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직수론'부터 '반지 눈물'까지 이재명의 '마이 웨이'

[the300]2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안 먹혔지만, 일관된 정책철학 부각

이해진 기자 l 2020.09.06 11:05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조달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8.13/뉴스1

당정이 2차 재난지원금을 '핀셋' 지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전 국민 지급'은 결국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최초로 1인당 1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시작하며 낙수가 아닌 '직수直水)' 머니를 이끈 이 지사의 일관된 정책 철학이 도드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낙수(落水)는 없다, 직수(直水)로 꽂자. 이재명 지사는 지난 4월 전국 최초로 재난지원금 지급에 나선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대기업 성장 중심의 낙수 효과를 기대해왔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사태로 현금 직접 지원에 대한 필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 지사가 당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급격히 줄어든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정부가 직접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난소득은 현재 무너진 수요를 촉진해 경제를 선순환 시키는 경제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재난소득을 복지정책이 아닌 경제정책으로 접근하는 이 지사의 정책철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지사가 '차별없는 지급'을 강조하며 경기도민 모두에 1인당 10만원씩 지급한 것도 이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모두 지급하다보니 금액이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4인 가족이면 가구당 40만원이고 반드시 3개월 내 사용토록 설계한만큼 지역 내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이 지사의 판단이었다.

이 지사의 보편적 지급론의 근거는 '상대적 박탈감'과 '불공정'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코로나19로 대다수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선별 지급은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진보진영이 주창해온 보편복지를 스스로 무너뜨려선 안 된다는 논리다.

이 지사는 "현재의 위기는 모두가 겪는 위기이고, 모두가 느끼는 불안"이라며 "특정 그룹을 배제하면 소외감을 느끼고 이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사회는 70:30이 아닌 99:1의 사회다. 30% 배제는 나머지 29%의 국민에게 소외감과 불안을 안겨준다"고 했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정부의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이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매출액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월 3일부터 매주 실시하는 ‘소상공인 매출액 조사’에서 전통시장 매출액 감소율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31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이 장을 보러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0.5.31/뉴스1

그래서 이 지사는 이번에도 전국민 지급을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대세가 이미 선별 지급으로 기울었음에도 이 지사는 논의의 추를 옮기고자 계속 목소리를 냈다. 정부에는 직접 '전국민 1인당 30만원 지급'을 건의했다. 

이 과정에서 "철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 지사의 전국민 지급을 비판하는 국민의힘 의원에 동조하며 그의 주장을 무책임한 발언으로 취급한 것이다. 이후 당내에선 홍 부총리를 두둔하거나 이 지사의 보편적 지급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에 이 지사는 "대한민국 국민 4분의 1이 넘는 1370만 경기도민의 위임을 받은 도정책임자로서 도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정책에 의견 정도는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 지사는 6일 D데이까지 자신의 정책철학을 내보였다. 고위당정협의에서 2차 재난지원금 규모와 지급방식이 최종 확정되는 이날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결혼반지를 팔았다는 신혼부부 이야기를 언급했다.

이 지사는 6일 새벽 페이스북에 "젊은 남편이 너무 살기 힘들어 아내와 함께 결혼반지를 팔고 돌아와, 반대쪽으로 몸을 돌리고 밤새 하염없이 우는 아내의 어깨를 싸안고 같이 울었다는 글을 봤다"며 "짧은 글을 읽는 동안 어느새 제 눈에서도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 젊은 부부와 같이 갑자기 사정이 나빠진 사람은 이번에 지원 대상이 못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점이 더욱 안타깝다고 적었다.

특히 이 지사는 "불환빈 환불균'이라는 말이 있는데 다산 정약용은 '백성은 가난보다도 불공정에 분노하니 정치에선 가난보다 불공정을 더 걱정하라'고 가르쳤다"며 '차별없는 지급' 소신을 마지막까지 강조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2차 지원금을 음식점과 카페 등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위주로 선별 지급하기로 최종 방침을 정했다. 이 지사의 정책철학이 끝내 가닿지는 못한 것이다.

이 지사 측 핵심관계자는 6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당정안은) 선별 지급 중에서도 사실상 핀셋(Pincette) 지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난지원금 재원이) 내가 낸 돈인데 정작 나는 지원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불공정하다는 저항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공정한 세상'을 도정 캐치프레이즈로 한 이 지사가 재난지원금 관련 마지막에 '불환빈 환불균'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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