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만나 '종전선언·비핵화' 언급한 서훈, 한·미 공감대 찾았나

[the300]靑국가안보실장 취임 후 첫 방미 "종전선언과 비핵화 따로 놀 수 없어"

정진우 기자 l 2020.10.16 14:01
[서울=뉴시스]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마이크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면담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2020.10.16. photo@newsis.com



미국을 방문 중인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을 만나 한반도를 둘러싼 각종 현안에 대해 협의했다. 서 실장이 미국측과 전시작전권 전환을 비롯해 방위비 분담금 등 양국간 민감한 이슈를 논의하면서 그간 외교가를 중심으로 지적됐던 입장차를 줄였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청와대에 따르면 서 실장은 지난 13일 방미길에 올라 14일(현지시간) 오브라이언 보좌관, 15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잇달아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서 실장이 미국을 찾은 건 지난 7월 취임 후 처음이다. 대면 협의는 서 실장 취임 직후부터 추진됐지만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코로나 확진,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취소 등으로 미뤄져왔다.

서 실장의 이번 미국측과 첫 대면 협의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선언 추진과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작권 전환 등 한미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서 실장은 폼페이오 장관과의 면담 후 "종전선언 문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며 "이제까지 항상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던 문제였고, 그 부분에 대해 한미간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따로 놀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문제는 종전선언이 비핵화 과정에서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또는 비핵화와의 결합정도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일 뿐이다"고 했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와 밀접한 관련 속에서 다뤄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선 두 나라가 뜻을 같이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 실장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선 "크게 깊이 있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합리적으로, 또 수용 가능한 선에서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서훈 국가안보실장이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마이크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과 면담하기 앞서 알렉스 웡 대북특별부대표(왼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2020.10.16. photo@newsis.com


외교가에 따르면 양측은 현재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우리나라가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인상하라는 요구를 했지만 나중에 그 폭을 50%로 낮췄다. 그러나 우리정부가 제시한 13% 인상안과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인다.

전날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도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분담금 대폭 증액을 압박했다. 에스퍼 장관은 방위비 부담이 미국 납세자에게 불공평하게 떨어져선 안되고 한반도에 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보장하기 위해 빠른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한 미군 주둔 문제를 방위비 협상과 연계할 수 있다고 분명히 한 셈이다.

실제 이번 SCM 공동성명에는 "현 안보상황을 반영해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빠졌다.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는 2008년 한미 정상이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한 뒤 매년 SCM 공동성명에 명시돼왔다.

전작권 전환을 놓고도 양국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조기 전환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의 한국 사령관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조건을 충분이 따지는 것에 무게를 뒀다.

청와대는 이번 서 실장 방미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서 실장은 미국측과 논의를 통해 최근 한반도 정세 및 한미 양자 관계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협의했고, 한미동맹이 굳건함을 재확인했다”며 “서 실장의 이번 방미는 비핵화를 비롯한 북한 관련 문제 협의 및 동맹 주요 현안 조율 등 양국 NSC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굳건한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 조야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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