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모두 숟가락 얹을 궁리만…미래가 안보인다

[대한민국 4.0 II] 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1>

정진우 기자박종진 기자최경민 기자서진욱 기자이원광 기자이해진 기자권혜민 기자박가영 기자김상준 기자유효송 기자 l 2020.10.04 06:58
①"위기 아니라는 게 진짜 진보 위기"… "보수 자격 핵심은 미래 비전"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0.9.24/뉴스1


제21대 국회가 불안하다. 시작부터 오명의 연속이었다. 합의 못한 선거법 탓에 위성정당이라는 희대의 코미디와 함께 등장했다. 원 구성 협상이 길어지며 최장 지각 개원 기록도 48일로 갈아치웠다. 그런데도 ‘18대0’(여야 상임위원장 배분)이다. 시간만 잡아먹었다.

첫 정기국회를 맞았지만 양보와 타협은 없다. 힘으로 누르고 오기로 받아치는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다. 상대를 경쟁자가 아닌 적으로 본다. 극단적 진영대립이 합리적 대결을 삼킨다. ‘늘 지금이 역대 최악’이라는 자조가 현실화되고 있다.

제21대 국회는 초선이 151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인물이 바뀌어도 타락한 진영의식은 극복되지 못했다. 민주화를 달성한 87년 체제 이후 총선 9번, 대선 7번을 치렀다. 총선 때마다 40% 이상 물갈이하고 보수와 진보가 거듭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누가 해도 똑같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적어도 깨끗할 것 같았던 진보는 ‘조국·윤미향·추미애’ 논란을 거치며 도덕성과 공정 가치에 치명타를 입었다. 최소한 능력은 우위라고 여겨지던 보수는 탄핵당한 무능 정권의 늪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했다.



진보도 보수도 ‘부패하고 무능하다’…수렁으로 빠지는 정치


부패와 무능의 민낯을 드러내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야당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구성 절차를 모르쇠로 일관하자 거대 집권여당은 아예 야당의 추천권을 뺏어버리는 법안을 냈다. 숫자로 밀어붙이는 건 더 이상 정치가 아니다.

4차 추경(추가경정예산) 처리 과정도 민망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재정과 복지 전반을 아우르는 중장기적 대책을 깊이 있게 따지기는커녕 통신비 2만원을 누구에게 줄 것이냐로 논쟁하는 게 우리 국회 수준이다.

국무위원 한 사람을 놓고 국회의원들이 대놓고 옹호하거나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공방이 계속된다. 심지어 국민이 사살당한 중차대한 안보문제를 놓고도 ‘냉전 본색을 드러낸다’ ‘김정은에게 나라를 통째로 넘기려느냐’로 진영싸움을 벌인다. 지난 4개월여간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진보의 위기’…“위기가 아니라는 게 진짜 위기”


경제도 안보도 사회개혁도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드는 현재의 모습에서 ‘진보의 위기’가 읽힌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와 진보진영은 공공성을 회복하라는, 진영을 극복하라는 광장의 명령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이상의 진영논리로 재빠르게 돌아갔다”며 “촛불민심을 진보의 승리로 착각한 데서 위기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위기의 본질에는 위선이 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현 정부는 부동산 문제가 지지율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정의와 평등, 공정을 부르짖지만 정작 집권한 후에는 최우선정책이 아니라는 경험을 사람들이 하면서 진보에 대한 신뢰의 위기, 진정성의 위기가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보수가 무너질 때도 똑같았는데 속으로 곪고 있는데 위기가 아니라고 하는 게 진짜 위기”라며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내에 레드팀(쓴소리를 내는 역할), 또는 비주류가 안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9.29/뉴스1





‘보수의 자격’…“핵심은 미래 비전”


진보의 위기가 보수의 기회로 이어지려면 그런 자격을 갖추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에게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타락한 진영의식을 깨고 건강한 진영의식으로 거듭나는 ‘대한민국 4.0’ 시대를 제언해온 머니투데이가 ‘진보의 위기’와 함께 ‘보수의 자격’을 진단하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보수가 국정운영 자격을 인정받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과거와의 확실한 단절, 지도자 양성을 꼽았다.

