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기습'에 당한 대한민국 '권력 3부'

[the300]

박종진 기자 l 2020.08.27 00:15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 회의를 취재한 사진기자가 26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국회에 비상이 걸렸다. 이 기자가 이날 오전에 참석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박광온·남인순·이형석 최고위원 등 10여명 이상이 참석했다. 이에 따라 국회 사무처는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국회 본청 폐쇄 및 방역 소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국회 내 첫 코로나19 확진자로 국회는 내일 본관과 의원회관, 소통관을 폐쇄한다. 사진은 이날 저녁 국회의사당 모습. 2020.8.26/뉴스1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는 게 없다. 입법, 사법, 행정 등 대한민국 핵심부를 거침없이 파고든다. 연일 터져 나오는 확진자 소식에 국가 중추 기능이 속절없이 멈추거나 위협받고 있다.

26일 대한민국 국회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뚫렸다. 국회를 취재해온 A사진기자가 이날 선별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을 위해 27일 국회의사당(본관)과 의원회관, 소통관은 셧다운(폐쇄) 된다.

국회 셧다운은 이번이 두 번째다. 국내 확진자 수가 폭증하기 시작하던 2월25일 첫 폐쇄조치가 단행됐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당시 원내대표가 확진자와 같은 행사에 참석했던 게 문제였다.

그때는 의원회관 행사에 왔던 외부 방문객이 확진자였지만 이번에는 상주 인원에 해당하는 출입기자가 확진자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 국회는 모든 출입자들의 체온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지만 걸러내지 못했다. 정상체온의 무증상 감염자에게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A기자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장을 취재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지도부들이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회에 청와대까지 '위협'…확진자에 연일 비상



같은 날 행정부도 줄줄이 뚫렸다.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확진자(청원경찰직원 1명)가 발생했다. 서울청사관리소는 확진자의 근무 장소인 3층 청원경찰 숙직실·대기실을 일시 폐쇄하고 긴급 방역소독을 실시했다. 3층에 있는 합동브리핑실과 금융위원회 기자실도 사용이 중단됐다.

앞서 정부서울청사에서는 7월 본관 3층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직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달 23일에는 별관 건물에서 외교부 직원 1명과 미화 공무직 2명이 감염됐다.

급기야 바이러스는 청와대까지 넘보고 있다. 이날 청와대 사랑채에서 근무하는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 안내 직원이 코로나19로 확진됐다. 청와대 사랑채는 한국 관광 자료와 역대 대통령들의 발자취를 담은 종합 관광 홍보관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이 직원은 15일 광화문 인근 커피 매장에 머물렀다가 검사대상으로 분류됐다.



직원의 배우자 확진에 사법부 수뇌부까지 줄줄이 '스톱'…"대한민국에 안전지대 없다"



전날에는 사법부가 코로나 공포에 휩싸였다. 법원행정처 소속 A심의관의 배우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대법원은 해당 사실을 보고받고 A심의관과 접촉한 법원행정처와 대법원 직원 35명에게 자택 대기 지시를 내렸다.

특히 A심의관으로부터 대면보고를 받았던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 등은 이 여파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도 출석하지 못했다.

다행히 A심의관은 음성 판정을 받아 자택 대기 중이던 접촉자들은 다시 정상 출근을 할 수 있게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더 이상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지역도, 안전한 사람도 없다는 게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지금은 오직 방역에 최우선을 두고 정파와 이해관계를 떠나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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