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머리 있는 사람" 與 양향자, 삼전 팔고 홍남기 편 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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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민 기자 l 2020.09.03 06:32

편집자주 여의도 정가의 인물과 사건에 얽힌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풀어봅니다. 때로 TMI(너무 과한 정보, Too Much Information)가 될 수도 있지만 최대한 추가 정보를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7.21/뉴스1


"공직자니까 국민들이 보기에…저같은 사람도 있어야죠"

2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양향자 의원이 배우자와 본인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2만7100주를 전량 매각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현재 주가로 15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하는 대신 직접 매각을 택했다고 했다. 양도소득세만 자그마치 3억원을 내야 했다. 확인차 전화를 걸자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이해 상충 가능성을 완전 차단하자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대로 일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엔 주저함이 없었다.

양 의원 이름 뒤엔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라는 설명이 따라다닌다. 1985년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2014년 상무로 승진하며 최초의 '여성·고졸·호남 출신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 매각한 주식도 삼성전자 재직 시 우리사주로 취득한 것이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태동기, '일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밤낮으로 일본·미국에서 날아온 온갖 페이퍼들을 절박하게 공부했던 양 의원의 'DNA'는 2016년 정계 입문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불필요한 정쟁보단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매달리는 '실무형' 스타일로 분류된다.

21대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데 이어 지난달 29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자력 당선된 것도 이런 장점을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는 등 기술과 산업현장을 아는 '경제전문가'의 면모를 강조한 점이 표심 잡기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8.31. photo@newsis.com


최고위원으로 데뷔한 뒤에도 양 의원은 이런 노선을 확실히 하고 있다. 그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여권과 각을 세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감싸는 소신 발언을 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COVID-19) 경제 전쟁을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사령관이다. 전시 사령관의 재량권은 최대한 인정돼야 한다. 조금 아쉬운 발언이 있었다고 말의 꼬투리를 잡아 책임을 물을 때가 아니다"라는 얘기다.

지난달 31일 홍 부총리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50번, 100번 줘도 재정건전성에 우려가 없다"는 주장을 놓고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지적하자 여권 인사들이 앞다퉈 '홍남기 때리기'에 나선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양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쓴소리라기 보단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비효율적이고 정쟁을 일삼는 모습에는 국민들도 피로를 느낀다"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통계를 집계하면 이를 토대로 당정이 함께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게 옳다는 생각도 곁들였다.

"일머리가 있는 사람".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하는 양 의원은 최고위원 임기 2년 동안 지도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양 의원은 "정쟁을 벗어나 일의 순서를 따져 어디에 힘을 집중해야 위기를 극복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낙연 대표와도 코드가 굉장히 맞는다"며 "정무적 협치보다는 정책적 협치를 할 수 있도록 소모적 부분은 버리고, 야당과의 공통 분모를 빨리 찾아 민생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일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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