서민 단국대 교수는 “보수가 새로 태어나려면 당명을 바꾸는 것보다는 ‘박근혜 탄핵’에 대한 대국민사과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 리더십이든 정책이든 방점은 미래에 찍혀야 한다. 박명림 교수는 “자꾸 과거의 인물과 정책으로 돌아가려는 것은 자폐적 선택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래에 집중해야 해법도 열린다. 진보, 보수 모두 마찬가지다. 미래를 논쟁할 통찰력과 실력이 없으니 수십 년째 친일파, 빨갱이로 서로를 공격한다.

이런 정치는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해악이다. 파이를 키우지 못하고 약탈만한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K-방역만 해도 이를 계기로 어떻게 과학기술과 의료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고, 어떻게 하면 숟가락을 얹을 까 궁리하는 것만 눈에 보인다”며 “진보든 보수든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현재 가진 것을 털어먹으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북한의 우리 국민 학살 만행 규탄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20.9.28/뉴스1









②"'가짜 진보'와 '가짜 보수'의 3류 정치…너는 누구편이냐"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 2018.11.25. jc4321@newsis.com



가짜 진보‘와 ’가짜 보수‘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걸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는 3류 정치. 2020년 10월 현재 우리 정치의 자화상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질문은 ‘당신은 누구 편인가’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21대 국회는 20대보다 더 최악”이라며 “그들만의 정치가 더 심해진 것은 완전히 ’네편-내편‘으로 갈라놨기 때문이다. 양쪽 국회의원이 눈치를 보면서 극단주의자에게 휩쓸려 다니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치학자들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진짜 진보‘가 맞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조국 사태, 윤미향 논란, 박원순 성추행 사건, 추미애 아들 의혹 등을 거치며 ’윤리적 책임‘에 앞서 “법적으로 뭐가 문제냐”를 따져 묻는 모습이 진보가 추구해온 공정의 가치와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서해상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에서는 ’전체주의적 모습‘까지 보였다. 범여권 인사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 한마디에 ‘전화위복’(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계몽군주’(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정책 업적’을 ‘국민 개인의 비극적 죽음’보다 앞세웠다.

서민 단국대 교수는 “진보의 위기가 아니라 가짜 진보들이 설치는 것”이라며 “가짜가 진보를 참칭하고 진짜 진보는 가짜 진보에 묻어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은 “진보 정권이 ‘보수보다는 도덕적으로 나을 것’이라는 상징자본, 가치자본을 너무 짧은 시간 안에 탕진했다”고 지적했다.

반대편에는 ‘가짜 보수’가 존재한다. 태극기 부대에 동조하는 사람들, 전광훈으로 상징되는 극우세력의 손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보수의 품위는 온데간데 없고 철 지난 ‘빨갱이’ 타령과 ‘막말’을 배설한다. “아무리 그래도 국민의힘에 어떻게 한 표를 주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보수 야당은 간판 바꾸기에 급급하다. 탄핵 정국 이후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으로 연이어 당명을 교체하며 변신을 꾀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은 이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보수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게 맞는지 혼란스럽다. 철학이 드러나지 않으니 일각에서는 여전히 ‘발목잡기당’ 정도로 인식한다. 계속되는 선거 패배의 이유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 사람들이 집권했을 때 더 나은 세상이 올 것 같다는 인상을 못 준다. 그래서 대안으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극단 기득권, 무오류 가치관 무장 '정치 실종'…"진정한 진보·보수 가치·자격 회복해야"








