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사·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 건보료 5년간 212억 덜냈다

[the300]

권혜민 기자 l 2020.09.28 15:34


#신경외과 개인 의원 대표인 A씨는 국세청에 소득 신고시 본인의 테니스클럽 회비와 총동창회비 등 개인 지출 내역을 사업장 복리후생비 지출에 포함했다. 또 출장 내용이 증빙되지 않은 여비교통비를 비용 처리하고, 고문료 비용을 이중 계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는 사업 소득을 누락 신고한 A씨의 2017~2018년도 건강보험료 254만6160원을 환수했다.

의사·세무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종 사업장에서 소득·보수를 축소 신고해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의료사업장의 경우 약 5년간 추징금액이 143억원에 달했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사업장 지도점검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7월까지 건강보험공단이 점검한 2만9394개 고소득 전문직종 사업장 가운데 8743곳이 제대로 건보료를 납부하지 않아 추징 대상이 됐다. 추징건수는 8만2761건, 추징금액은 212억1780만원이었다. 

환수사업장 중 절반 이상인 59.4%는 의료사업장이었다. 의료사업장의 추징건수는 6만8680건으로 83%에 달했고, 추징금액도 143억2450만원으로 67.5%에 해당했다. 의료사업장에는 의사 등이 대표로 있는 병원과 의료기기 업체, 연구소 등 의료 업종 관련 사업장이 모두 포함된다.

이 밖에 △세무사업장 17억3300만원 △건축사업장 17억600만원 △변호사사업장 8억3300만원 △학원사업장 8억2600만원 △약사사업장 8억100만원 순으로 추징금액이 많았다. 추징건수는 △건축사업장 4458건 △세무사업장 2963건 △학원사업장 2111건 △약사사업장 1175건 △변호사사업장 862건 순이었다.

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 자격과 건보료 정산 등 신고 사항에 대한 사업장 서류·현장 지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착오·누락·부당 신고에 따른 건보료 과소 납부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국세청 소득금액과 연말정산신고 금액 차이가 큰 곳 등 지도점검 필요성이 있는 사업장이 대상이다.

2016년부터 2020년 7월까지 고소득 전문직종 사업장을 포함한 전체 지도점검 사업장은 32만996개로, 이 중 42.2%인 13만5603개가 환수 대상 사업장이었다. 추징건수는 183만3121건, 추징금액은 58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일용근로자의 건강보험 취득, 근로자 퇴직재정산 신고 누락 등 단순 착오 케이스가 대다수라고 건강보험공단은 설명했다. 공단 관계자는 "최근 고의적 소득·보수 누락 신고는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지도점검은 사업장 단위로 진행돼 고소득 전문직종에 대한 별도 타깃 조사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의료사업장이 고소득 전문직종 중 추징건수의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며 "소득 수준에 따른 공평한 건보료 부과·징수는 의료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기본 전제인 만큼 부당하게 건강보험료를 면탈하는 사업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지도점검을 철저히 해 공평한 건보료 징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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