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치 추경' 빛났다…통신비는 '선별', 돌봄비는 '확대'

[the300](종합)

이원광 기자, 정현수 기자, 김상준 기자 l 2020.09.22 16:23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0년도 제4차 추가경정예산안 합의사항 발표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신속한 처리에 합의해주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께 감사를 드린다.” -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저희 요구와 주장을 대폭 수용해준 김태년 원내대표께 수고하셨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여야가 22일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에 전격 합의했다. 정부가 국회 제출한 지 11일만으로 역대 최단기 기록이 될 전망이다. 추석 전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그야말로 ‘협치 추경’이었다. 수적 우위로 당론을 관철하려는 여당도, 이견을 좁히고도 합의에 주저하던 야당도 없었다. 각 당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후 밤샘 논의 끝에 합의점을 찾아가는 협치 모습을 모처럼 회복했다는 평가다.



'통신비'도, '무료 독감백신'도 한발씩 '양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국회 본청에서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 합의문에 서명했다. 정성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예결위 간사인 박홍근 민주당·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도 자리했다.

여야 협치는 추경 내용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여야는 ‘통신비 2만원’ 지원 대상을 만 16~34세와 65세 이상으로 선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이 당초 만 13세 이상 전국민에게 지급하겠다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국민의힘도 무료 독감백신을 취약계층 105만명에게 공급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의료급여 수급권자 70만명과 장애인연금·수당 수급자 35만명 등이다. 당초 국민의힘이 주장한 1100만도스(1도스는 1회 접종량) 물량의 10% 수준이다.

추 의원은 “많은 국민들께 무료 접종을 확대하고자 했으나 결국 의료진과 전문가 판단이 중요하다고 봤다”며 “어제 밤늦게 주 원내대표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통화해 의견을 나눴고 최종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부터)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성호 예산결산위원장과 추경호 국민의힘 간사가 22일 국회에서 2020년도 제4차 추가경정예산안 합의사항 발표에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돌봄비 사업에 '중학생' 포함…법인택시 운전자도 100만원 받는다



또다른 쟁점이었던 돌봄비 사업도 접점을 찾았다. 여야는 만 13~15세 중학교 학령기 아동 138만여명에게 비대면 학습지원금 15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은 초등학교 학령기 아동에만 2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국민의힘은 고등학생까지 지원하자고 주장했다.

법인택시 운전자 9만여명에 100만원을 지원하는 안에도 합의했다. 1차 추경 때 편성됐던 특별지원사업을 확대 편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초 정부는 개인택시와 달리 법인택시는 소상공인 등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또 전국민 20%(1037만명)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물량 확보에도 뜻을 모았다. 코로나19(COVID-19) 치료 의료진 3만4000명을 위한 격려수당도 당초 1만4000원에서 4만원으로 확대했다. 

이 외에도 유흥주점·콜라텍 등 집합금지업종에도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박홍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와 추경호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협치 혜택'은 국민에게…국채 발행도 273억원 축소



이로써 추석 전 재난지원금 지급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여야는 이날 저녁 예결위 ‘제 4차 추경안 등 조정소위원회’(추경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개회한다는 계획이다. 4차 추경이 최종 의결되는 본회의는 이날 밤 10시로 예상된다.

이날 본회의에서 추경이 처리되면 ‘역대 최단기’ 추경으로 기록된다. 국회에 제출된 지 11일만이다. 지난 3월 1차 추경이 국회 제출 12일만에 본회의 문턱을 넘은 게 지금까지 최단기 기록이다.

국채 발행 규모가 줄어든 점도 부수적 효과다. 여야 합의안은 정부안보다 273억원 순감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 중 7억5000억원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야는 △‘통신비 2만원’ 지원사업 5206억원 △사업 운영 인력 75억원 △목적예비비 500억원 △국채이자 396억원 등 모두 6177억원을 삭감했다.

반면 △중학생 비대면 학습지원금 사업 2074억원 △코로나19 백신 확보 1839억원 △무료 독감백신 확대 315억원 △법인택시 운전자 지원 등 1450억원 △의료진 지원 179억원 △위기아동 보호 47억원 등에서 5903억원을 증액했다.



추경호 "박홍근 다시 한번 감사"…박홍근 '함박웃음'



이날 양당 원내대표의 첫 번째 메시지도 ‘감사’였다. 김태년·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취재진 앞에서 수차례 크게 웃으면서 “감사드린다”, “고생하셨다”는 말로 상대를 추켜세웠다.

특히 양당을 대표해 실무 협상에 나섰던 박홍근·추경호 의원의 활약이 빛났다. 추 의원은 모두 발언에서 “야당 목소리에 귀를 열고 많은 사항을 수용해준 김태년 원내대표와 특히 박홍근 간사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 드린다”고 밝혔고 박 의원도 큰 웃음으로 화답했다.

실무 협상을 주재한 정성호 예결위원장은 “오늘 아침까지 끈질지게 협상에 고생한 간사와 협상 결과를 통 크게 허락한 원내대표에 감사드린다”며 “여야 간 대화와 타협, 통큰 양보가 국민들께 희망을 드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0년도 제4차 추가경정예산안 합의사항 발표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