전문가들은 ‘가짜 진보’와 ‘가짜 보수’를 양극단에 위치한 기득권으로 규정했다. 당내에서 상대 계파를 절멸시키며 기득권을 획득한 ‘문빠(문재인 팬덤)’와 ‘박빠(박근혜 팬덤)’ 들이다. “내가 옳고 너는 틀리다”, “밀리면 끝”이라는 무오류의 가치관으로 무장한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걸고 맞붙고 있기 때문에 ‘정치의 실종’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진보와 보수가 이념 지향적이어야 하는데 ‘어떤 정치인을 추종하냐’에 따라 나눠지고 있다. 정치 인격화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진영 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면 이른바 ‘빠’라는 극단 세력의 비판을 받는다”며 “좌쪽과 우쪽의 급진주의가 남았다. 보수-진보의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고 ‘너는 어디에 줄 섰느냐’만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이성주의와 패권주의를 벗어나 진보와 보수의 ‘자격’을 되찾는 길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진보의 경우 이념적 원리주의나 적대적 이분법보다 ‘혁신 정신’을 앞세우고 시장주의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성민 대표는 정부·여당을 향해 “욕구만 해결해주면 된다는 건 사회주의적 방법과 방식이다. 욕망까지도 허용하는 게 자본주의”라며 “좋은 집 좀 살고 싶고, 자산 좀 늘리고 싶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욕망인데 이것까지도 탐욕으로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는 도덕성을 회복하고 ‘막말’보다는 ‘품격있는 자유’를 앞세우면서, 사회안전망 확대나 양극화 해소와 같은 가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민 교수는 국민의힘을 향해 “보수라고 해서 복지를 외면하면 안 된다. 공약만 지킨다면 보수도 잘할 수 있다고 보는데 와 닿지 않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지금까지 보수는 정부 역할을 강화하면 좌파라고 해왔는데 잘못된 것”이라며 “(변화한 상황에 맞춰) 독일의 기민당을 기준으로 그 정도 보수가 합당하다”고 했다.





두번의 '정권교체'에도… 진보·보수, '무능·부패'만 닮아갔다

-"자기 부정 불사가 진보 숙명 불구 정치세력 안전 지키기 작정…민주공화정 아닌 사극"
-"보수, 한때 성공 지금 인기 잃었다? 자기세력 생명연장 외 어떤 공적 이해 갖는지 알 수 없어"



지난 20년 동안 대한민국은 두 차례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에서 문재인 정권으로 집권세력이 바뀌었다. 진보에서 보수로, 보수에서 진보로 권력이 넘어간 결정적인 이유는 전 정권의 '실정'(失政)이다. 야당의 실력보다는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표심을 움직였다. 두 차례 정권 교체에도 보수와 진보는 퇴화를 거듭했다.


정권교체 '일등공신' 노무현과 박근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격차가 531만표에 달했다. 경제정책 실패 등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은 더 이상의 정권 연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명박 후보를 앞세운 보수 진영은 '경제 대통령' 구호를 내걸고 진보 진영의 '무능함'을 집중 조명했다. 이명박 후보 승리의 일등공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조롱 섞인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전과 14범' 의혹을 비롯한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논란은 대선 판도에 변수가 되지 못했다.

이때만 해도 보수진영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신경 썼다. 서민 단국대 교수는 "일단 사과할 줄 알았다"며 "노 전 대통령 탄핵 사건 후 천막당사에 들어간 게 대표적이다. 쇼지만 그런 쇼에 유권자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게 정치"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되고 하루 뒤인 10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모여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2016.12.10/뉴스1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은 보수의 무능과 불통을 보여줬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앞당겨진 2017년 대선은 일방적인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보수 정권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난 탓이다. 촛불 혁명의 염원을 등에 업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1% 득표율로 당선됐다.

문재인 후보는 국민들에게 적폐 청산과 정의 구현을 약속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이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지로 보수 정권의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를 수습할 적임자로 꼽혔다. 대선 국면에서도 국정농단 실상이 끊임없이 드러났다. '나라를 바로 세워달라'는 국민들의 열망은 문재인 후보로 향했다.


보수·진보 모두 '무능·부패'로 수렴






정권 교체를 택한 국민들의 열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능한' 보수와 '깨끗한' 진보가 사라지고 '무능한' 보수와 '부패한' 진보만 남았다. 두 번의 정권 교체는 정치적 선순환의 계기가 되지 못했고 보수와 진보 모두 고유한 경쟁력을 잃은 채 상대 진영의 허물을 닮아갔다.

