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여당이 가해자 두둔, 내가 살해돼도 편지 한장 보내면…"

[the300]

이원광 기자, 권혜민 기자 l 2020.09.25 17:10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가 담긴 북측 통지문을 집중 질의한 여당 의원들에게 “가해자를 두둔한다”고 비판했다. 북한 인권운동가 출신인 같은당 지성호 의원도 “사과하는 게 당연한데 아닌 것처럼 비춰진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인식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태영호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피해자 유가족 입장에서 울분을 토해야할 자리인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편지 한 장에 '얼마나 신속한 답변인가', '미안하다는 표현이 두 번 들어갔다', 이렇게 하는 게 언뜻 가해자를 두둔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제가 서울 한복판에서 살해돼도 김정은 위원장이 죄송하다고 편지 한 장 보내면 신속한 답변이라고 대응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태 의원은 “우리 국민이 죽은 마당에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이렇게 가해자 편에 서서 '어떻게 국민을 잘 납득시킬까' 하는 방향에서 얘기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모인 이유는 통일부, 외교부가 대응해서 (이런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어떤 일을 할까, 대책을 찾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성호 의원은 “사과하는 게 당연한데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비춰지는 자리여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분명 사과해야 하는 일인데 시점도 늦었다”고 질의했다.

지 의원은 “저희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도 정부가 유감을 표현했지만 그 때 강하게 얘기했으면 북 정권이 우리 국민을 우습게 보지 못했을 것이고 이런 사건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가해자 편을 들었다’는 취지의 태 의원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여당이 가해자 편을 들었다는 표현은 굉장히 위험하고 여당 의원들의 사고 인식을 모독하고 폄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가해자 편, 북한 편을 들고 있다는 표현은 제가 도저히 듣고 있을 수 없어서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거기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논란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통지문을 묻는) 질문에 답변드린 것이고 정부는 아픈 국민 마음으로부터 대책 수립을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동시에 고려해 달라고 했다”며 “태 의원이 말했듯이 가족의 입장을 정부가 따뜻하게 품으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라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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