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조국-추미애-박덕흠 '이해충돌 공식' 총정리

[the300]

박종진 기자 l 2020.09.21 13:52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9.21/뉴스1


"조국(전 법무부 장관)은 가능성이 있다, 추미애(법무부 장관)는 아니다, 박덕흠(국민의힘 의원)은 확인이 필요하다."

최근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판단이다.

이해충돌을 명확히 규정한 법이 없는 상태에서 공무원 행동강령을 준용해 해석해온 권익위는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국회에 내놓은 상태다.

전 위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관련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조국-추미애-박덕흠…이해충돌 문제에 여야 질의 집중


이날 정무위 전체회의는 올해 국정감사 계획서를 채택하는 자리였지만 전 위원장에게 전·현직 법무부 장관 등의 이해충돌 여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얼마 전 권익위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의혹 수사가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터라 그 기준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재선의원 출신인 전 위원장 때와 달리 교수 출신인 전임 박은정 위원장 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가 이해충돌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국회에 답변했기 때문이다.

전 위원장은 관련 법이 없는 현실부터 설명했다. 전 위원장은 "이해충돌이란 용어가 (법적으로) 없다"며 "공무원 행동강령 제5조에 사적 이해관계 신고조항이 있는데 (신고대상이 되려면) '이해관계인'이고 '직무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이게 다 충족하면 이해충돌이라고 외부에서 말하고 권익위 유권해석도 그렇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 그대로 대입하면 전임 조국 전 장관은 가족(기소된 배우자 등)이 이해관계인의 지위여서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했던 것"이라며 "추미애 장관은 구체적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는지, 수사보고를 받았는지 그 여부를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확인했던 것이고 확인한 것(행사하지 않음)이 사실이라는 전제로 이해충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요컨대 조 전 장관은 '이해관계인'만 판단하고 구체적인 '직무관련성'은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해충돌 가능성 정도로 언급한 반면, 추 장관은 구체적 '직무관련성'까지 확인해서 이해충돌이 아니라고 했다는 얘기다.

전 위원장은 박덕흠 의원에 대해서는 "현재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언론보도만으로 볼 때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이해관계인의 지위에 있을 수 있다"며 "직무관련성이 있는 행위를 했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일가가 운영하는 건설회사가 피감기관 등으로부터 거액의 수주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전 위원장은 "세 사안(조국, 추미애, 박덕흠) 모두 구체적 사안에 확인이 돼야 이해충돌 여부를 말할 수 있다"며 "국회의원의 경우 공무원 행동강령 대상이 아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돼야 적용이 가능하다"고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전 위원장은 권익위의 '조사권 확보'도 역설했다. 전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개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사안을 고려해서 위반 여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권익위에 조사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관계기관에 자료 제출 요구권 등을 담은 부패방지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해놨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382회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리고 있다. 이날 본회의장에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개인별 비말 차단 칸막이가 설치됐다. 2020.9.1/뉴스1





이해충돌, 법이 없다…20대 국회서 무산, 21대 국회서는 제정?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은 손혜원 전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제20대 국회에서도 화두였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주무부처인 권익위는 제21대 국회에서도 제정안을 냈다.

법 제정이 최초 무산된 건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을 만들 때 부정청탁 금지와 함께 또 다른 한 축으로 이해충돌 방지가 추진됐지만 현실성 등이 문제가 되며 도입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여전히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는 법의 빈자리다. 선언적 의미의 법규만 있을 뿐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처벌조항 등을 명시한 법안은 없다.

국회에 제출된 이해충돌방지법은 인허가, 조사, 예산 등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가 자신과 직무 관련자 사이에 사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고 회피신청을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률 적용대상인 공직자는 국회와 법원,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에서 일하는 모든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이다.

또 공직자는 직무 관련자와 금전, 부동산 등 거래를 할 때 미리 신고해야 한다. 고위공직자 임용(임기 개시) 전 3년 동안 민간활동 내역을 제출토록 하고 이를 공개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여기서 고위공직자는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등이다.

직무 관련자와 사적 이해관계가 있더라도 해당 공직자가 계속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예외규정도 만들어놨다.

소속기관장은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를 대체하기 지극히 어려운 경우 △직무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국가 안전보장, 경제발전 등 공익 증진을 이유로 직무수행의 필요성이 더 큰 경우 등에는 업무를 그대로 맡길 수 있다.

이해충돌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데는 여야가 이견이 없다. 하지만 실제 직무관련성을 어디까지 따질 것인가 등 현실적 문제가 걸림돌이 돼왔다. 자칫 정상적 업무 수행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왔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