진보 진영이 내세웠던 '도덕적 우위'는 사라진 지 오래다. '진보는 도덕적이다'라는 인식은 숱한 논란 속에서 사라졌다. 과거 보수 진영의 부도덕성을 질타한 세력이 공격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원재 KAIST 교수는 "진보는 말 그대로 '전진 (progress)'하는 것인데, 권력을 잡는 순간 수성의 필요가 생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동기를 잃어버리게 된다"며 "이게 진보가 말 그대로의 자격을 잃고 위기에 빠지는 이유"이라고 설명했다.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올해 5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교수는 "과거의 자기 부정을 불사해야 하는 게 진보의 숙명이지만, 정치세력으로서의 안전을 지키기로 작정했다"며 "'노무현을 잃은 트라우마'를 그 이유로 대고 있지만, 국민 개개인의 권한을 위임 받아 공적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한 자연인에 대한 연민을 이유로 댄다면 그건 민주공화정이 아니라 사극에 가까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는 무능하다'는 통념은 여전하다.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대책 등 현 정부의 연이은 정책 실패에 따른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서민 교수는 "진짜 무능한 세력은 진보라는 점을 이번 정권 들어서 국민 모두가 알게 됐다"며 "보수는 대통령이 무능하고 아무 일도 안 해도 시스템대로 나라가 돌아가게 하지만, 진보는 없는 사람들을 챙겨주겠다고 하면서 역차별을 불러일으키고 공정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0.9.24/뉴스1




거대 양당 정치 구도에서 여당에 대한 불만과 분노는 야당 지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1야당 국민의힘은 외면받고 있다. 민주당을 대체할 '대안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해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탄핵으로 더 크게 잃은 건 유능한 경제세력 이미지"라며 "예전엔 신뢰할 수 없지만 일은 잘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다면, 탄핵을 통해 이것도 송두리째 잃었다"고 진단했다.

이원재 교수는 "보수의 자격이란 '시간의 시험 (the test of time)'을 견뎌낸 가치나 정책을 지켜나가는 것"이라며 "시간의 시험이란 정책의 효용이라는 기술적 합리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공적 의식, 도덕성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런 면에서 사실 한국의 보수가 현대사 속에서 이상적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적이 거의 없다"며 "보수 또한 자신의 이상적 상태를 실현해야 하는 도전의 과정에 있는 것이지, 한 때 성공했으나 지금은 인기를 잃어버린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수를 구성하는 정치인들 개개인이 보수의 이념과 가치에 헌신하고 있다면 위기를 변화의 기회로 삼겠지만, 현재 자신과 자기 세력의 생명 연장 이외에 어떠한 공적 이해를 갖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과거와 결별하지도 못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월 취임 직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 탄핵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직 사법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는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결국 대국민 사과 시점은 사법 절차를 마친 이후로 밀리고 있다.








④조국에서 한발도 못나간 21대 국회…"촛불 위배·코로나 위기는?"

“유관 상임위원도 아닌데 의원 본분을 망각하고 일개 국무위원을 방어한다. 정말 이렇게 하면 안 된다.” -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백년대계의 장기적 안목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것이 보수의 자격인데 진보의 실책에만 기댄다.” - 장덕진 서울대 교수

제21대 국회가 임기 4개월이 지났다. ‘타락한 진영의식의 고개 너머’를 고대하던 정치 전문가 4인이 매긴 여야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진보와 보수의 가치를 정책에 녹여내지 못한 채 여전히 눈앞의 이익과 자기 진영 안위에만 몰입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진보의 위기‘와 ’보수의 자격’ 문제는 한국사회 전체 위기와 연결된다. 양 진영의 하향 평준화는 국가 운영 역량과 품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 1년 만에 ‘추미애 사태’ 마주한 여야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9.29/뉴스1




