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 소동'과 미스터트롯…임영웅·영탁도 원래 가수다

[the300]

박종진 기자 l 2020.08.29 09:30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이 2015년 11월 당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2015년 11월 23일 사진공동취재단/노컷뉴스/박종민)


한 주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 사태가 정치권을 휩쓸었지만 그 와중에 코로나와 무관하게 파장을 일으킨 사건도 있었다.

"그간 즐거웠습니다. 항상 깨어있고 죽는 순간까지 사랑하며, 절대 포기하지 마시길. 여러분의 삶을 응원합니다."

홍정욱 전 국회의원이 25일 SNS(사회연결망서비스)에 올린 세 문장의 짧은 글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기존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듯한 글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계 복귀를 암시한다는 추측이 나왔다. 당장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수진영 후보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오랜만에 '정치인 테마주'도 요동쳤다. KNN 주가는 26일 전일 대비 21.58% 폭등한 2620원으로 마감했다. KNN은 홍 전 의원의 누나인 홍성아씨가 공동 대표를 맡았던 부산글로벌빌리지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어 테마주로 꼽힌다.

고려산업 주가도 전일 대비 600원(13.54%) 오른 5030원에 마감했다. 신성수 고려산업 회장은 홍 전 의원이 이사를 맡았던 국립중앙박물관회 회장을 맡고 있다.



'홍정욱 소동'→"사람 누가 있나" 인물난 허덕이는 보수 현주소 적나라하게 보여줘



이미 정계를 떠난 지 8년도 더 된 인사의 SNS 몇 줄이 남긴 후폭풍은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탄핵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여전히 인물난에 허덕이는 보수 진영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탈수록 유력 대선주자를 원하는 갈증은 더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중도층 등에게 대안으로 내밀 수 있는 간판이 아직 없다.

코로나 재확산 직전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으로 지지율이 역전(리얼미터 기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됐을 때도 여론의 의구심은 "그런데 통합당에 누가 있나"였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야권 대선주자 관련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20.7.14/뉴스1


물론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자천타천 언급되는 사람은 상당하다.

1970년생인 홍 전 의원도 수년째 보수권의 '잠룡'으로 꼽혀왔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취임 이후 "1970년대생 젊은 지도자"를 차기 주자로 예를 들면서 더 자주 거론됐다.

정치권에서는 상고 출신의 경제전문가라는 스토리가 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30대 나이에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여러 사람이 회자 된다.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의원, 황교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익히 알려진 대선주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대선 뿐만 아니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군까지 넓혀보면 더 많다. 개혁 성향이 강한 젊은 중진인 김세연 전 의원은 대선에서부터 서울·부산시장 후보까지 다양하게 거론된다.

김선동 사무총장,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오신환 전 의원, 이준석 전 통합당 최고위원 등도 서울시장 후보로서 '새 얼굴'에 해당한다. 중진 그룹에서는 권영세 의원, 나경원 전 의원, 김용태 전 의원 등이 후보군이다. 

그러나 유력하게 떠오른 사람은 없다. 여권에서는 이낙연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가 선두다툼을 하지만 야권 주자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현직에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정도만 돋보일 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이 직접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이란 추측도 내놓지만 고령(1940년생)을 고려하면 현실성은 떨어진다. 



가능성도 재확인…새 지도자 원하는 대중의 갈망, 무대 오르는 인물에 따라 대선판도 요동칠 수도



역설적이게 '홍정욱 소동'은 이런 보수 야권의 척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뚜렷한 주자는 없지만 대표 선수를 향한 대중의 갈망은 뚜렷하게 확인됐다. 누군가 일단 뜨면 유권자들은 관심을 쏟을 준비가 됐다는 의미다. "이미지 외에 홍정욱이 뭐가 있느냐"는 통합당 내에 일부 비판적 시선이 설사 타당하다 해도 사람들은 새로운 주자를 그만큼 원한다.

새로운 주자가 꼭 정치신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정치인의 재발견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기몰이 비법의 모범으로 여겨지는 '미스터트롯'의 임영웅, 영탁 등 스타들도 대부분 원래 가수였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향후 후보 선출에서 '미스터트롯' 방식의 경선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미스터트롯' 인기 비결의 핵심은 재미다.

주 원내대표는 최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많은 국민이 참여하고 재미가 있어야 하며 단계별로 압축 선발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이런 구조를 가질 때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지금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제2, 제3의 '홍정욱 소동'이 계속 일어난다면 일단 흥행은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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