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달라졌는데…"보수는 여전히 7·4·7 발상으로 본다"

[대한민국 4.0 II] 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1>⑥김성식 전 국회의원 인터뷰

박종진 기자 l 2020.10.03 09:15



“눈앞에 일 몇 개를 땜질하고 있지만 정작 굵은 과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내 대표적 정책통으로 꼽혀온 김성식 전 의원이 진단하는 현재 대한민국 정치는 “기능부전” 상태다. 한마디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안보 문제, 인천공항식 접근으로는 해결 못하는 노동시장 문제, 타다 사태로 민낯을 보인 규제개혁 문제 등 국민통합의 큰 정치로 풀어가야 할 복잡한 숙제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진보와 보수 모두 시대착오적이고 낡은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게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진보 진영이 권력게임과 정치기획에는 능수능란한 반해 미래로 가기 위한 국가 운영은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 대 반민주, 자주 대 종속, 공정 대 불공정 등 이분법적 구도와 진영논리 접근법이 부메랑이 돼 자기들이 오히려 덫에 빠졌다”고 말했다.

복지국가라는 성과를 달성한 유럽의 진보세력 조차 새로 진화하지 않으면 위기에 빠지는데 우리나라 진보는 미래지향적 사고는커녕 낡은 과거의 틀에서 한걸음도 못 나오고 있다는 비판이다.


고도 성장기 끝났는데…고민이 없는 ‘보수’


보수도 마찬가지다. 김 전 의원은 “여전히 ‘7·4·7’(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표 공약, 연평균 7% 경제성장·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 강국 진입) 같은 고도성장기 발상으로 시대를 바라본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고도성장기가 끝나고 구조적인 저성장 시대에서는 당연히 복지와 사회안전망 확대에 관심 가져야 하는데 이런 얘기만 하면 ‘퍼주기’라고 한다”고 보수를 비판했다.

그는 “저성장 국면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국민들이 절감하는 어려움에 공감하지 않고, 청년들이 느끼는 아픔에 반응하는 감수성도 없다. 관치 고도성장이 불가능해질수록 민간에서 공정한 경제 생태계가 중요해지는데 역시 고민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외교도 3, 4차 방정식인데 색깔론을 바탕으로 하는 1차 방정식 공방에 머물러 있어 현 정부가 잘못해도 보수진영에 선뜻 동의할수가 없다"며 "(국민의 힘이) 사실상 보수정당이라고 말할 자격도 없다”고 밝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후 보수 야당 국민의힘에 변화를 이끄는 것에는 “좀더 요란해야 한다”며 “더 치열하게 성찰과 변화로 나가야 하는데 그런 치열함이 보이느냐. 김 위원장 혼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소위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극우 성향 지지자들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여야 할 것 없이 극단적 소수나 적극적 지지층 목소리에만 정당의 운명을 건다든지 정책 생산과정이 거기에 얽매여버린다면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진다”고 말했다.



“안 바뀌는 정치, 이제는 ‘방식’을 바꿔보자”…‘대연정’ 필요성 역설


결국 김 전 의원은 정치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전 의원은 “정권교체도 하고 물갈이도 했지만 정치가 바뀌었나”라며 “오히려 선출되지도 않고 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청와대 비서관들이 대통령과 함께 좌지우지하는 청와대 중심정치, 내각도 국회도 들러리인 이런 정치는 안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연정’을 대안으로 언급했다. 김 전 의원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제대로 된 연정 경험이 없고 DJP(김대중 전 대통령·김종필 전 총재) 연합을 제외하고는 늘 대결의 정치를 해왔다”며 “지금은 한 정당, 한 정권, 보수나 진보 어느 한 진영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2022년 대선에서 연정이 화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김 전 의원은 “정치권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에게 해법을 준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연정을 전제로 정책패키지를 마련한다면 추진력을 확보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제18대 총선 서울 관악갑에서 한나라당 의원으로 당선됐다. 2011년 한나라당 쇄신을 요구하며 탈당한 뒤 19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했지만 떨어졌다. 제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나서 재선의원이 됐다.

지난 총선에서는 “기득권 양당구조를 바꾸자고 호소해온 약속을 지키겠다”며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합류를 거부하고 무소속으로 나섰다가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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