박명림 연세대·이원재 카이스트·장덕진 서울대·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21대 국회 초반 여야 모습에 강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박 교수 등은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지난 5월 ‘대한민국 4.0’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서 ‘타락한 진영의식’ 극복과 대한민국 대변혁을 논의하는 공론장을 만들었다. 당시 여야 의원 80여 명이 함께 해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이들은 21대 국회 초반 정국을 달궜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에 주목했다. 여야가 또다시 국무위원 한 명 탓에 정쟁에 휩싸였는데, 1년 전 국민적 갈등을 촉발했던 ‘조국 사태’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박명림 교수는 “조국·추미애 전현직 법무부 장관 문제가 1년 내내 국정의 중심에 섰다는 것은 정부·여당의 자격 상실”이라며 “촛불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국가대란 상황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원재 교수는 “더 이상 우리 편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게 할 수 없다는 자세”라며 “억울한 피해를 없애겠다는 것인지, 그 김에 자기 권력을 공고하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분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 정권 바뀌면 없어질수도…“녹색성장, 창조경제 외쳤던 이들 어딨나”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북한의 우리 국민 학살 만행 규탄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20.9.28/뉴스1




21대 국회에서 여당 주도의 국정운영 방식에 비판도 이어졌다. 박명림 교수는 “재난지원금이나 수해 지원 등 긴급 현안에 이같이 높은 정도의 타협은 드물다. 이 부분은 야당을 칭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구조 개편에서 절대다수 의석이 횡포를 부리면 안된다”며 “민생 현안에 야당이 협조한 만큼 여당도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덕진 교수는 “최선의 개혁보다 차선의 개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훨씬 강력하다”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어도 정권이나 여대야소 구도가 바뀌면 없어진다.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을 외쳤던 이들이나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 했던 이들 다 어디로 갔냐”고 말했다. 이어 “100% 원하는 것을 못하더라도 50%만이라도 비가역적으로 하는 게 근본적인 개혁”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사회적 혼란만 초래할 뿐”이라고 했다.



국민들 “둘다 똑같아”…여야 ‘도덕성 공방’에 허탈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 2018.11.25. jc4321@newsis.com




보수를 대표한다는 국민의힘이 21대 국회에서도 대안 세력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것에 비판이 집중됐다. 비전과 정책보다 여권 비난에 집중하면서 자기 콘텐츠 없이 상대 실책에 기대는 이미지가 그대로라는 얘기다.

신진욱 교수는 “(공격받는) 민주당과 공격하는 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무당층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국민 다수가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여야가 정치적 공격을 주고받는 구도가 우리 사회의 도덕성과 정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봤다. 신 교수는 “(보수야당이) 민생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달라진 모습을 보였을 때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고 분석했다.

장덕진 교수는 “백년대계의 장기적 안목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것이 보수의 자격”이라며 “지금까지 민주당과 진보의 실책에만 기대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수든 진보든 공부를 안 한다”며 “미래를 위해 어떻게 준비할지 장기적 전망은 무엇인지 내놓을 책임이 있지만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野 ‘인물난’…여야 ‘하향 평준화’ 부추겨






야당의 ‘인물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등이 구심점을 상실하면서 민주당을 견제할 정치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야당의 부진은 여야 하향 평준화를 부추긴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이원재 교수는 “‘김종인 체제’는 시간과 세력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며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혁신을 위해서는 스스로 대선 후보가 되는 게 가장 효과가 클텐데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예상되는 방향은 당내외 ‘올드보이’들의 ‘적당한’ 타협을 통해 ‘적당한’ 후보가 나와 안전하게 지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혁신의 필요를 덜 느끼게 되고 대선 이후도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변화를 위한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김종인 체제’의 혁신이 아니라 여당 내부의 경쟁적 분화일 것”이라고 했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특정 정책 현안을 두고 협치 공간이 창출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박명림 교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현재 권력과 후보의 미래권력 간 분리가 불가피하다”며 “역설적으로 여야 협치 지점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코로나19, 비핵화 등 정책의 거리가 진영과 정치의 거리보다 훨씬 짧다”며 “한계를 정해서 시급한 민생 문제 등에는 높은 수준의 의회주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⑤"유연하지 못한 진보, 고집만 부리다 위기 맞아"



더불어민주당은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벌써 3개월째다. 민주당은 금 전 의원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처리)을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경고 처분)를 내렸고, 금 의원은 부당하다며 지난 6월 당 윤리심판원에 재심을 요청했다. 하지만 몇 차례 회의를 해도 지금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금 전 의원은 당시 본회의에서 기권표를 행사했다. 자신의 원칙에 따른 소신이었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재심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한참 넘겼다. 왜 그럴까.

