인 9월17일이 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친일파 파묘법과 나란히 여권의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의 하나에 해당하는 셈이다. 



"대한민국 정통성=임시정부, 국군 뿌리=광복군, 국군의날=광복군 창설 9월17일"



국군의날 기념일 변경 촉구 결의안은 벌써 네 번째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권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과 2006년에도 발의됐지만 역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권 의원의 주장은 이렇다. 현행 10월1일 국군의 날은 1956년에 제정한 것으로 6·25전쟁(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 육군의 38선 돌파를 기념하는 의미로 정해진 날로서 이는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국군의 역사적 뿌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헌법에서는 우리나라의 정통성을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두고 있기 때문에 국군의 모체도 임시정부의 정식 군대인 한국광복군이라는 논리다.

권 의원은 "한국광복군 창설기념일을 국군의날 기념일로 변경해 국군의 역사적 맥을 분명히 함으로써 대한민국 강군(强軍)의 명예를 드높이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해 자주독립정신을 계승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8.15/뉴스1




"편가르기, 갈라치기 될 수도"…한편에선 "의병전쟁 불붙은 대한제국군 해산일, 8월1일로"



그동안 야권에서는 이를 반대해왔다. 불필요한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논란의 밑바탕에는 해방 전후 복잡한 우리 역사가 있다. 좌우익의 극심한 대립과 소련, 미국의 개입 등 혼돈의 국제정세 속에서 이른바 독립세력과 건국세력이 일치되지 않았던 탓이다.

'건국절 논란' '이승만 건국 대통령 논란' '국부 논란' '백선엽 논란' 등도 비슷한 맥락이다. 보수권에서는 북한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1948년 이후 정부수립과 한국전쟁에 상대적으로 더 의미를 부여한다.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여권에서 말하는 임시정부의 정통성과 자주 독립정신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 같은 주장이 자칫 오늘날 대한민국을 지키고 가꿔온 주역들을 깎아내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며 "편가르기와 갈라치기로 갈등만 유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10월1일이 한국전쟁 당시 국군 3사단이 38선을 돌파한 날을 기념했다는 건 우리 군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각 군이 따로 기념일을 챙겨오다가 마지막으로 창립된 공군의 기념일(1949년 10월1일)을 모든 국군(육·해·공군·해병대 등)의 기념일로 통합해서 정했다고 공식 자료 등에서 밝히고 있다. 

육군박물관은 대한제국 육군 진위대 부위를 지낸 황석(1849~1938)이 남긴 당시 육군 군복을 비롯한 유품들과 문중에서 전해오던 고문서 등을 후손으로부터 기증 받아 2018년 특별 공개했다. (왼쪽부터 예모, 외투, 예복 상의, 정복 상의, 하의) 특히 대한제국 시절 신식군대의 육군 군복이 상·하의, 코트 형태의 외투까지 온전히 한 벌로 보존돼 온 것이 알려지기는 처음이었다. (육군박물관 제공) 2018.11.4/뉴스1


일각에서는 9월17일이 아니라 아예 8월1일을 국군의날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8월1일은 1907년 일제가 강제로 대한제국의 군대를 해산한 날이다. 일제의 강제 해산에 대한제국군은 순순히 응하지 않았다. 박승환 참령(당시 대대장)이 자결하고 대한제국군은 서울 시내에서 치열한 시가전을 벌이며 일본군에 저항했다.

이후 살아남은 대한제국군은 기존 의병 등과 합세해 본격적인 의병전쟁을 펼친다. 8월1일 국군의날 주장은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를 광복군 이전에 의병에서 찾으면서 기념일도 그에 맞게 바꾸자는 얘기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