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냐 中이냐"…한국의 길, 국제정치학 대가에게 묻다

[the300][G2와 한국]②'신자유주의' 조지프 나이-'신현실주의' 미어샤이머

최경민 기자 l 2020.09.20 16:30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 쪽 편을 들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혈맹이면서 현재 국제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우리와 경제적으로 크게 얽혀있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택할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최근 국제 정치학계의 '거목' 두 사람이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13일 여시대 화상세미나에,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지난 2일 '2020서울안보대화’ 화상회의에 각각 참석했다.

두 사람이 보는 신자유주의(나이) 혹은 신현실주의(미어샤이머)적 세계관에 따라 다른 답이 나왔다.


나이 "美와 동맹 유지하며 中과 경제번영"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사진=블룸버그

나이 교수는 지난달 13일 "한국은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다"라면서도 "옆에 있는 나라와 거리를 두고, 멀리 있는 동맹국으로 힘을 빌려온다면 독립성을 잃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계속 유지하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렇다고 경제적인 관계를 중국과 끊으라는 것은 아니다. 반대다"라며 "중국 경제로부터 번영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중관계에 대해서는 "협력적 라이벌 관계가 될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과 협력해야 하고 중국과 라이벌 경쟁이 적절한 곳에서 일어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자유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나이 교수는 국제정치학 신자유주의 이론의 대표주자다. 신자유주의 이론은 국가 뿐만 아니라 기업, 국제기구 등의 행위자들 간 복잡하게 형성된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들이 발생한다는 복합상호의존(complex interdependency)에 기반한다. 협력 역시 이런 관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다.

"미국과 동맹, 중국과 경제적 협력을 모두 유지하라"는 조언, 미중 간 '협력적 라이벌 관계 구축' 예견은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관에서는 국가 간 관계 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 혹은 기업과 기업 간 관계도 큰 영향력을 갖기 때문이다.

나이 교수는 도덕적, 문화적 매력을 골자로 한 '소프트파워' 개념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나이 교수가 "중국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 이유를 여기서 유추해볼 수 있다. 민주주의 기반의 미국이 가진 소프트파워를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이 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미어샤이머 "韓은 美中 어느 쪽이든 편 들어야"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

미어샤이머 교수는 지난 2일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 편도 전적으로 안 들면서 아주 얇은 얼음판을 걷고 있다"라며 "하지만 앞으로는 미중 안보경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한국은 앞으로 어느 쪽이든 편을 들어야 할 것"이라며 "안보와 번영과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미국편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힘을 줬다.

그는 "자유주의 질서는 종말했다"라며 "한국과 같은 국가의 입장이 어려워질 것이다. 냉전은 유럽 중심이었고, 한국에는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G2 경쟁은 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국제정치학 신현실주의의 대표주자다. 신현실주의는 '국가'를 거의 유일한 국제질서에서의 행위자로 본다. 국가의 이익 추구, 거기에 따라오는 충돌에 주목한다. 특히 핵심이 되는 것은 헤게모니 국가의 이익추구 행위다.

미어샤이머 교수가 한국의 상황을 "얇은 얼음판"에 빗대면서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본격화된 이상, 한국과 같은 미들파워 국가들은 확실하게 자신의 길을 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특히 '공격적 현실주의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국가는 확장적으로 패권을 추구하고 팽창하려는 시도를 반복하기 마련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가 자유주의 질서의 종말을 얘기하며 향후 미중갈등이 주도할 국제질서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나이 교수가 밝힌 신자유주의적 접근법에 가깝다.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도 발전시키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국제질서 구조가 고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미어샤이머 교수가 말한 신현실주의적인 구조로 급변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드는 갈등은 대만에서, 남중국해에서, 혹은 인도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우리의 의지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국제정치학의 맹점과 관련돼 있다. 신현실주의도 신자유주의도 모두 헤게모니 국가의 논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이 교수가 말한 소프트파워 조차, 하드파워(군사력·경제력)가 강한 국가들이 우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인 현실이다. 

강대국에 줄을 서든가, 강대국과 동맹을 강화하든가 정도로는 우리의 국익을 100% 만족시키기 어렵다. 한국과 같은 미들파워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외교적 공간(room)을 마련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그게 남북대화든 신남방정책이든, 할 수 있는 과제를 찾아 나서는 능동적인 외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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