금 전 의원에게 징계를 최종 결정하면 ‘소장파’ 의원들에 대한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반면 징계를 철회했을땐 강성 ‘친문’(친 문재인) 민주당 지지층의 거센 반발이 부담이다. 대한민국 진보세력을 대표한다는 민주당의 현 주소다.

금 전 의원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결정할땐, 충분히 토론하고 숙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권세력인 진보진영은 그러지 못했다. 금 전 의원은 지지층만 생각하거나 맹목적인 옹호 논리만 강요하다 ‘진보의 위기’가 왔다고 본다.

금 전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진보진영을 보면 ‘우리 편이기 때문에 무조건 옳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토론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다. 과연 진보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분명 진보의 측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러 가치가 있는데, 진영논리 안으로 들어가면 깡그리 무시당한다는 얘기다. 금 전 의원은 “진보는 모름지기 ‘옳고 그른 것’을 따지고, 서로의 생각을 중시하는 걸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며 “보수는 공동체나 가족주의, 의리 등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우리편이란 개념을 갖기 쉽다. 지금 진보진영이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인다. 우리편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금 전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이 지지부지한 요인 중 하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경험 부족과 무능”이라며 친문 세력이 무조건 옳다고 여기는 사안에 대해 소신을 밝혀 뭇매를 맞았다.

사실 금 전 의원의 지난 4년 의정활동이 그랬다. 그는 명색이 ‘진보’라고 하면 유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20년 대한민국의 진보는 극단적으로 경직됐고, 고집만 세지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금 전 의원은 “지금 친문세력 등 소위 진보진영은 방향을 정하고 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혹은 특정한 곳에서 결정돼 내려오는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이 대표 사례로 꼽은 게 최근 ‘전국민 통신비2만원 지급’ 정책이다. 우여곡절 끝에 선별지급으로 결론났지만, 유연한 사고로 토론을 거치지 않고 추진하다보니 생긴 문제라고 했다.

금 전 의원은 “정책이 어디서 나왔고, 어떤 경로로 추진되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무조건 편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사달이 났다”며 “진보가 원래 논리에 강한 진영인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리를 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되고 하루 뒤인 10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모여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2016.12.10/뉴스1



그러면서 “정책이란 건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토론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데, 유연하지 못하니까 나중에 앞뒤가 맞지 않는 게 많다”며 “지금 검찰개혁 방안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과거에 청와대와 여당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띄워주면서 강조했던 방향이 지금은 오히려 자신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금 전 의원은 특히 “어느 정부나 정책을 추진하다보면 예측했던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 설사 그렇더라도 빨리 교정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면 된다”며 “그런데 진보진영에선 정책을 수정하는 것 자체를 패배라고 생각한다. 정책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편을 들지 않는 보수세력과 언론을 의식해 억지를 부리고 자꾸 핑계를 댄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치의 영역은 지지층을 더 넓혀가야 하는 게 맞는데, 진보진영의 이런 모습 때문에 지지층도 염증을 느끼고 떠난다”며 “결국 강성지지층만 남게 된다”고 덧붙였다.

