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지 않으니 부러진다…"보수, '불평등' 집중해야"

[the300][대한민국 4.0]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2】-⑥김재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인터뷰

김상준 기자 l 2020.10.18 15:37
김재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사진=뉴스1

'불공정한 기득권 타파', '젠더,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 진보 진영 인사의 말이 아니다. 보수 진영 청년 정치인 김재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제시하는 보수 정당이 가야할 길이다. 그는 '보수의 위기'를 '보수 정당의 위기'라 규정하고 그 원인을 '유연함 부족'에서 찾았다.

김 위원은 보수가 사회 변화를 대하는 태도가 언제부터인지 경직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수는 사회 변화를 예민하게 관찰해야 한다. 애초에 급격한 변화에서 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보수이기 때문에 더욱 변화에 민감하고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보수가 놓치고 있는 '사회 변화'의 키워드는 '사회적 불평등'이다. 김 위원은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초래되는 갈등, 그로 인한 분열을 막아야 하는 것은 사회를 안전하게 한다는 보수의 당연한 책무인데도 보수 정당은 사회복지 정책 등 분배 분야에서 모순적 태도를 많이 보였다"고 지적했다.

'공정' 또한 놓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은 공정이 본래 보수의 핵심 가치라고 역설했다. 그는 "보수는 시장을 중시한다. 자원의 최적 배분에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시장에 불공정이 발생하면 그 효율성을 해친다. 보수는 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적극 나서왔다"고 했다.

김 위원은 보수가 '기득권' 개념을 재정립해야 '공정'에서 일관성을 보일 수 있다고 봤다. 김 위원은 '정당한 노력으로 성취한 기득권'과 '지위를 악용해 이익을 얻는 기득권'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는 공정한 기득권은 지키되 불공정한 기득권은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적 의제에 대해서도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할 때가 됐다고 봤다. 김 위원은 "특히 젠더, 환경은 보수와 진보로 나뉜 프레임으로 정의할 수 없다"며 "보수가 사회 변화에 민감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면 왜 해당 의제가 이슈가 되는지, 사회의 유지와 번영을 위해 보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면밀히 논의하고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은 보수가 이러한 유연함 없이 낡은 이념에 사로잡힐 때 답답함을 느낀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태도가 대표적이다. 김 위원은 "탄핵은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아직도 이를 둘러싸고 정쟁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보수의 핵심인 법치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보수 정치인의 기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극우와의 단절'도 하루빨리 성취해야 한다. 김 위원에게 이는 목표가 아닌 전제다. 극우와 단절은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일 뿐 그 이후에 보여주는 실제 '퍼포먼스'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보수의 명확한 정책 노선 설정과 실제 이행이 필요하다"며 "불평등·갈등 해결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궁극적 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같은 변화를 위해 지금 보수 정당에 필요한 건 인물 육성이다. 김 위원은 '국민의 지적을 귀담아 듣는 인물'이 많아져야 한다고 봤다. 그는 "청년들이 어떤 형태든 당 안에서 교육 받고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생각의 유연함이 청년 정치의 본질이고 현재 보수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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