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개성폭파'에도 관계부처 회의 '0번'…예고된 비극

[the300]

박종진 기자 l 2020.09.28 16:12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6월16일 오후 2시 49분경 폭파했다. 사진은 우리군 장비로 촬영된 폭파 당시 영상 캡쳐.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5시께 긴급 보도를 통해 '개성 공업지구에 있는 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 파괴시키는 조치를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국방부 제공) 2020.6.16/뉴스1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나도록 우리 정부가 북한 측에 취한 조치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대응방향을 정하지 못해 연관 부처 간에 회의조차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북한이 명백한 우리나라 재산인 개성공단 사무소를 대놓고 폭파해도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니, 결국 우리 공무원이 피격당하는 사태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야당의 지적이 나온다.

28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같이 드러났다.

윤 의원실이 개성공단 연락사무소의 자산손실 내역과 향후 정부의 조치 계획을 서면 질의하자 통일부는 "북한의 일방적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판문점 선언 위반일 뿐만 아니라 우리정부와 국민의 재산을 손괴한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관계부처 등과 협의, 우리 정부재산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구제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6월16일 북한의 폭파사건 이후 100일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검토'만 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폭파된 개성공단 연락사무소가 나라 재산으로서 이를 파괴한 것에 형법상 공익건조물파괴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결론냈다. 다만 통일부가 나서지 않으면 정부 차원에서 대응책을 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윤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는 국유재산법에 의한 국유재산으로 통일부의 행정재산으로 관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유재산법에는 국유재산 손괴에 별도의 처벌근거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민·형법 등의 관련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구체적인 조항으로는 불법행위 책임(민법750조), 공용물파괴죄(형법142조), 공익건조물파괴죄(형법367조) 등을 열거했다.

다만 기재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산 파손에 대한 손해배상은 통일부를 중심으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이 28일 국회 본청 앞에서 북한의 우리 국민 학살 만행 규탄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9.28/뉴스1



정작 통일부는 개성공단 폭파 사건과 관련해 아직 대응방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기재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부처와 회의조차 하지 못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자산 손실과 관련해 "아직 관계부처와 이 문제를 놓고 회의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남북관계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과거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등 사건에서도 우리가 바로 법적으로 조치를 취한 게 없지 않느냐. 여러 의미를 다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북한의 도발을 묵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한다. 도둑을 수수방관하니 강도·살인을 당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윤창현 의원은 "개성공단 폭파 등 북한의 만행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으니 북한이 우리 국민에게 총격 살인을 자행하는 도발적 만행이 발생했다"며 "발본색원의 자세로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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