금 전 의원은 진보진영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결국 ‘우리도 틀릴 수 있다’는 유연함을 갖추고 맹신하는 교조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 전 의원은 “진보진영 안에서 좀 더 유연한 사고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계속 토론하고 받아들이면서 교정해 가는 능력을 키우면 지금 진보 앞에 놓인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위한다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을 듣고 ‘이 정책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오염되지 않은 진짜 ‘진보의 가치’가 정책에 반영될 때, 더 많은 국민이 호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⑥한국 정치의 '기능부전'…"보수는 여전히 7·4·7 발상으로 본다"




“눈앞에 일 몇 개를 땜질하고 있지만 정작 굵은 과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내 대표적 정책통으로 꼽혀온 김성식 전 의원이 진단하는 현재 대한민국 정치는 “기능부전” 상태다. 한마디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안보 문제, 인천공항식 접근으로는 해결 못하는 노동시장 문제, 타다 사태로 민낯을 보인 규제개혁 문제 등 국민통합의 큰 정치로 풀어가야 할 복잡한 숙제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진보와 보수 모두 시대착오적이고 낡은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게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진보 진영이 권력게임과 정치기획에는 능수능란한 반해 미래로 가기 위한 국가 운영은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 대 반민주, 자주 대 종속, 공정 대 불공정 등 이분법적 구도와 진영논리 접근법이 부메랑이 돼 자기들이 오히려 덫에 빠졌다”고 말했다.

복지국가라는 성과를 달성한 유럽의 진보세력 조차 새로 진화하지 않으면 위기에 빠지는데 우리나라 진보는 미래지향적 사고는커녕 낡은 과거의 틀에서 한걸음도 못 나오고 있다는 비판이다.


고도 성장기 끝났는데…고민이 없는 ‘보수’


보수도 마찬가지다. 김 전 의원은 “여전히 ‘7·4·7’(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표 공약, 연평균 7% 경제성장·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 강국 진입) 같은 고도성장기 발상으로 시대를 바라본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고도성장기가 끝나고 구조적인 저성장 시대에서는 당연히 복지와 사회안전망 확대에 관심 가져야 하는데 이런 얘기만 하면 ‘퍼주기’라고 한다”고 보수를 비판했다.

그는 “저성장 국면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국민들이 절감하는 어려움에 공감하지 않고, 청년들이 느끼는 아픔에 반응하는 감수성도 없다. 관치 고도성장이 불가능해질수록 민간에서 공정한 경제 생태계가 중요해지는데 역시 고민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외교도 3, 4차 방정식인데 색깔론을 바탕으로 하는 1차 방정식 공방에 머물러 있어 현 정부가 잘못해도 보수진영에 선뜻 동의할수가 없다"며 "(국민의 힘이) 사실상 보수정당이라고 말할 자격도 없다”고 밝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후 보수 야당 국민의힘에 변화를 이끄는 것에는 “좀더 요란해야 한다”며 “더 치열하게 성찰과 변화로 나가야 하는데 그런 치열함이 보이느냐. 김 위원장 혼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소위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극우 성향 지지자들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여야 할 것 없이 극단적 소수나 적극적 지지층 목소리에만 정당의 운명을 건다든지 정책 생산과정이 거기에 얽매여버린다면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진다”고 말했다.



“안 바뀌는 정치, 이제는 ‘방식’을 바꿔보자”…‘대연정’ 필요성 역설


결국 김 전 의원은 정치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전 의원은 “정권교체도 하고 물갈이도 했지만 정치가 바뀌었나”라며 “오히려 선출되지도 않고 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청와대 비서관들이 대통령과 함께 좌지우지하는 청와대 중심정치, 내각도 국회도 들러리인 이런 정치는 안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연정’을 대안으로 언급했다. 김 전 의원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제대로 된 연정 경험이 없고 DJP(김대중 전 대통령·김종필 전 총재) 연합을 제외하고는 늘 대결의 정치를 해왔다”며 “지금은 한 정당, 한 정권, 보수나 진보 어느 한 진영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2022년 대선에서 연정이 화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김 전 의원은 “정치권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에게 해법을 준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연정을 전제로 정책패키지를 마련한다면 추진력을 확보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제18대 총선 서울 관악갑에서 한나라당 의원으로 당선됐다. 2011년 한나라당 쇄신을 요구하며 탈당한 뒤 19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했지만 떨어졌다. 제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나서 재선의원이 됐다.

지난 총선에서는 “기득권 양당구조를 바꾸자고 호소해온 약속을 지키겠다”며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합류를 거부하고 무소속으로 나섰다가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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