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서 한발도 못나간 21대 국회…"촛불 위배·코로나 위기는?"

[대한민국 4.0 II] 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1>-④"조국·추미애가 1년 내내 국정중심…정부·여당 자격상실"…국민들 “둘다 똑같아”…여야 ‘도덕성 공방’에 허탈

이원광 기자이해진 기자권혜민 기자유효송 기자 l 2020.10.02 11:00
“유관 상임위원도 아닌데 의원 본분을 망각하고 일개 국무위원을 방어한다. 정말 이렇게 하면 안 된다.” -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백년대계의 장기적 안목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것이 보수의 자격인데 진보의 실책에만 기댄다.” - 장덕진 서울대 교수

제21대 국회가 임기 4개월이 지났다. ‘타락한 진영의식의 고개 너머’를 고대하던 정치 전문가 4인이 매긴 여야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진보와 보수의 가치를 정책에 녹여내지 못한 채 여전히 눈앞의 이익과 자기 진영 안위에만 몰입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진보의 위기‘와 ’보수의 자격’ 문제는 한국사회 전체 위기와 연결된다. 양 진영의 하향 평준화는 국가 운영 역량과 품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 1년 만에 ‘추미애 사태’ 마주한 여야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9.24/뉴스1




박명림 연세대·이원재 카이스트·장덕진 서울대·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21대 국회 초반 여야 모습에 강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박 교수 등은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지난 5월 ‘대한민국 4.0’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서 ‘타락한 진영의식’ 극복과 대한민국 대변혁을 논의하는 공론장을 만들었다. 당시 여야 의원 80여 명이 함께 해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이들은 21대 국회 초반 정국을 달궜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에 주목했다. 여야가 또다시 국무위원 한 명 탓에 정쟁에 휩싸였는데, 1년 전 국민적 갈등을 촉발했던 ‘조국 사태’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박명림 교수는 “조국·추미애 전현직 법무부 장관 문제가 1년 내내 국정의 중심에 섰다는 것은 정부·여당의 자격 상실”이라며 “촛불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국가대란 상황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원재 교수는 “더 이상 우리 편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게 할 수 없다는 자세”라며 “억울한 피해를 없애겠다는 것인지, 그 김에 자기 권력을 공고하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분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 정권 바뀌면 없어질수도…“녹색성장, 창조경제 외쳤던 이들 어딨나”






21대 국회에서 여당 주도의 국정운영 방식에 비판도 이어졌다. 박명림 교수는 “재난지원금이나 수해 지원 등 긴급 현안에 이같이 높은 정도의 타협은 드물다. 이 부분은 야당을 칭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구조 개편에서 절대다수 의석이 횡포를 부리면 안된다”며 “민생 현안에 야당이 협조한 만큼 여당도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덕진 교수는 “최선의 개혁보다 차선의 개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훨씬 강력하다”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어도 정권이나 여대야소 구도가 바뀌면 없어진다.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을 외쳤던 이들이나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 했던 이들 다 어디로 갔냐”고 말했다. 이어 “100% 원하는 것을 못하더라도 50%만이라도 비가역적으로 하는 게 근본적인 개혁”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사회적 혼란만 초래할 뿐”이라고 했다.



국민들 “둘다 똑같아”…여야 ‘도덕성 공방’에 허탈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왼쪽)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하고 있다. 2020.9.1/뉴스1




보수를 대표한다는 국민의힘이 21대 국회에서도 대안 세력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것에 비판이 집중됐다. 비전과 정책보다 여권 비난에 집중하면서 자기 콘텐츠 없이 상대 실책에 기대는 이미지가 그대로라는 얘기다.

신진욱 교수는 “(공격받는) 민주당과 공격하는 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무당층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국민 다수가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여야가 정치적 공격을 주고받는 구도가 우리 사회의 도덕성과 정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봤다. 신 교수는 “(보수야당이) 민생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달라진 모습을 보였을 때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고 분석했다.

장덕진 교수는 “백년대계의 장기적 안목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것이 보수의 자격”이라며 “지금까지 민주당과 진보의 실책에만 기대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수든 진보든 공부를 안 한다”며 “미래를 위해 어떻게 준비할지 장기적 전망은 무엇인지 내놓을 책임이 있지만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野 ‘인물난’…여야 ‘하향 평준화’ 부추겨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비대위원장실 앞에서 검찰개혁, 북한 공무원 피격 사건, 추석 등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9.29/뉴스1




야당의 ‘인물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등이 구심점을 상실하면서 민주당을 견제할 정치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야당의 부진은 여야 하향 평준화를 부추긴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이원재 교수는 “‘김종인 체제’는 시간과 세력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며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혁신을 위해서는 스스로 대선 후보가 되는 게 가장 효과가 클텐데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예상되는 방향은 당내외 ‘올드보이’들의 ‘적당한’ 타협을 통해 ‘적당한’ 후보가 나와 안전하게 지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혁신의 필요를 덜 느끼게 되고 대선 이후도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변화를 위한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김종인 체제’의 혁신이 아니라 여당 내부의 경쟁적 분화일 것”이라고 했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특정 정책 현안을 두고 협치 공간이 창출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박명림 교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현재 권력과 후보의 미래권력 간 분리가 불가피하다”며 “역설적으로 여야 협치 지점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코로나19, 비핵화 등 정책의 거리가 진영과 정치의 거리보다 훨씬 짧다”며 “한계를 정해서 시급한 민생 문제 등에는 높은 수준의 의회주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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